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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돌] ‘12억1600만원’…국세청장의 압구정 아파트 값

서주영 편집인l승인2020.03.27 1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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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한 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 때 일이다. 한 인사청문위원(국회의원)이 “후보자는 강남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왜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고 묻자 후보자는 “대학교수를 사표낸 후 연구실이 없어지면서 많은 책을 보관할 곳이 없어 오피스텔을 샀다”고 말을 흐렸다. 그러자 청문위원은 “책을 보관하기위해 집을 4채, 5채나 가지고 있었나”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 국세청장 후보자는 문제없이 국세청장 자리에 올랐고,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최근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청와대 포함)들의 재산변동내역이 공개됐다. 많은 공직자들이 여전히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의 핵심참모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1채 이상은 팔아라’고 주문해도 꿈쩍도 안한 것이다. 또 팔겠다고 한 사람도 팔리지 않아서 아직 보유중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로 둘러대고 있다. 솔직하게 처음부터 팔 생각이 없었다고 하던지. 국민들에겐 조삼모사로 들린다. 결국 그 직을 유지하기 위해 속에 없던 말을 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김현준 국세청장의 경우 청문회 전 2채를 가졌으나, 청문회 직전 분당의 아파트를 팔았다. 그것도 시세보다 싸게였다. 여느 공직자들처럼 그 집을 팔지 않고 버텼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더 올랐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아마도 속이 쓰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팔겠다고 장담하고서도 아직도 팔지 않은 공직자들에 견주면 참 ‘괜찮은 공직자’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주택난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서울이다. 서울시민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겨우 42%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주택을 2채, 3채, 4채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될까. 공직은 유한하고 재산은 영원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집을 갖고 싶다면 공직에서 빨리 내려오는 게 낫다. 권력과 돈 모두를 취할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이 용인되고, 그것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공직자와 지도자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서주영 편집인  sejungilb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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