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1527억원, `20년 우리나라 국방부가 쓰는 예산이다. 국회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50조원이 넘는 국방 예산은 올해가 처음이다. 작년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국가 전체예산 512조의 10%에 이르는 액수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세계 여느 나라보다 국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다. 그리고 지금은 전쟁(휴전)중이다. 그만큼 국방이 중요하고 예산 또한 많이 배정된다. 그런데 최근 북한과 철책을 마주하고 있는 최전선 GP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적이 우리 GP를 향해 총탄을 날렸는데 우리가 대응사격을 한 것이 22분이 지나서라고 한다. 32분 이야기도 나온다. 22분이든 32분이든 그게 그거다. 군 복무시절 북한군이 빤히 바라다 보이는 중부전선 DMZ에서 수색‧매복 작전을 수행해본 기자로서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귀가 막힌다. 적이 우리 동료, 국민을 향해 총을 쐈다면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배웠다. 상식적으로도 즉각 대응해야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이 왜 존재하는가?

장병들 복부기간을 단축하고, 월급을 올려주고 한 것이 이런 결과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하다. 물론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북한도 우리 동포이니 그들이 고의적으로 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으며, 대응사격을 늦게 했다고 둘러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격시스템이 고장이 나서 그렇다고 한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아마도 적으로부터 총탄이 날아오는데도 대응사격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즉 경계병사 위치에서 즉각 대응 판단을 못하도록 한 때문 아닌가 한다. 기자가 복무시절 경계병사였다면 무조건 ‘선조치 후보고’했을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어 영창을 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적과 마주한 최전선 장병이 할 일이라고 배웠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교육의 의무를 금지옥엽으로 여기며 배웠다. 그래서 그 의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했다. 왜?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위해서였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나라의 국방이 튼튼해야 국민이 편하게 살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많은 세금도 군말 없이 낸다. 군대를 운영하는 국방부 사람들은 그 세금이 왜 ‘혈세’라고 불리는 지를 정말 아는지 모르겠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12년 북한군 병사가 휴전선을 넘어 최전방 초소의 내무반 문을 두드려 귀순의사를 밝힌 ‘노크귀순’ 사건이 지금도 생생하다. 북한 병사가 2중으로 된 단단한 휴전선 철책을 뚫었다는 것도, 또 초소의 내부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경계가 실패했다는 것 자체도 믿기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이 얼마나 한심한 경계수준인가 말이다. 그런데 이번 GP사태를 목도하면서 이것이 지금 우리 군의 실정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편히 잠을 잘 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세금 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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