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회의·보고 대폭 축소…"불가피하면 넓은 대회의실서 마이크로"

지난 23일 저녁 정부 부처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 도담동 정부세종청사 바로 앞 식당가에는 술손님은커녕 행인을 찾기도 어려웠다.

평소에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그날의 피로를 풀거나 정책을 논하며 북적이는 곳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이후에는 거의 장사를 일시 접어야 하는 수준까지 손님이 줄었다.

▲ 정부세종청사 사무실

가뜩이나 이번 주부터 정부 부처에서 공무원이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가도록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총력 체제에 들어가면서 세종청사 앞 상가는 황량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평소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는 한 횟집은 저녁 손님이 두세 테이블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공무원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은 없고 지인끼리 가벼운 식사를 하는 정도였다.

식당 관계자는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된다"며 "평소보다 손님이 9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다른 식당은 아예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저녁 마감 시간을 앞당기고 음식 재료를 아예 줄이는 식당도 보였다.

종촌동의 한 식당 주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러다 상인들 다 죽어 나간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요즘 저녁 회식을 하는 공무원을 잡아내는 공직 감찰이 돌아다닐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점심때도 웬만하면 청사 밖 식당을 이용하기보단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거나 도시락을 먹는다.

가뜩이나 해양수산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기에 공무원들은 자기 부처가 다음번 확산지가 되지 않을까, 특히 자신이 그 집단감염의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개인위생에 극도로 신경 쓰는 모습이다.

부처 공무원들은 대면 회의나 보고는 최소화하면서 웬만하면 화상이나 서면 보고로 대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꼭 필요한 간부 회의만 개최하되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 규모보다 훨씬 넓은 대회의실에서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마이크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평소 외부 단체나 전문가 등과 회의도 많이 하는데, 대부분 이를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에 최대한 신경을 쓰면서도 업무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들은 사무실 내 인구 밀도를 줄이기 위해 3개조를 나눠 3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여기에 더해 시차 출퇴근제를 운용하고 있다. 출근은 오전 8시30분, 9시, 9시30분으로 3개조로 나누고 퇴근도 오후 5시30분, 6시, 6시30분으로 3조로 나눠 출퇴근 시 혼잡을 줄이고 있다.

▲ 코로나19 비대면 브리핑

아직은 이런 변화가 어색한 분위기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오늘 9시30분에 출근하는 순번이었는데, 9시에 갑자기 간부 회의가 소집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 그냥 9시에 출근했다"며 "출근해서 보니 나처럼 그냥 일찍 나온 직원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긴급하지 않은 회의나 보고는 영상이나 서면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가도록 여러 차례 상기시키며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에는 저녁은 물론 점심 약속도 다들 취소하고 점심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