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이 전관특혜 28명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혐의자 138명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착수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18일 전관예우 특혜를 누린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탈세혐의자 28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전관 특혜를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인식된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 중에는 국세청에서 고위직으로 퇴직한 세무사가 운영하는 대형 세무법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퇴직선배’를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소식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특히 국세청이 이를 대대적으로 밝히자, 전관출신 전문직 자격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정일보 기자를 만난 한 고위직 출신 세무사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퇴직자들이 현직 국세공무원들을 만나기도 힘든데, 이번 기획조사 발표소식으로 인해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이 전관예우 특혜를 누려온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혀를 차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세청의 전통이란 무엇인가. 바로 세무조사는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국세청의 전통이라는 것인데, 이번 언론 발표로 인해 선배들을 욕 먹이기만 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현직 국세공무원을 만나기도 어려운 판에 전관예우 등 특혜가 있었다면 그것은 전직 국세청 고위직이 아닌 그에 가담한 현직 국세청 직원이 문제라는 지적도 함께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세무조사 발표에 대해 “누워서 침뱉기”라고 표현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전관 특혜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내린 것은 검찰 출신의 법조인 등 법조계 전관특혜가 메인으로 인식되었지만 세무조사 분야에서는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해마다 불거져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 “보는 눈 많아…뒷말 안 나오게끔 확실히 할 것”

또 다른 고위직 출신 세무사는 “전관특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것은 대통령의 지시때문 일 것”이라며 “이전에도 국세청 출신 세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존재해왔다. 당시에는 ‘고소득자영업자’로 표현됐으며 이번에는 ‘전관예우’로 분류됐을 뿐,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지만, ‘전관특혜’라는 타이틀을 단 만큼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용은 직원들 밥 사주는 복리후생비로 쓰고, 접대비는 말 그대로 영업활동을 위한 접대비로 처리하고 있다. 요새는 매출액도 투명해져서 조사한다고 한들 문제될 부분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성실하게 법인세를 납부하고 대표자 자신은 소득세를 잘 냈다면, 그 후에 남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든 그것은 국세청에서 뭐라고 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무리 모셨던 윗선을 세무조사한다 하더라도, 봐주기 조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는 눈이 많고 들리는 소식이 많기 때문에 세무조사 자체는 뒷말이 나오지 않게 깔끔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비고시 출신 고위직만 겨냥?…새끼로펌 조사는 어디로?

또한 이번 세무조사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모 세무법인의 경우 비고시 출신의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설립한 곳으로 전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대형로펌의 계열사로 취업하는 행시출신의 국세공무원들도 많은데, 사실상 이런 곳이 전관예우로 조사를 받아야할 곳 아니냐”며 “왜 비고시 출신들만 늘 타깃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고위직으로 퇴직한 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간 연간 외형거래액 50억원 이상의 취업제한 대상기관에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다. 이처럼 큰 세무법인 등에 취업을 할 수 없자, 이들은 대형로펌의 계열사로 위장취업하고 국세청을 상대로 하는 조세소송을 맡는 등 전관예우 문제가 흘러나왔다.

즉, 대형로펌의 계열사로 취업하는 행시 출신의 세무사들이 더욱 전관예우 문제와 뿌리 깊은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과 함께, 사실상 비고시 출신의 선배들만 겨냥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

이밖에도 가장 공평해야할 ‘세금’을 다루는 국세청에서 전관문제로 세무조사 소식이 대대적으로 알려진다면 국세청 직원들과 전관들의 로비가 비일비재하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한편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남의 클럽 ‘아레나’의 탈세 사건에 관할 세무서장 출신인 전직 강남세무서장이 세무대리를 맡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전관예우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섰다. 당시 아레나 측에서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을 치룬 것.

또한 `18년도에는 코스닥 상장회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청탁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검거되는 등의 로비사실이 드러나자 국회는 공직퇴임세무사에 대한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세무사가 세무공무원과의 사적관계를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청렴문화 정착을 위해 세무대리인들과의 MOU를 체결하는 등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이와 관련한 내부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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