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국가재원의 젓줄인 기업현장도 아우성이다. 언론을 보면 지방국세청장, 국세청장이 연일 기업현장을 찾아 세정지원을 약속하는 등 기업인들의 사기를 한껏 북돋우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높은 분들을 위한 의전이 필요없는 기자가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봤다.

기자는 지난 11일 수도권의 중소기업이 밀집한 한 지역의 공단을 찾았다. 40여분 살펴보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하고 있고, 행여 출장을 가더라도 마스크를 챙겨가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한 기업 대표와 하루 전 약속을 하고, 오후 일찍 만남을 가졌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화상카메라가 있었고, 전담 직원이 방문자 연락처와 소속 등을 적도록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가 있는 4층에 올라가니 의외로 대표는 방문자대기실에 있었다.

“왜, 대표께서 방문자대기실에 있느냐”고 했더니 “회계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감사가 끝날 때까지 내 자리를 감사장으로 내어 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코로나 여파로 생산에 차질이 없느냐’고 물으니, 직원 중 한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공장을 폐쇄해야 하니, 너무 신경이 쓰인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며칠 전 500만원을 들여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휴일에 일을 하지 않지만, 대표는 나와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적자가 3억 원에 이른다며 어려운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적자의 원인은 1월 구정이 끼면서 100여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명절보너스를 주었던 요인이 컸다고 했다. 여기에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구인난을 들었다. 최저임금이 180만원이 넘는데, 월 500만원을 줘도 그만큼 일을 하면 지급할 용의가 있지만 그러지 못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조립라인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수출을 하지 않고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으니 대외적인 영향은 없으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에 차질이 생겨 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역시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 업체에서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되었다.

최근 이 업체는 납세자의 날에 기획재정부장관상인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받았다. 기업의 모토를 투명하고 모범납세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3억원 가량의 법인세 22% 납부도 부담이 되고 있다. 그도 50%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으로 법인세가 6~7억원에 달한다. 앞에서만 이익이 나지만 뒤로 밑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외부에 나갔는데,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무료라서 직원들에게 자랑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 기업의 경우 세금 부분에 대해서는 워낙 투명한지라 세무조사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 모범납세자로서 받은 혜택은 고작 공용주차장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 외에 딱히 없다고 했다.

이 회사는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해 ‘회사가 어려운데 기부금을 줄이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그동안 해온 기부금을 중단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웃었다.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11억원 이상을 기부해왔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식들도 가업 잇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회사 경영이 너무 어렵고, 최근에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이 상태로 폐업도 생각하고 있다”고도 고백했다.

비교적 잘나가는 기업으로 이 지역에서 모범이 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폐업을 생각할 정도로 고충이 있었던 것. 여기에 코로나 여파는 자칫 직원 누구하나 감염이 되면 생산현장을 폐쇄해야 하고, 폐쇄가 길어지면, 거래처에 납품을 하지 못해 아무리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거래를 계속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는 것.

코로나 사태는, 30년 이상 쌓아온 기업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기에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기자는 이 기업을 나와 내친김에 인근 세무서를 방문했다. 이 세무서는 임대 사무실이다 보니 통제를 할 수 없어 고민이 많다고 서장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또 다른 세무서는 자체 건물이어서 정문을 폐쇄하고, 주차장과 통하는 1층에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온도계 측정을 하고 있었다.

본청을 비롯해 지방청 그리고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아직 감염자가 없지만, 납세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 세무서의 경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습이었다. 이에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창구를 폐쇄하였고, 이르면 이번 주부터 일선 세무서에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다. 세무서 역시 사실상 코로나와의 전쟁중이었다.

특히, 법인세 신고는 99%가 세무사들에 의해 전자신고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가 가장 문제라고 전했다. 많으면 하루에 1000명 이상씩 세무서 방문신고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라는 것.

기업 현장이나 일선 세무서 모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이날 중부국세청 직원들이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피 한방울이라도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접하면서 기업현장과 세무서 직원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것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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