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변경 따른 공판준비기일…공소사실‧입증계획 확인

LG그룹 총수일가가 주식을 장내경쟁매매를 통해 거래하며 156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재무관리팀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이 23일 열렸다.

이날 검찰은 LG그룹 총수일가의 주식거래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 및 기교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고발공무원 및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반면 변호인은 한국거래소나 결제원 담당자의 평가를 통해 할증과세 회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들이 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윤강열)는 오전 9시 45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그룹 재무관리팀 김 씨와 하 씨 및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부 변경에 따른 입증계획 등을 논의했다. 구본능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LG재무관리팀 전·현직 임원 피고인 김 씨와 하 씨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장내경쟁매매를 통해 할증과세 대상인 특수관계인간의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156억 원의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본능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14명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지난 ‘19년 9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를 제기한 LG 사주일가의 주식거래는 장내 경쟁매매로서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며, 주식 체결률이 100%인 날이 없는 등 특수관계인간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LG사주일가 주식을 일정수준 유지하며 할증과세를 피하고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거래를 장내경쟁매매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매수한 것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며 “사주일가가 납부해야할 양도소득세 할증가액을 숨긴 이 사건은 특수관계인간 거래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본시장법에서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동시호가 매매를 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으며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 및 기교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된다는 사실을 1심 판결 이후에 확인했다”며 “이에 사건 고발공무원 2명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담당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는 원심에서 다룬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다시 다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금지하고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고발공무원을 비롯한 거래소와 결제원의 주식 전문가들에게 왜 기교에 해당하는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변호인은 “고발공무원을 비롯해 이미 검찰에서 조사를 마친 부분이다”며 “새로운 증인 신청은 원심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내용만 있을 뿐더러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이 어떻게 양도소득세 할증과세 회피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미 원심을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난 상태에서 한국거래소나 결제원 담당자의 평가를 통해 할증과세 회피를 판단한다는 것은 법관의 직무를 입증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어떻게 법률적 판단을 거래소 직원한테 묻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판사는 “김 씨와 하 씨를 비롯해 피고인들의 숫자가 많고 재판부 변경에 따른 쟁점을 정리하고자 한다”며 “양 측에 각각 40분의 시간을 주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해 간단한 구술변론을 듣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6월 23일에 열린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