조원태 이사회 "주주가치 제고" vs 조현아 주주제안 "전문경영인 영입"

국민연금 지분율 실제로는 2%대, 자산운용사 등 일반주주가 핵심 변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재벌가의 몇몇 경우를 놓고 보면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한진家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남매간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쟁도 가족관계마저 갈라놓을 만큼 심각하다.

고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4월 타계하면서 가족이 화합하면서 경영해 나갈 것을 유훈으로 남기며 비슷한 비율로 지분을 상속했지만 1년도 안돼 회사 경영권을 놓고 남매간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진그룹은 내달 25일 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결정할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선친의 유훈대로 가족이 화합해 오너 일가와 우호 지분을 합치면 KCGI 등 경영권을 위협하던 외부 세력에 맞서 경영권 방어가 수월할 수 있었다. 특수관계인과 오너 일가의 지분 28.94%와 '한진家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의 지분만 하더라도 38.94%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가족과 등을 돌리고 외부 세력인 KCGI와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며 동생인 조 회장과 표 대결을 벌이고 있다. 결국 남매간 경영권 전쟁에 돌입하면서 주총에서 손을 들어줄 표심 잡기에 줄곧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 회장 측은 이달말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뽑도록 하고,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조 전 부사장 측도 오는 15일까지는 주주제안을 통해 구체적인 전문경영인 영입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직전 연도 정기 주총일 기준으로 6주 전까지라서 오는 15일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

30%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주총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지지를 얻어 33.45%를 확보했다. 이는 자신의 지분 6.52%와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 4.15%, 우호지분인 델타항공 10%를 합한 수치다.

한편 조 전 부사장(6.49%)은 17.29%를 보유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와 8.28% 지분을 가진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며 공동지분율 32.0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 차이가 1.39% 포인트에 불과해 국민연금 외에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숨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전망이다. 4.11%로 알려졌던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율이 당초보다 작은 2%대인 것으로 로 알려지면서 또다른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만 3.81%의 지분을 들고 있는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과 자가보험, 사우회도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돼 조 회장 측이 조금 유리한 입장으로 관측된다.

지분율 5% 미만의 주주는 공시 의무가 없는 현행 규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한지칼 보유 지분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23일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고,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로 작년 6월 말 기준 3.45% 지분을 보유했다고 제출한 것에서 한차례 더 알려졌을 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지분을 줄어든 점을 감안해 보면 현재 보유 지분은 작년 6월 말보다 더 줄어 2%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의 미칠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2.9%의 지분도 운용사들이 위탁계약한 내용에 따라 사들인 것인 뿐 적극적인 의궐권 행사를 위한 보유 지분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미세한 표 차이 탓에 여전히 행보는 주목된다.

대신 한진칼 지분을 적은 규모로 소유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결권 자문기관의 자문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 2-3%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강성부 KCGI 대표와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의 동기로 알려진 황성환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조 전 부사장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이 들긴하지만 최근 타임폴리오 자산운용 측은 “타임폴리오 자산운용은 고객의 자금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는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익을 고려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쪽에 서겠다"는 중립적 자세를 보였다.

또한 의결권 자문기관조차 한진칼 주총은 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사안이 복잡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도 의결권 자문기관과 국민연금 내의 투자자문위원회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반주주 등의 결정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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