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피고인은 홍콩 소재 공소외 1 법인(이하 ‘홍콩법인’이라고 한다)과 대만 소재 공소외 2 법인(이하 ‘대만법인’이라고 한다. 홍콩법인과 대만법인은 모두 피고인 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완전자회사들이다) 명의로서 피고인 회사가 실질적 소유자인 해외금융계좌의 2015년도 매월 말일 보유계좌잔액 중 최고금액인 6,897,494,000원(2015. 8. 31. 기준)인 해외금융계좌정보를 2016. 6. 30.까지 납세지를 관할하는 서초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여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8. 12. 31. 법률 제16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조세조정법’이라고 한다) 제34조의2 제1항, 제4항, 제34조 제1항, 제4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 1) 본문 중 괄호 부분(이하 ‘이 사건 괄호 규정’이라고 한다)이 모법의 위법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2. 선고 2018노4107 판결)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그 내국법인을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4항의 ‘실질적 소유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한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78호로 개정되어 2019. 2. 12. 대통령령 제295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50조 제4항 2) 본문 중 괄호 부분(이 사건 괄호 규정)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무효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회사가 홍콩법인과 대만법인 명의 각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도11381 판결)

가. 관련 법리

사회현상의 복잡다기화와 국회의 전문적․기술적 능력의 한계 및 시간적 적응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형사처벌에 관련된 모든 법규를 예외 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에 적합하지도 아니하다. 그로 인하여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임법률이 구성요건의 점에서는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점에서는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되며, 이러한 위임입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위임명령은 법률이나 상위명령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한 개별적인 위임이 있을 때에 가능하다.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는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이나 상위명령으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위임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위임조항이 속한 법률이나 상위명령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목적, 당해 위임조항의 규정 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나아가 각 규제대상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2998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도13426 판결 등 참조).

나. 구 국제조세조정법령의 규정 내용

1)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의2 제1항은 ‘제34조 제1항에 따른 해외금융계좌정보의 신고의무자로서 신고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금액이나 과소 신고한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신고의무 위반금액의 100분의 20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는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 및 내국법인 중에서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의 보유계좌잔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자는 보유자의 성명․주소 등 신원에 관한 정보, 해외금융계좌 관련자에 관한 정보 등 해외금융계좌정보를 다음 연도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제1항), ‘해외금융계좌 관련자(해외금융계좌 중 실지명의에 의하지 아니한 계좌 등 그 계좌의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자 및 실질적 소유자를, 공동명의 계좌인 경우에는 공동명의자 각각을 말한다)는 해당 계좌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본다’(제4항), ‘신고의무자 판정기준 등 해외금융계좌 신고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6항)고 규정하고 있다.

2) 그 위임에 따른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은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4항에 따른 실질적 소유자는 해당 계좌의 명의와는 관계없이 해당 해외금융계좌와 관련한 거래에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거나 이자․배당 등의 수익을 획득하거나 해당 계좌를 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등 해당 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자(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그 내국법인을 포함하되, 조세조약의 체결여부 등을 고려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실질적 소유자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해외금융계좌의 실질소유자 간주 범위에 대한 고시(2016. 5. 20. 기획재정부고시 제2016-12호)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0조 제4항의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경우’란 ‘내국법인이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외국법인’이 우리나라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의 조세조약을 체결하고 시행하는 국가에 소재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괄호 규정’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여 무효인지 여부

위와 같은 구 국제조세조정법령의 규정 내용과 체계,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도입취지, 완전모자회사의 특수성 등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에는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한 내국법인(이하 ‘완전모회사’라고 하고, 완전모회사가 주식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 소유한 외국법인을 ‘완전자회사’라고 한다)을 실질적 소유자로 판정하는 기준이 포함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완전모회사인 내국법인을 완전자회사인 외국법인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로 정한 ‘이 사건 괄호 규정’이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 국제조세조정법은 국가 간 이중과세 및 조세회피를 방지하고 원활한 조세협력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 관련 정보를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재산해외반출 및 역외소득탈루를 사전에 억제하고 기왕의 재산 반출자를 정상 과세권 내로 유인함으로써 해외탈세 차단을 위한 제도적 기초를 마련하고 세원기반 확대 및 세수증대를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이와 같이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과세 관련 정보를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납세의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납세의무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 제4항에 의하여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의무를 지는 ‘실질적 소유자’는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소득세 등의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4항에서 규정한 ‘실질적 소유’란 본래 경제현실에서 민법상 소유 개념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사실상의 지배․관리 현상을 포착하기 위한 법률용어이므로 탄력적으로 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 신고의무자 중 실질적 소유자, 특히 해외금융계좌의 명의인이 아님에도 그 계좌정보의 신고의무자가 되는 자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적․경제적 변화나 해외금융계좌 신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해외금융계좌 신고의 운영실태, 역외 소득정보의 수집을 위한 방안들, 조세조약 체결에 따른 해외금융계좌 정보제공 절차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정하여야 하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법률에 자세히 정하기 어렵다.

3) 완전모회사와 완전자회사는 독립적인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나, 완전모회사는 그 내부 의사결정 등을 통해 완전자회사를 직접 지배․관리하게 되고, 실제로 다수의 해외법인 소유 해외금융계좌들이 완전모회사의 자금은닉 등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완전자회사를 통해 해외금융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완전모회사를 실질적 소유자로 보아 신고의무를 부담시킬 필요성이 인정된다.

4)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는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입법목적에다가 그 수범자 집단의 한정성․관련성․전문성을 더해 보면,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에 의하여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의 구체화를 위임받은 시행령 제정자가 완전모자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고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5)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0조 제4항은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4항에 따른 실질적 소유자는 해당 계좌의 명의와는 관계없이 해당 해외금융계좌와 관련한 거래에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거나 이자․배당 등의 수익을 획득하거나 해당 계좌를 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등 해당 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자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실질적 소유자로 보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개정 전 시행령 하에서 국제조세조정법령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해외 자회사가 국내 모회사로부터 출자받은 출자금으로 현지에서 독립된 경영활동을 수행하면서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국내 모회사에게 신고의무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내국법인이 해외지점을 개설하여 현지에서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내국법인이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내국법인이 해외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하는 완전자회사를 설립하여 현지에서 보유하는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는 내국법인이 신고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어 형평에 반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8호 개정에서 시행령 제50조 제4항 본문에 이 사건 괄호 규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괄호 규정의 신설 경위를 고려하면, 이 사건 괄호 규정은 그 신설 이전부터 시행령 제50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되어 있던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에 병렬적으로 새로운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을 추가함으로써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내국법인이 이 사건 괄호 규정의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신설 이전부터 시행령 제50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되어 있던 ‘신고의무자 판정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심리․판단할 필요 없이 그 내국법인은 완전자회사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 신고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괄호 규정이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일탈하여 무효임을 전제로 피고인 회사가 홍콩법인, 대만법인 명의 해외금융계좌의 실질적 소유자인지 여부는 이 사건 괄호 규정으로 판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4항에서 정한 실질적 소유자 개념과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죄형법정주의와 형벌 법규 위임의 한계 관련 법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 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자 98헌가10 결정). 여기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국가의 사회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비추어 볼 때 형벌법규를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헌재 1991. 7. 8.자 91헌가4 결정),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도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형벌법규가 구성요건의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고 이러한 위임형식의 위헌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뿐만 아니라 위임입법의 한계, 즉,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역시 문제가 된다.

헌법 제75조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서, 그 법률 자체로부터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때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4. 7. 24.자 2013헌바183 결정, 헌재 2016. 3. 31.자 2014헌바382 결정, 헌법재판소 2017. 9. 28.자 2016헌바140 결정, 헌법재판소 2019. 11. 28.자 2017헌바449 결정 등).

헌법재판소는 구성요건의 일부를 위임하고 있는 형벌법규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인 처벌대상 행위가 어떠한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준수한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헌재 1996. 2. 29.자 94헌마213 결정), 위임의 형식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위임이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와 함께 판단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다만 헌법이 죄형법정주의를 정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여 위임입법이 허용되는 요건과 범위를 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본다(헌재 2004. 9. 23.자 2002헌가26 결정, 헌법재판소 2010. 5. 27.자 2009헌바183 결정 등).

나. 대상 판결의 문제점

대상 판결은 이 사건 괄호 규정이 위임범위를 일탈하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제가 있다.

첫째, 대상 판결은 구 국제조세조정법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납세의무자의 확대가 아니라 과세관청이 과세정보를 효율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납세의무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괄호 규정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자인 해외계좌의 실질적 소유자에 완전모회사를 포함시키는 내용이고, 이는 계좌 명의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것이며, “실질적 소유자”라는 용어 자체가 실질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목적이 대상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다고 하더라도 완전모회사를 실질적 소유자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모법에 명확한 판단기준이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괄호 규정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어디에도 실질적 소유자의 판단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지분율 기준은 물론이고 대통령령에 규정될 실질적 소유자의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이런 점에서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은 포괄위임에 해당된다.

둘째, 대상 판결은 실질적 소유자의 판단기준이 시대적·경제적 변화나 인식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정해져야 하므로, 그 기준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자세히 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임 필요성이 있어서 범죄의 구성요건을 하위법령에 위임한다고 하더라도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하위규범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위임입법의 원칙이다. 위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 모법에 아무런 기준도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여 자의적인 행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자는 것이 위임입법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둘째 이유도 부당하다.

셋째, 대상 판결은 현실적으로 완전모회사가 완전자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완전모회사를 실질적 소유자로 보아 신고의무를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이 지적하는 문제점이 있어서 완전모회사에게 신고의무를 지울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형벌법규를 하위법령에 위임할 때 위임입법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완전모회사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헌법에 규정된 위임임법의 원칙을 무시하고 행정청이 국회의 개입 없이 자의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을 정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상 판결은 다수의 완전모회사가 실제로 자금은닉 등을 위한 목적으로 해외의 완전자회사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실제 통계자료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

넷째, 대상 판결은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를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의 한정성·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령에서 완전모회사를 신고의무자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선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은 “①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 및 내국법인 중에서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의 보유계좌잔액(보유계좌가 복수인 경우에는 각 계좌잔액을 합산한다)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정보를 다음 연도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1. 보유자의 성명·주소 등 신원에 관한 정보, 2. 계좌번호, 금융회사의 이름, 매월 말일의 보유계좌잔액의 최고금액 등 보유계좌에 관한 정보, 3. 제4항에 따른 해외금융계좌 관련자에 관한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은 신고의무자를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대상 판결과 같이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즉, 국제거래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라도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그 계좌의 매월 말일 잔액이 일정 금액이 이상이 되면 신고의무자가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대상 판결은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오해하고 있다.

대상 판결은 신고의무자를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라고 오해한 결과 집단의 한정성이나 전문성 등을 근거로 대통령령에서 완전모회사가 신고의무자로 규정되는 것을 충분히 예측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자라도 하더라도 이 사건 괄호 규정과 같은 내용이 하위법령에 규정될 것을 예측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국제거래에 종사하는 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전문성조차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은 부당하다.

또한 완전모회사는 완전자회사와 독립된 법적 주체이고, 완전자회사가 도관이 아닌 이상 각 법인이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하위법령에서 완전모회사가 완전자회사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지는 실질적 소유자에 포함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 본문은 “④ 법 제34조 제4항에 따른 실질적 소유자는 해당 계좌의 명의와는 관계없이 해당 해외금융계좌와 관련한 거래에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거나 이자·배당 등의 수익을 획득하거나 해당 계좌를 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등 해당 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자(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그 내국법인을 포함하되, 조세조약의 체결여부 등을 고려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내용과 대상 판결이 밝힌 이 사건 괄호 규정의 입법경위 및 이 사건 괄호 규정의 신설 전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대상 판결문 6-7면 참조)을 종합해 보면, 완전모회사와 실질적 소유자는 병렬적인 규정으로 보이고 양자 사이에 특별한 관련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모법인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로는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완전모회사가 완전자회사 명의 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실질적 소유자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편,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 본문에서의 “실질적 소유자”는 그 개념상 소득세법 제119조의2 제1항과 법인세법 제93조의2 제1항에 규정된 소득의 “실질귀속자”와 거의 유사한 의미이다. 소득세법 제119조의2 제1항과 법인세법 제93조의2 제1항은 국내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를 “실질귀속자(그 국내원천소득과 관련하여 법적 또는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고 그 소득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등 그 소득에 대한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완전모회사가 실질적 소유자에 포함된다는 내용을 소득세법 제119조의2 제1항과 법인세법 제93조의2 제1항과 같이 법률에 규정하였다면 이 사건과 같은 다툼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소득세법 제119조의2 제1항과 법인세법 제93조의2 제1항은 위와 같이 국내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고 있다. 구 국제조세조정법에서 완전모회사에게 완전자회사 명의의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지울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과 같이 실질적 소유자에 완전모회사가 포함된다는 점을 법률인 구 국제조세조정법에 직접 규정하거나 적어도 그 판단기준을 법률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대상 판결은 이 사건 괄호 규정의 신설 경위를 근거로 이 사건 괄호 규정은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취지이므로 2015. 2. 3.자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의 개정 전 시행령 제50조 제4항의 판정기준 충족 여부와 별개로 완전모회사가 완전자회사 명의의 해외계좌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대상 판결과 같이 이 사건 괄호 규정이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완전모회사에까지 확장하려는 취지였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와 위임입법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모법에 직접 규정하거나 적어도 위임근거 규정인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6항에 완전모회사를 신고의무자로 규정할 판단기준을 규정하였어야 한다. 대상 판결의 이 부분 이유도 부당하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이 사건 괄호 규정이 모법의 위법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대상 판결이 판단근거로 제시한 이유들은 모두 문제가 있고, 죄형법정주의와 위임입법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괄호 규정은 위 원칙에 위반되는 규정이므로 무효라고 본 원심 판결이 타당하다.

[관련 설명]

1) 2020. 2. 11. 대통령령 제30405호로 개정된 현행 시행령 제50조 제5항.

2) ④ 법 제34조 제4항에 따른 실질적 소유자는 해당 계좌의 명의와는 관계없이 해당 해외금융계좌와 관련한 거래에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거나 이자·배당 등의 수익을 획득하거나 해당 계좌를 처분할 권한을 가지는 등 해당 계좌를 사실상 관리하는 자(내국법인이 외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0분의 100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그 내국법인을 포함하되, 조세조약의 체결여부 등을 고려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한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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