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행복과 즐거움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Comparison is a thief stealing happiness and fun."

▲ 석호영 세무사

어느 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가슴 속 깊숙히 꽂혀 하루 종일 마음을 어지럽히고 한동안 혼란스럽게 하는가 하면 삶의 큰 궤도까지 변화 시킬수도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주인공 브래드는 비영리 법인을 운영하는 미국의 백인 중산층의 가장으로서 착하고 예쁜 아내와 똑똑한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 평범한 생활을 영위한다.

어느 날, 함께 근무하던 직원, 크레스는 브래드가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며 "차라리 자신이 돈을 벌어서 기부 하는 게 낫다"라고 말한 후 회사를 홀연히 퇴직해 버린다.

그 순간 브래드는 소신과 신념으로 일궈온 자신의 삶에 대해서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을 들면서 ‘자기 자신이 참 딱하다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울러 그런 그의 굴욕감은 그를 타인과 비교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대학시절 브래드는 또래 친구들 중 공부도 잘하고 비교적 잘나가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자기보다 꽤 잘나가는 놈들이 주위에 많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처지가 비루하고 열폭감에 사로잡혀 밤잠을 설치며 전전긍긍 하게 된다.

친구 제이슨은 헷지펀드 대표로 황당할 정도로 부를 축적했고, 빌리는 마흔에 일찌기 IT회사를 처분하여 해변의 저택에서 멋지고 찬란한 은퇴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크레이그는 백악관에서 근무하여 권세와 명예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펴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됨은 물론 TV에도 종종 출현하여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상위 1% 반열에 오른 듯한 친구들을 떠올리고 SNS를 통해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처지가 그들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인생의 대진운이 없어 수직상승의 패러다임에서 낙오자라도 된양 암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시간이 지난수록 그 열폭감은 심연에 빠져든다. "비교는 행복과 즐거움을 훔쳐가는 도둑,Comparison is a thief stealing happiness and fun"임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비리그에 지원하려는 아들 트로이와 함께 보스톤으로 캠퍼스 투어를 떠나게 되고 아들이 명문대 하바드 대학에 진학하면 자신의 초라함을 어느 정도 보상해 주리라는 부푼 꿈에 젖어 잠시 기분이 들뜨게 된다.

비행기 탑승수속을 하던 중 자신과 아들의 이코노믹 좌석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추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비지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무너진 자존감까지도 업그레이드 시키려 한다.

아들에게도 동의를 구하나 아들은 "이코노믹 좌석도 아무상관 없고 비지니스석도 아버지 돈이니 괜찮다"고 씩 웃으며 반응한다. 충동구매이기는 하지만 기분 한번 내고 아들 앞에서 체면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뿔사!

판매원에게 추가 금액을 지불하려던 순간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할인권으로 구매한 이코노믹석은 비지니스석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야말로 자존심 구기는 카운터펀치다. 아들 앞에서 체면까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브래드는 열등감의 티켓으로 내면 깊숙히 상상의 나래를 편다. "크레이그는 이코노믹석을 언제 마지막으로 탑승했을까? 제이슨은 전용기가 있으니 민항기 따위는 탈 필요가 없겠지"등 친구들의 일상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불행의 늪 한복판으로 떨어뜨린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없는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혀 흐르는 그의 의식은 더욱 찌질한 곳으로 달려간다. 결국 그의 생각은 그의 예쁘고 착한 아내 멜라니에게 향한다.

아내는 교육자로서 순진하고 매사에 긍정의 마인드로 대하며 자신의 주어진 삶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이상주의자이다. 또한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는 그런 아내의 이상주의를 무한히 사랑한다.

그러나 친구 크레이그의 아내는 유명 작가로서 크레이그의 성공된 삶을 견인해 주었고 제이슨은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하여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입장권을 손쉽게 거머쥐었고 자연스럽게 상위의 사회적 지위도 가지게 되었다고 상상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는 쉽게 자족하고 낙천적이며 세상 물정에 담을 쌓고 이상주의로 살아가는 행태가 자신의 야심을 약화 시켜 친구들보다 경제적으로 열등하고 비루한 위치에 있다라는 생각에도 잠긴다. 그야말로 브래드의 심리적 날씨는 매우 흐리기만 하여 누가 옆에서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한 상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아들이 명문 하바드 대학에 진학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오랜만에 행복감에 젖어든다. "이렇게 황홀하고 멋진 일이 생기다니, 17년간 내가 뭘 했는지 이제야 생각났다. 이 놀라운 생명을 심고 가꿔온 것이다"라고 독백하며 마냥 행복감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과연 잘 키운 아들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잘나가는 친구들로 부터 자신에게 파도처럼 끝없이 엄습하는 부러움을 압도할 수 있을까? 그의 심리적 내면은 ‘업 다운’을 계속한다.

아들과 함께 대학에 도착한 브래드는 아들 트로이의 착각으로 면접 날짜가 지났음을 알게 된다. "하버드 대학까지 진학할 머리를 지녔으면서도 면접 날짜를 착각하냐“며 아들을 크게 질책한다. "아들 땜에 붕 떴던 기분은 급전직하 하고 만다.

그러나 아들을 반드시 하버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줘야 된다는 생각에 껄끄럽기는 하나 대학 친구 중 권세와 영향력이 있는 크레이그에게 전화 연락하여 천신만고 끝에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면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크레이그와의 저녁 약속 레스토랑에서 브래드는 순진하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나는 네가 TV에 나와 대담할 때 마음이 불편했다. 너와는 옛 부터 경쟁하던 사이였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크레이그는 불편한 진실을 털어 놓는다. "나는 그런 식으로 자네를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왜 너와 경쟁을 하냐"라며 네가 무슨 내 경쟁 상대냐는 듯이 말한다. 브래드는 과연 무엇을 위해 남과 경쟁하며 비교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영화 속 브래드의 나이는 48세, 불혹(不惑)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쯤 되면 사회생활을 통해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나이로 중심을 잡고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겠는가? 하긴 60대 중반에 들어선 나(필자)도 허우적대니 브래드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래드는 인간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상상함으로서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브래드의 정체성(identity)에 나 자신을 투영해볼 수 있어 묘하게 심리적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하버드 대학 면접을 마치고 그의 아들 트로이의 여자 친구는 브래드에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기에게 조언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비교했던 친구들과 자신의 위치를 전해주면서 "비영리법인 같은 것은 하지 말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한다.

이에 트로이의 여자 친구는 "브래드 씨는 예쁘고 착한 아내와 똑똑한 아들이 있는 미국의 백인 중산층인데 왜 그렇게 상위 1% 계층의 남과 비교하며 사냐? 하루 2달러가 없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버거운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라고 일갈한다.

또한 아들 역시 하바드 대학 면접에 합격 후 호텔 숙소에서 브래드에게 말한다. "나는 하버드에 합격해도 아버지가 저지른 부끄러운 짓 때문에 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다닐 것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그런 말이나 행동에 관심도 없고 잊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버지도 다른 사람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자신과 나의 의견에만 신경써 달라"고 한다. 브래드의 도움으로 면접이 성사되어 하버드대학을 합격했으나 껄끄럽다는 투다.

이 대화를 통해 브래드는 순간 멈칫하며 사색에 잠긴다. 타인 지향적 삶을 살아온 브래드가 비로소 자기 주도적 삶에 첫발을 들여 놓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人不知而 不온 不亦 君子乎也,"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니 군자로다"라는 논어의 군자 삼락중 한 귀절과 "행복한 가정은 특별한 이유없이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여러 가지 많은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카레리나의 작품에서 톨스토이의 말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괜찮아 미스터 브래드’라는 영화는 누구나 현실 생활에서 한번쯤 격어 봤을 보편적 상황들을 설정함으로서 나나 관객으로 하여금 경험과 감정을 소환하여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심리적이며 성장 지향적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브래드 역시 50여의 지천명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여자 친구 말과 아들의 따끔한 한마디 조언에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삶의 설계를 통해 또 다른 성장의 계단에 오르는 듯 했다. 중년의 나이를 지나면서 젊은 날의 이상과 얼마나 멀어졌는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순간인 듯 했다.

브래드의 내면 여정 속에 자신의 마음을 동일시하여 여행할 수 있는 힐링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엉망의 나락으로 내몰고 허우적댄다면 이 영화 감상을 통해 잠시나마 구원받기를 소망해 본다.

"I love you please shut up!"

"나 당신 사랑해 제발 입닦쳐" 브래드의 착한 아내 멜라니가 브래드에게 상냥하나 쏘아 붙이듯 내 뱉는 말의 잔상이 진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 그 말의 깊고 넓은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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