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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세무사들 ‘폭발’직전…‘무보수’로 써먹고 ‘대우’는 없다

유일지 기자l승인2020.02.27 08: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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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들이 기재부와 국세청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들의 협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제대로 된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세무사업계는 현재 비상이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세무대리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04~2017년 사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수는 약 1만8000여명이다. 세무사로 등록한 세무사회 회원수인 1만3600여명보다 4400명가량이 더 많은 수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세무사 최소합격 인원도 630명에서 700명으로 확대했다. 한 세무사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서 손쉽게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 합격인원수를 올려뒀다”며 “이런 추세로 가다간 어려운 기업사정에 쏟아지는 경쟁자들로 인해 세무대리업계는 최악으로 다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사들에게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신청업무였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받았는데, 여기에 세무사들이 동원됐던 것. 당시 국세청은 정부정책 목표달성을 위해 세무사 사무소에 일자리 안정자금신청 지원 협조요청 안내문을 보내 신청대상인 기업명단과 완료한 기업들의 명단을 보내라고 하는 등 사실상 세무사들을 ‘무보수’로 써먹었다.

이렇듯 세무사들은 사업주를 대신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해야 했고, 사실과 다른 급여액 신고로 인해 자신들에게 패널티가 주어지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국세청의 협조요청을 거부하지 못한 채 일손을 보탰다.

세무사업계에서는 “세무대리시장이 악화돼 가는데 정부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대우도 받지 못한 채로 할 일만 늘어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다. 정부는 비과세감면 등의 혜택을 축소한다며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세무대리인들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세무대리인이 대신 해주고 그 비용을 건당 1~2만원 보조받는다는 것인데, 이 마저도 폐지하려고 하냐”며 제도폐지에 반대해왔다.

납세자가 국세청에 세금을 신고하면 국세청은 이를 전자 입력해야만 한다. 국세청이 전자입력을 직접 담당할 경우, 전담 공무원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하고 이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전자입력을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에게 대신 하도록 했다. 세무사업계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한다는 정부 입장에 반대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쏟아 부어왔고, 결국 세무대리인에 대한 연간 세액공제한도는 세무사·공인회계사의 경우 300만원, 세무법인·회계법인의 경우 750만원으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며 법률로 상향, 더 이상의 세액공제한도의 변화는 사라지게 됐다.

이번에 또 다시 세무사들의 폭발하게 만든 것은 근로소득간이지급명세서다. 지난해부터 근로장려금 반기지급제도가 신설되면서, 구세청이 이들 대상자 파악을 위해 190만 사업자에게 2019년 상반기 귀속 근로소득간이지급명세서 제출 안내문을 보낸 것.

이에 따라 안내문을 받은 사업장에서는 소득자의 인적사항, 근무기간, 급여액 등을 기재한 간이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역시 세무사들의 업무가 됐는데, 간이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된 명세서가 불분명하거나 허위제출일 경우에는 0.5%의 가산세가 붙는다.

이와 관련 한 세무사는 “정부가 정부정책으로 인해 파악해야할 업무를 세무사들이 대신 해주고 있음에도 가산세를 매기지 않나, 최저임금도 올라 인건비도 많이 드는 판국에 해야 할 일들만 늘어나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주무부처가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힘도 못쓰면서 업무만 떠넘기나

이 세무사는 “할일이 많아지는 것은 상관없으나, 주무부처가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힘도 쓰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들의 업무만 세무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세무사의 업무가 아님에도 정부의 일을 대신 떠맡아 하며 그에 대한 보상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세무사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고, 새로운 일손을 구하기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세무서에 소득세와 함께 신고해오던 지방소득세를 관할 지자체에 별도로 신고납부해야 하면서 세무대리인의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지난 2014년 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면서 올해 말까지 세무서에 동시에 신고할 수 있었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다.

물론 국세청은 지자체에 별도로 신고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양도소득에 대한 개인지방소득세 예정·확정신고 기한을 양도세 신고납부기한에 2개월 연장해 운영하고, 세무서 내에 지방직 공무원 출장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신고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무대리업계는 각종 별지 서식을 받아 서류를 마련해야하고 이를 구청에 접수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무대리업계는 “할일은 많아지고 일손은 부족해 바빠죽겠는데 정부에서는 손 안대고 코 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국세청이 내놓는 각종 국세행정에 세무사들이 동원돼 필요한 자료를 묵묵히 제출해오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국세행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없어 불만은 커지고만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일지 기자  salix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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