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분쟁’ 오렌지라이프 이어 두 번째 수백억 원 세금 환급 받아

신한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등 타 보험사들도 승소 점쳐
 

국세청을 상대로 낸 자살보험금 비용처리 관련 세금분쟁에서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교보생명도 조세심판이 손을 들어주면서 '세금폭탄'으로 맞았던 수백억원을 전액 환급받았다. 반면 국세청의 입장에선 조세심판원의 이 같은 판단이 향후 4건의 남은 타보험사 분쟁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국고 손실은 물론 체면을 구기게 됐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2월 교보생명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과세처분 심판청구 건에 대해 교보생명 승소(인용) 결정을 내렸다. 자살보험과 관련된 세금분쟁에서 보험사가 승리한 것은 지난해 8월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납부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환급받게 됐다.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오렌지라이프와 교보생명이 잇따라 승소하자 같은 이유로 조세심판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신한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현대해상 등 다른 보험사들의 승소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살보험금은 생명보험의 사망 특약 가운데 하나로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했을 때 고의나 자해 여부를 묻지 않고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재해사망특약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당시 거센 논란을 불렀다. 이 보험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뒤 약관이 수정돼 2010년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는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보험사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명령했다. 보험금 지급 액수가 2000억원이 넘어서자 보험사들은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에 들어갔다. 2016년 5월 대법원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와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보험사들에 권고했고,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했다. 이때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같은 해 한꺼번에 비용처리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이번에는 과세당국이 이 부분을 문제삼았다. 국세청은 보험사들이 2001년부터 2013년에 걸쳐 신청된 건에 대해 2016년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고 일괄 비용처리를 한 것을 두고, 신청 해당 연도별로 비용처리 해 세금을 계산했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비용처리한 것은 결과적으로 세금을 적게 낸 것이라고 판단, 이에 따른 지연가산세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2018년 생보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다.

생보사들은 일부러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지급이 보류된 것이어서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비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청구를 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8월 먼저 오렌지라이프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달 2018년 12월 불복한 교보생명까지 승소하면서 나머지 보험사들 역시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자살보험금 관련 납부한 세금을 전액 환급받고, 올해 1분기 손익계산서상 기타이익으로 이를 반영할 전망이다.

이로써 조세불복 심판청구한 다른 보험사들도 법인세 관련 추징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추징금 관련 조세심판원 판단은 개별 사례로 어떤 판단이 내려질 지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따라서 국세청의 대응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와 교보생명의 사례로 비춰볼 때, 조세심판원이 합동회의까지 열어 결론을 내린 것이어서 타 생보사도 일괄 구제 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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