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무역 다변화로 신고서만으로 공평과세 실현 어렵다 재조사 일상화”

대법원 “동일품목 과세후 재조사 추징은 관세법상 재조사 금지원칙에 위배”

국세에 대해서는 재조사금지 원칙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축적되었으나, 관세에 대한 재조사처분이 위법하다는 선고가 최근 처음으로 내려져 관세 특성상 재조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 세관 당국은 세수 실적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선고(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5두745 판결)에 따르면 부산세관장이 한 다국적 기업에 대해 1차 과세결정이 미진했다는 이유로 재조사를 통해 추가 과세처분을 내렸다. 이에 다국적 기업은 과세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에서는 다국적기업이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세 재조사로 인한 추징은 관세법 제111조(재조사금지)에 위배 된다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 줬다.

관세 추징 사상 첫 판결로 꼽히는 대법원 판례의 주된 논거와 그 의미를 살펴봤다.

대법원은 첫째로 이번 다국적기업에 대한 관세 재조사가 세관공무원의 조사법 제111조가 적용되는 ‘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의 목적과 실시 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며, 납세자 등을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검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 사실을 조사·확인하고 일정한 기간 과세에 필요한 직접·간접의 자료를 검사·조사하고 수집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 특별 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조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 법리는 국세기본법상 재조사금지 원칙에 관한 대법원 판결(2017. 12. 13. 선고 2015두3805)의 법리를 관세법의 영역에 반영한 것으로서, 조사의 실질을 중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대법원은 제1차 조사와 제2차 조사의 대상이 동일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국세기본법은 기간과세를 하는 세목을 염두에 두고 재조사금지의 기준을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 정하고 있지만, 관세법은 재조사 금지의 기준을 ‘해당 사안’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세관공무원이 어느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조사한 경우에 다시 동일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조사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111조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세관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당초 조사에서의 과세가격 결정방법이 아닌 다른 과세가격 결정방법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원심법원은, 제1차 조사의 대상에는 실제 지급가격에 권리사용료를 가산할 것인지 여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제2차 조사의 대상은 이 사항에 국한되었으므로 두 조사는 그 대상이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선언하면서 원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원산지가격 및 이전가격, 다국적 기업간의 거래 등 관세 특성상 납세자의 거래원장만으로 정확한 관세부과가 어렵다는 점에서 재조사가 관행처럼 이뤄진 관세업무였다는 점에서 경종이 되고 있다.

셋째, 대법원은 관세법상 재조사 금지 원칙에 반하는 처분의 효력을 분명히 했든 점이다. 즉 대법원은, 대법원 판결(2017. 12. 13. 선고 2016두55421)의 법리를 관세법의 영역에 그대로 투영하여, 금지되는 재조사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단순히 당초 과세처분의 오류를 경정하는 경우에 불과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이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세기본법상 재조사금지 원칙의 법리를 관세법의 영역에 반영하면서 관세법과 관세조사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한 것으로서, 관세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쟁송과정에서는 물론, 관세조사 과정에서도 납세자가 유리하게 주장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관세당국은 실무상 납세자와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관세조사시, 비교적 공방이 적은 사안을 선 처리 후 관세불복을 대비해 장기간 과세자료 확보와 논리보강을 하는 방법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대상 관세조사 역시 비교적 논란이 적은 부분을 먼저 과세한 후 장기간 추가자료 요청을 통해 추가 과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납세자 권익이 절차상 상당히 침해된 경우로 판단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관세조사는 관세법상 동일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대하여 특수관계자간 거래가격 검토와 해외관계사에 지급된 금원의 과세가격 가산여부에 따라 과세가격 결정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장기간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며, 따라서 위와 같은 절차상 문제에 따른 납세자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향후 조사대응시 이와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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