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 일대 토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에서 24평형과 32평형 아파트 512세대를 건립하는 내용의 아파트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나,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적은 없다.

나. 주식회사 뉴△미리(이하 ‘뉴△미리'라 한다)는 2001년 후반기부터 이 사건 사업을 계획하면서 이 사건 사업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여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시행대행자로 선정받는 방식을 구상하였고, 그에 따라 소외인을 내세워 지역주택조합설립을 준비하였다. 소외인은 2001년 말경부터 ‘가칭 ○○동지역주택조합'의 조합규약을 마련하여 시공사를 물색하는 등의 준비를 하다가 2003. 4. 30. 원고 명의로 뉴△미리와 원고를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로 하고 뉴△미리를 시행대행자로 하는 시행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시행대행사인 뉴△미리, 시공예정사인 주식회사 중△건설, 주식회사 하△▽×신탁(이하 ‘하△▽×신탁'이라 한다)은 2004. 5. 28.경 이 사건 사업부지를 매수하여 하△▽×신탁에 처분신탁하기로 하는 사업약정을 체결하였다.

라. 뉴△미리는 2002. 11.경부터 2005. 6.경까지 이 사건 사업부지에 속하는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였고, 하△▽×신탁은 사업약정에 따라 2005. 11.경까지 이 사건 사업부지 중 뉴△미리가 종전 소유자들로부터 매입한 96필지 토지 6,817.33㎡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와 신탁등기를 마쳤다. 그 신탁기간은 신탁계약 체결일부터 2010. 12. 31.까지로 정하였고, 각 신탁계약은 각 토지의 종전 소유자를 위탁자와 수익자로 하여 체결되었다.

마. 원고의 조합원들은 2004. 6. 22.부터 같은 해 11. 12.까지 또는 2005. 4. 28.부터 같은 해 12. 20.까지 시행사 원고, 업무대행사 뉴△미리와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조합원들이 조합원 분담금 2억 500만 원(24평형) 또는 2억 8,500만 원(32평형)을 납부하고 아파트 1세대를 공급받는 것이다.

바. 서울특별시는 2006. 10. 19. 이 사건 사업부지를 포함한 ○○동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영등포구청장이 2007. 5. 2. 공람공고한 ○○재정비촉진지구 재정비촉진계획(안)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는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사업의 종류는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지정됨으로써 지역주택조합 방식에 따른 아파트건설사업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사. 원고는 2011. 1.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400호로 하△▽×신탁과 종전 소유자 등을 피고로 하여 각 신탁부동산에 관한 신탁자ㆍ수익자명의변경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2. 5. 25. 각 신탁계약의 수익자를 원고로 변경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라는 내용 등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원고와 일부 피고들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으나, 하△▽×신탁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들은 이의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3. 5. 16. 하△▽×신탁에 대하여 원고에게 각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2011. 1. 1. 신탁관계 종료를 원인으로 한 신탁등기의 말소등기절차와 2011. 1. 1. 신탁재산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이 2013. 7. 26. 확정되었다.

아. 원고는 위 화해권고결정을 받고 나서 2012. 8. 28. 피고에게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 토지 외 33필지 토지를 포함한 49건의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자. 피고는 2013. 9. 24. 원고에게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 토지 외 33필지 토지를 포함한 58필지 토지(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에 관한 2013년 귀속 재산세 34,784,700원, 도시지역분 9,903,290원, 지방교육세 6,956,940원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세액을 산정하면서 과세표준을 원고의 조합원별로 구분하여 각각 산정한 다음 그 세액을 합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사건 각 토지 중 종합합산과세대상과 별도합산과세대상만을 구분하여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탁법상 부동산 신탁에서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신탁재산으로 편입되는 시기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846 판결)

가. 관련 규정

구 지방세법(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6조 제3항은 “재산세의 과세대상별 종합합산방법ㆍ별도합산방법, 세액 산정 및 그 밖에 부과절차와 징수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지방세법 시행규칙(2014. 1. 1. 안전행정부령 제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8조 제2호는 ‘시장ㆍ군수가 매년 과세기준일 현재 조사한 재산 중 토지는 종합합산과세대상 토지, 별도합산과세대상 토지와 분리과세대상 토지로 구분하고 납세의무자별로 합산하여 세액을 산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의 합산 단위인 납세의무자에 관하여 구 지방세법 제107조는 제1항 본문에서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라고 정하면서도, 제2항 제5호 본문에서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ㆍ등록된 신탁재산의 경우에는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구 지방세법에서는 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된 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제3호 후문과 같이 ‘위탁자별로 구분된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에 대한 납세의무자는 각각 다른 납세의무자로 본다.'는 규정이 없다.

나. 원심 판단

원심은 과세기준일인 2013. 6. 1. 현재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구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 본문에 따라 실질적 위탁자인 원고라고 판단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재산세 과세표준을 원고의 조합원별로 구분하여 각각 산정하지 않고 납세의무자인 원고만을 합산 단위로 하여 산정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신탁법상 신탁재산에 관하여 위탁자별로 구분하여 과세표준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법리는 수탁자가 다수의 위탁자로부터 개별 신탁관계에 기초하여 각각의 고유재산을 신탁받음으로써 그 신탁재산이 위탁자별로 구분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는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조합원들로부터 개별 신탁관계에 기초하여 각각의 고유재산을 신탁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대법원 판단

신탁법에 따른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거나 그 밖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을 관리ㆍ처분하게 하는 것이다(신탁법 제2조). 부동산의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해당 부동산 자체가 수탁자의 신탁재산으로 편입되지 않는다. 기록에 따르면, 과세기준일인 2013. 6. 1. 현재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적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각 토지는 원고와 조합원들 사이에서 신탁법상 신탁재산으로 편입되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 중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원고와 조합원들 사이에 신탁법상 신탁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한 원심판단은 옳다.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산세 과세표준의 합산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지방세법상 신탁재산 관련 재산세 납세의무자의 변천

(1) 1993. 12. 27.자 구 지방세법 개정 전

1993. 12. 27. 법률 제46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지방세법 제182조는 재산세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①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세 과세대장에 재산의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는 자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다만, 권리의 양도·도시계획사업의 시행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재산세 과세대장에 등재된 자의 권리에 변동이 생겼거나 재산세 과세대장에 등재가 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사실상 소유자가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 ② 소유권의 귀속이 분명하지 아니하여 소유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용자가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신탁법상 신탁에 따른 신탁재산은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고,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의 소유로 되므로,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가 된다. 대법원도 재산세로 통합된 종합토지세에 관한 사안에서,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당사자 사이에 신탁법상의 신탁관계가 설정되면 단순한 명의신탁과는 달리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이로써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되므로 신탁재산에 대한 종합토지세의 부과는 신탁재산을 보유하는 수탁자를 상대로 하여야 함이 당연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누8163 판결).

(2) 1993. 12. 27.자 구 지방세법 개정 후 2014. 1. 1.자 지방세법 개정 전

1993. 12. 27. 법률 제4611호로 개정된 구 지방세법 제182조는 제5항에 “신탁법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등록된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위탁자가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 이 경우 수탁자는 제37조의 규정에 의한 납세관리인으로 본다.”는 내용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로 변경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나 등록이 마쳐지지 않은 신탁재산에 대한 구 지방세법상 재산세의 납세의무자에 관하여, ‘구 지방세법(2005. 1. 5. 법률 제7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182조 제1항에서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세 과세대장에 재산의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는 자를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5항에서 신탁법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ㆍ등록된 재산에 대하여는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신탁법에 의한 신탁재산을 수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는 비과세하면서 재산세 등은 등기명의자인 수탁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실질과세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신탁법에 의하여 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경우에는 위탁자에게 재산세 납부의무를 부과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신탁법 제3조는 등기 또는 등록하여야 할 재산권에 관한 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과 아울러 살펴보면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나 등록이 마쳐진 재산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예외규정이라 보아야 하므로 신탁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나 등록이 마쳐지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 7. 28. 2004두8767 판결).

또한 대법원은 신탁재산이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나 등록이 마쳐지지 아니한 경우 재산세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신탁법상 신탁계약이 이루어져 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그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어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관리ㆍ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게 되고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하여야 하는 신탁계약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며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부동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누8163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26223판결 등 참조),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아니한 경우 신탁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사실상의 소유자는 수탁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수탁자를 재산세 납세의무자라고 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26852 판결).

(3) 2014. 1. 1.자 지방세법 개정 후 현재

2014. 1. 1.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된 현행 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제3호는 “3.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등록된 신탁재산의 경우: 위탁자별로 구분된 재산에 대해서는 그 수탁자. 이 경우 위탁자별로 구분된 재산에 대한 납세의무자는 각각 다른 납세의무자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다시 변경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변경되기 전인 2013. 12. 31. 이전 사안에 대한 판결이다. 당시 적용되던 구 지방세법에 의하면, 신탁법에 의한 신탁등기를 마친 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고,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가 된다.

대상 판결에서 원고는 조합원들이 출자한 돈으로 시행대행사를 통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입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한 채 명의인들인 매도인들을 위탁자로 하여 하△▽×신탁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를 경료함으로써 과세기준일인 2013. 6. 1. 현재 이 사건 각 토지는 신탁법에 따라 하△▽×신탁에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대상 판결은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질적 위탁자를 사실상 소유자인 원고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규정과 법리에 따른 타당한 판결이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사)한국조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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