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세무대리업무 일체 달라는 변호사는 슈퍼맨!’이라는 글에서 필자는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 1%의 틈새를 통해 무한정의 사무장들이 공급되어 혼란과 파괴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법사위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3월 4일 박지원 의원(비변호사)은 “(세무업무를) 변호사가 하겠어요 사무장 채용해서, 오히려 비효율적이다”고 했다. 세무사법 개정 논란의 핵심을 정확히 보고 있다. 자격사가 자격증으로 고용 시장에서 장사를 하려고 하는 것을 박 의원은 정확히 짚고 있다. 역시 비변호사 출신 김종민 의원은 “(세무대리 업무를) 변호사는 안 한다. 변호사는 모른다. 단지 자격증만 가지고 실제 사무장을 고용해서 한다. 이게 제일 핵심 쟁점 아니냐!”면서 이건 윤리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지극히 당연한 의문과 주장은 입법 공백이 생기냐 아니냐, 변호사들의 협의를 받아 오라는 등의 논쟁에 묻히고 만다.

그렇다면 당시 법사위는 이런 주장을 왜 논의도 없이 묻고 가버렸을까? 필자가 추측하건대 (기획재정위원회 세무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검토보고서에도 명의대여 방지를 위해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고 다루어짐) 명의대여와 관련된 세무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므로 그로써 충분하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취급하면 명의대여가 문제인가? 아니다. 가장 문제는 세무를 모르는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취급하는 길은 오로지 직원들을 고용해서 처리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변호사의 직원은 세무업무를 대리할 자격사가 아니다. 즉 무자격자이다. 무자격자가 세무업무를 취급하면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넓게 보면 명의대여의 범위로 취급될 수 있으나, 명의대여와는 차원을 달리하여 처벌하기 곤란하다. 김종민 의원이 지적하였듯 ‘윤리적인 문제’이며, 박지원 의원의 일침과 같이 ‘비효율성’의 문제이다. 국민은 무자격자와 상담을 하는 순간 위험에 처하게 되며, 이런 형태를 허용할 것인가는 윤리적 문제이며, 그게 과연 국민에게 이익인가의 원시적 질문에 봉착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자격사에게 가장 많이 한 주장이 있다. 국민에게는 시장에서 경쟁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잖아요. 그러니 일단 변호사에게 세무 업무를 열어 주는 게 국민에게 유리해요. 세무업무를 아는 세무사와 모르는 변호사가 경쟁하면 누가 이길 것인가? 당연히 세무사를 선택할 것이니 걱정 없다고 하면서 최종적인 책임을 경쟁에서 도태한 자에게 부담시키려는 주장이다.

위 반론은 자격증 장사를 하려면 어떤 자격증이 가장 유리할까?라는 질문과 같다. 사대문(四大門)의 열쇠가 다르지만 만능키가 있다면 당연히 잘 팔릴 것이다. 법인 설립등기, 세무기장업무,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다면 가장 장사가 잘 되지 않겠는가. 법무사들은 등기(登記) 업무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아파트 집단등기에 있어서 하자소송이 유리하다고 일부 법무법인들이 잠식하였고, 전자등기는 로비력 좋은 대형 법무법인이 쓸어 갔다. 이렇게 만능키를 가진 변호사는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있게 된다. 변호사에게 독점을 인정하고 다른 자격사와 경쟁하라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니다. 국민은 세무 지식으로, 등기 경험으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서 자격사의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변호사를 올려 놓았기 때문에 세무도, 등기도 변호사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경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민의 사법(세무)접근권 및 선택권은 공정한 시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공정한 시장은 깨지고, 국민은 만능 자격증 ‘변호사의 직원’과 상담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이게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자격사들의 무한 경쟁을 통한 국민의 서비스 향상을 논하기 이전에 공정한 경쟁의 룰(rule)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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