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5개 호텔 7조원 인수계약 딜레마…인수 무산 될 듯

회사관계자 “매도자 중국 안방보험 계약당시 귀책사유 숨겨 계약해지 통고”

 

투자의 귀재로 불리며 금융업계에서 불패 신화를 낳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코로나19의 충격에 휘둘리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매각대금 7조원 규모 미국호텔 메가딜을 놓고 매도자인 중국 안방보험과 법적 분쟁에 돌입하면서 승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호텔인수건 및 아시아나 인수전 참여 등 기업 몸집 키우기에 열을 올리자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및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되자 “박현주 신화가 끝나는 게 아니냐”하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

◇7조원 호텔 인수계약 해지 돌입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이 현재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건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15개 호텔ㆍ리조트를 58억달러(계약 당시 환율 기준 6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계약에서다.

미래에셋은 이 사업에 총 2조6,000억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계열사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을, 미래에셋생명이 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에서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4조2,000억원은 미국 현지에서 담보대출 형태로 구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 아래 미래에셋은 지난해 이미 계약금 7,000억원가량을 지불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악재가 덮치면서 계약은 크게 꼬여 버렸다. 미래에셋이 안방보험에 약속한 호텔 인수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안방보험은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호텔 인수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계약은 4월 17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미래에셋 측에서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 측이 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에셋 측은 “채권금융(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당장 용이하지 않아 계약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달라”고 안방보험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이 호텔 등을 담보로 4조2,000억원을 미국 현지에서 대출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호텔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 측은 “안방보험이 제3자와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안방보험에 소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지난 17일까지 이런 상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매매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발생해, 다음 달 2일까지 문제 해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안방보험에 대금 미납 사태의 귀책사유가 있다는 주장인데, 그렇다 해도 이번 초대형 호텔인수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태다.

◇초대형 투자계약에 사전 점검 허술

금융권 일각에서는 “미국 호텔 산업이 내리막인데 미래에셋이 초대형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해 1월 미국 호텔의 객실 점유율(45.1%)은 1987년 이후 1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호텔들의 재산가치도 2007년 최고점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 안방보험도 이번에 매각하는 호텔들을 인수한 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애초 사들인 가격(55억달러)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58억달러에 미래에셋에 팔려고 한 것이다.

미래에셋 측은 미국 6개 주에 흩어져 있는 호텔 및 리조트들의 서류상 소유주가 안방보험이 아닌 타인 명의로 기재돼 있었던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에셋은 매도자 안방보험에 하자사항을 통고했으며, 안방보험은 현재 미국 6개 주에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7조원 가까운 대형 계약을 진행하면서 계약 당사자에 대한 기본 서류 사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유동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회사 측은 해명 보도자료 내놓았다.

◇중국 안방보험 호텔인수 관련 소송에 대한 미래에셋 입장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매도인 안방보험은 매수자인 당사에 인수 완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현지시각 27일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Delaware Chancery Court)에 제기했다.

실제 해당 거래는 2020년 4월 17일에 종결될 예정이었으나, 매도인 측에서 매수인이 요구하는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매매계약서 상 매도인의 위반사항이 발생했다.

당사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이후 실사 과정에서 거래와 관련된 특정 소송이 매도인과 제 3자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매도인에게 지속적으로 자료를 요청했으나 매도인은 소명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당사는 4월 17일 매도인 측에 계약 상 위반사항을 15일내 해소하지 않을 경우 매매계약서를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통지했으며, 현재 해당 기간이 종료되는 5월 2일까지 매도인의 문제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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