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쯤 국세청 고위직 인사가 예정되면서 세정가가 귀동냥과 함께 술렁이고 있다. 국세청은 인사 관례상 고공단가급(1급) 자리나 지방국세청장에 임명된 후 1년가량이 되면 무조건 후진을 위해 명예퇴직을 하거나 자리를 옮기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여기에 해당하는 국세청 간부들은 서울국세청장과 부산국세청장, 대전국세청장, 광주국세청장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의 명예퇴직 여부보다 후임 서울국세청장에 어떤 인물이 낙점될 것인가다. 현재 세정가는 강민수 본청 징세법무국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본청에서 국장만 내리 세 번째다. 지금은 감사관까지 겸하고 있다. 그는 올 초 고위직 인사 때 중부국세청장 후보에 올라 혹독한 검증을 거쳐 최종 승인을 하루 이틀 남겨놓고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자리에는 이준오 조사국장이 임명됐다. 이 중부청장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출신이다. 그는 직전의 자리인 조사국장을 좀 더 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느닷없이 1급으로 승진하는 행운을 안았다. 조사국장 겨우 5개월 남짓하고 1급으로 승진한 것이어서 인사명령을 받고 멋쩍어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어쨌든 강민수 국장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국세청 내 부산‧경남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광주청장은 호남출신인데 부산청장은 부산‧경남출신들이 수두룩한데도 부산청장마저 비영남 출신을 보내더니 이번에는 강 국장이 PK출신이어서 대놓고 비토한 것 아닌가라는 통신이 SNS를 탔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작년 4월, 인천국세청이 개청했다. 개청준비단장으로 수개월동안 고생해온 이청룡 현 근로소득지원국장이 초대 인천청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봤다. 세간의 전망이었다. 솔직히 이런 관측에 아무도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러자 이청룡 국장 역시 PK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이 국장이 세대출신이어서 인지 국세청 내 중간 간부들의 주류를 차지한 세대출신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늘 고생은 세대출신들이 도맡고, 열매는 행시들이 딴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돌고 돌았다. 국세청 내에서 세무대출신으로서 최고참이된 이 국장은 지방청장은커녕 서울지방청 2국장을 거쳐 본청의 최고 한직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지원국장을 맡고 있다. 물론 그 자리를 그쳐간 선배인 김한년 씨의 경우 부산청장으로 임명되는 행운을 안은 경우도 있어 기대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로만 놓고 보면 세대후배들 입장에서는 속 쓰린 인사임에 분명해 보인다.

시간은 흘러 다시 고위직 인사시즌이 다가오면서 국세청 내 PK출신들은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는 말이 나온다. 강민수 국장이 서울청장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 이번에는 부산청장에 PK출신이 임명될는지, 이청룡 국장이 지방청장에 임명돼 세대출신들의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면서 기대를 숨기지 않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그런데 국세청 인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그간의 관례와 상식대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즉 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의 지연‧학연 등이 완전히 무시되고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차지하고서다.

문재인 정부 초기 한승희 서울청장이 초대 국세청장으로 임명되자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간의 상식대로라면 정권을 잡은 민주당 쪽의 호남출신이 하든, 대통령의 고향인 PK출신 중에서 임명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세정가는 현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갑자기 정권을 잡으면서 정권인수위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다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과 여건이 아니어서 국세청 내부 사람을 앉힌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출신이던,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출신 모두 국세청에서 짐을 쌌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세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김봉래 전 차장(경남), 두 번째 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이은항 전 차장(전남)모두 후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훌훌 털었다.

김봉래 전 차장은 청장직을 제의받았으나 고사(苦辭)했다는 말이, 이은항 전 차장도 후보자에 올랐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은 지역적이고 정권(호남)의 문제다. 그리고 대통령의 고향(거제) 출신(이청룡)이 한직을 면치 못하고 대통령의 고교(경남고), 대학(경희대) 출신들 역시 가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매한가지다. 임성빈 법인납세국장이 경남고 출신이다. 경희대 출신으로 고위직에 올랐던 사람은 서대원 전 차장이었다. 그의 퇴직 역시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는 말들이 나왔었다. 세정가 등에서는 한승희 차장 후임은 서대원 차장이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같은 대학출신에 대통령과 독대한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조직을 위해 희생을 많이 해온 관리자라는 평에서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서 차장은 할 만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방청장까지 한 후 2인자인 차장까지 올랐다는 보고서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방청장을 못했다. 당연히 헛소문이었지만 국세청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청와대 포함)에겐 진짜뉴스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는 명예퇴임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돌아가서 현재 국세청 내 PK출신 간부들은 강민수 징세법무국장, 임성빈 법인납세국장, 이청룡 근로소득지원국장, 김동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등이 지방청장 후보군에 포진해 있다. 다가오는 지방청장 인사에서 이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번에도 뭔가 찜찜하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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