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당첨이 취소된 청약자에게 시행사가 위약금을 물게 하는 조항은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A씨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행사 등을 상대로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7년 부산 한 아파트 청약에서 1순위로 당첨됐으나, 기존 보유한 아파트에 대해 2016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것이 2018년에서야 신고되면서 당첨이 취소됐다.

청약자가 과거 5년 이내 다른 주택에 당첨되거나 기존 보유 아파트에서 정비사업이 시행될 경우 5년간 청약 1순위 자격을 상실하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행사 등은 A씨에게 "부적격 당첨이 됐으니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분양대금의 10%)을 위약금으로 귀속한다"고 공지했다.

A씨는 "계약이 해제됐으니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계약해제 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이에 대해 위약금을 내도록 한 것은 A씨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문가가 아닌 A씨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이뤄진 재개발사업의 조합원에게 1순위 청약 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를 모르고 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마련한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에 의하면 '기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계약 해제의 사유이지 위약금 지급 사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약서에 나온 '기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청약자가 어떤 경우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고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일반공급 1순위 자격 위반에 따라 공급계약을 취소할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 등 입주금과 융자금의 상환 원금 등 주택가격을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피고들은 이번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아파트를 다시 분양할 수 있어 별다른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A씨 측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한유의 문성준 대표변호사는 "시행사가 주택법령 규정과 달리 무자격 청약자로부터 위약금을 받는 조항을 공급계약서에 규정한 것은 일종의 부당한 갑질 행위"라며 "이번 판결을 통해 시행사가 부정 청약으로 분양권을 취소하면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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