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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와 국제조세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l승인2020.05.20 1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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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국제적 조세회피에 대응한 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는 종전 국제조세의 주요 쟁점을 망라하면서 세계 모든 나라를 국제조세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BEPS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고정사업장 세제, 이전가격 세제 등을 비롯한 OECD 모델조세조약 개정, 주요국의 국내세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방지 목적의 조세조약 관련 조치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Multilateral Convention to Implement Tax Treaty Related Measures to Prevent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을 통해 조세조약 개정도 진행되었다.

한국은 2017년 6월 정부대표가 BEPS 다자협약에 서명하고 2019년 12월 국회비준 동의를 완료하였다. 2020년 5월 13일 OECD에 다자협약 비준서를 기탁하였고, 2020년 9월부터는 비준서가 발효될 예정이다. 한국은 모든 조약을 다자협약 적용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이행의무가 있는 규정(최소기준)을 중심으로 개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유례 없는 조세조약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와 관련, 여전히 Post BEPS로 불리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0년 1월 29~30일 개최된 OECD의 포괄적 협의체(Inclusive Framework, IF)는 2020년 말까지 디지털 세금에 대하여 국가간 합의를 위한 기본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Pillar 1은 새로운 과세권에 대한 통합접근법(Unified Approach)을 향후 협상의 근거로 제안하였으며, Pillar 2는 글로벌 최저한세와 관련된 OECD의 지속적인 검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조세 분야에서 BEPS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분은 관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단순히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온갖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수년간 정부역할이 확대되고 세계화는 퇴보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조세분야도 코로나19 위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2020년 개최하기로 한 IFA연차총회인 Cancun총회가 2022년으로 연기되었다. 대신 2020년 하반기에는 IFA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이 개최될 예정이다. 감염병으로 IFA연차총회에 참석자가 적게 올 것에 대해 걱정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현실화된 것은 유례가 없다.

2018년 서울총회의 경우 북핵문제로 IFA본부에서 연기문제를 검토한 적도 있었는데, 1년에 한번 있는 조세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연차총회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무사히 서울총회가 진행된 바 있다.

한편 OECD 조세본부는 2020년 들어 디지털 경제와 관련한 합의도출에 몰두하다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세제 및 세정분야에서 각국 조치를 공유하면서 역량을 모으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3일 발간한 “OECD Secretariat Analysis of Tax Treaties and the Impact of the COVID-19 Crisis”, 4월 10일 발간한 “Tax Administration Responses to COVID-19: Measures Taken to Support Taxpayers”, 4월 15일 발간한 “Tax and Fiscal Policy in Response to the Coronavirus Crisis: Strengthening Confidence and Resilience” 등이 그런 예다.

2020년 5월 4일에는 코로나19 위기 관련 조세분야 OECD Tax Talks를 개최, OECD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세분야에 대한 국제적 공조와 자료 제공을 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를 세계적인 팬더믹(pandemic)으로 선포한 후 OECD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조세지원 방법은 법인세의 경우 당해 영업손실 소급공제 적용, 코로나19 피해 업종 법인세 감면, 법인세 납부유예 및 분할 납부, 체납시가산금 감면 및 면제, 이자비용 등 비용인정 범위 확대, 고용주 부담분 사회보장세 납부유예 및 감면, 병가 등 유급휴가자 급여지불액 환급형 세액공제, 고용 인센티브 지급 횟수 확대(연 2회 → 매월), 가속감가상각 허용, R&D 투자비용 조기 세액공제 등으로 요약된다.

소득세의 경우는 소득세 환급, 소득세 및 사회보장세 납부유예 및 면제, 체납처분 중지, 코로나19 의료진 상여금 및 보조금에 대한 소득세 면제 등을 들 수 있다. 소비세의 경우는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및 조기 환급, 가산세 감면 및 면제, 특정 지역 및 업종에 대한 소비세 면제 또는 세율인하, 코로나19 물품(소독액·마스크 등) 세율 인하 및 면제 등을 들 수 있다.

재산세의 경우는 재산세 납부 유예 및 감면, 특정 업종(호텔·컨벤션·크루즈 등) 재산세 환급 등이 대응방안으로 제시됐다. OECD는 각국의 조세지원방안을 취합, 공유함으로써 코로나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조세분야까지 포함할 때 각국의 조세정책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국제조세분야도 고민해야 할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4월 3일 발간한 “OECD Secretariat Analysis of Tax Treaties and the Impact of the COVID-19 Crisis”가 이런 고민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정사업장 쟁점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근무하는 나라 이외의 국가에서 격리되고, 코로나19 사태 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그 국가에 고정사업장이 인정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고정사업장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재택 근무로 인해 직원들이 고용된 장소의 예외적이고 일시적인 변화가 고용주에게 새로운 고정사업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직원 또는 대리인이 집에서 계약을 일시적으로 체결한다고 해서 고정사업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로 건설현장의 많은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더라도 고정사업장 인정시 기간계산시 활동중단기간을 포함한다. 그런데 고정사업장이 인정 안되더라도 법인세 과세요건에 해당할 수는 있다. 과세권 행사와 관련하여 조세조약상 요건보다 국내법상 요건이 완화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무당국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납세자에게 과도한 세금부담이 되기 않게 국내법 기준 적용, 국내 신고 및 기타 지침의 적용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회사의 거주지국(실질적인 관리장소) 쟁점이다. 코로나 19 위기로 최고경영자 또는 임원이 이동이 어렵게 되어 회사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변경될 우려가 있다. 관련 국내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회사의 거주지가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실제로 조세조약상 법인의 거주지국이 변경되어서는 안된다. 최고경영자와 다른 임원이 있는 곳이 코로나19 위기로 바뀌더라도 이는 특별하고 일시적인 상황에 인한 것이고, 이 때문에 조세조약상거주지가 변경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여러 국가에 걸친 노동자(cross border workers) 쟁점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동안 직원을 유지하기 위해 급여 보조금을 제공한 경우 고용주로부터 근로자가 받는 소득은 OECD 모델조세조약 제15조 주석에 근거하여 고용되는 나라에 귀속되어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의 경우 근무했던 나라가 과세권을 행사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거주자 지위 변경 쟁점이다. 개인의 거주자 지위를 정하는 기준이 복잡하고 잠재적으로 영향 받은 개인이 많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조세조약상 거주자의 지위에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거주자 문제는 한국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동안 자가격리되고, 한국 입국이 금지된 경우를 생각하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에도 한국 기업에서 급여를 받았다면, 이탈리아는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지국으로 과세할 수 있을까하는 쟁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국제조세 분야에서 BEPS 프로젝트의 의미를 서두에 언급했지만, 디지털과세와 관련한 POST BEPS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OECD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디지털과세의 전망을 밝힌 바 있다. OECD, Tax and Fiscal Policy in Response to the Coronavirus Crisis: Strengthening Confidence and Resilience(15 April 2020), p.6 참조.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른 과세상 과제에 대한 대응, 다국적 기업에 대해 최저한세를 부담시키는 OECD의 pillar2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지털 서비스 이용 증가, 더 많은 재정수입 확보에 대한 필요 등은 OECD의 pillar1에 대한 합의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가간 교역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디지털 과세 논의 역시 국제무역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조세는 조세회피도 방지해야 하지만 기본은 국제적 이중과세 조정에 있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국제간 교류를 세금이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개방경제를 지향하면서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늘리는 경우에는 이런 정신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한국국제조세협회가 발간할 “2018 IFA 서울 세계연차총회 백서”(가제, 총괄 안창남 교수)에 실릴 예정이나 시의성을 고려하여 해당 기관의 양해를 구하고 칼럼 형태로 먼저 소개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sejung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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