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부터 본격화 된 코로나19 여파는 우리 경제의 판도를 많이 바꿔 놓고 있다. 식당에는 사람이 줄고,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숙박업소도 인적이 끊겼다. 급기야 정부는 긴급재난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자는 지난 30일 오후 수도권의 한 전통시장을 찾아봤다. 전통시장은 서민들이 생활필수품을 사고 파는 곳으로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를 측정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의류가게를 찾았다. 지난 2009년부터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여 사장은 “그동안 브랜드는 바꾸어도 꾸준하게 이 자리를 고수하며 장사를 하고 있는데, 현재는 2명의 직원 중 한명을 내 보내고 1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날 직원의 몸이 좋지 않아 쉬게 했다”면서 사장 혼자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나 어렵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적은 세무사에게 맡기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모른다면서 애써 매출의 손해와 이익을 말하기를 피했다. 그러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버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마도 이 사태가 9월까지는 가지 않겠어요?” 하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세무사와는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기장을 맡기고 있다고 했다.

무어라도 물건을 하나 사주고 싶어 이것저것 살펴보았지만, 기자가 찾는 것이 없어 그냥 제주산 과일인 천혜향 1박스를 사서 나왔다.

두 번째 들른 집은 양말과 속옷 등 잡화를 파는 가게였다. “요즘 많이 어렵지요? 얼마나 어렵나요?”라고 묻자, “많이 어렵습니다”고 했다. “그래도 밖에는 사람들이 많던데요?” 하니 “코로나 여파 이후 20% 정도 손님이 감소한 것 같습니다”했다.

전통시장 옥상 주차장에는 그리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빈곳이 많았다. 물론 이것이 어려움을 대변할 수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예전 같으면 주차장은 차들로 꽉 차서 주차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과일을 산 슈퍼에서 가서 주차권을 보여주니 1시간 무료주차 도장을 찍어준다.

다음은 서울의 한 역세권 건물에 세 들어 있는 한의원을 찾아 원장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점이 없느냐 물으니, “지난 2월부터 고객이 80% 정도 감소했다”면서 “직원 2명에 임대료 포함하여 한 달에 20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적자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한 달 월세가 관리비 포함 400만원 넘게 나가고 있어 현재는 적자지만 그렇다고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건물주가 상황인식을 갖고 스스로 임대료를 인하해주기는 어렵기에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소득세에서 일정금액 공제해주는 세정지원이 있다면 임대료 인하가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름대로 난국 타개의 해법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임대료 인하시 50%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수익금 중 40% 정도가 세금으로 나가고 있으며, 결국 돈 벌어 세금을 내는 역할만 하고 있지 않느냐. 북유럽의 경우 세금을 60% 정도 걷어도 그에 대한 충분한 혜택을 국민에게 주니 불만이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충분한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납세인식에 대한 부정평가가 많으며, 기업은 탈세를 당연시하고 유리지갑인 봉급자들은 자영업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솔직한 세심(稅心)전하기도 했다.

이어 경기북부에서 사업을 하는 한 대표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우리 기업은 다행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오는 5월이면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직간접적으로 들은 현장 목소리는 절절함이 배어있었다. 재난지원금도 좋지만 ‘할 수 있는 대책은 총동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의 뿌리인 서민,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먼저 무너지겠다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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