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양도세 절세 거래 '끝물'…급매 소진 뒤 추격 매수 실종
'정비창 개발' 용산 인근과 구로 등 저가 아파트는 거래 이뤄져
"규제 느슨한 지방 아파트에도 투자자 관심 갖는 것으로 보여"

"보유세 등 절세 매물은 이제 다 팔려나가고 일반 매물만 남았네요. 급매물은 없는데, 호가에 사려는 사람도 없어 거래가 끊긴 상황입니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 내달 1일로 임박하고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료가 내달 말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 아파트값 하락을 주도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

4·15총선 이후 증가했던 급매물이 이달 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속속 팔려나가고, 일부는 증여 등 다른 절세 방법으로 돌아선 영향으로 보인다.

급매물 소진 이후 호가가 다시 뛰면서 추격 매수세는 주춤한 상태다.

다만, 서울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는 거래가 이뤄지며 가격이 오르고 있고, 수도권 인근 일부 지역도 거래가 많아지고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잠실 5단지 주공 아파트 단지 모습

◇ 보유세 절세 매물 '소진'…추격 매수 '주춤'

2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는 이달 들어 양도세, 보유세 등 절세 매물이 잇달아 거래되면서 초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3월과 5월 초 각각 16억원에 팔린 2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18억3천만∼19억5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현재 중층 이상은 19억∼20억5천만원 선에 형성돼 있어 1주일 전보다 호가가 최대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일부 집주인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려고 내놨다가 종부세 강화 방침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자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고 한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말 최고가에 비하면 아직 1억∼2억원가량 낮은 금액이지만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가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가가 뛰면서 추격 매수세는 주춤한 분위기다.

잠실의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찾는 전화가 한 두 건 걸려온 걸 제외하면 문의도 뜸한 상태"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눈치 보기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되면서 호가가 상승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2∼3월 20억3천560만원에 3건 거래가 이뤄졌다가 이달 들어 17억9천425만∼18억6천500만원에 급매물이 팔린 뒤 현재는 19억∼21억8천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18억원 선에 나온 저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집주인들이 18억5천만∼19억2천만원을 부르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음 달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보유세를 회피하기 위한 매물은 이제 정리된 상태"라며 "급매가 더 늘어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도 절세 매물이 대부분 소화된 뒤 매물이 들어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양천구 목동 일대 경우도 단지 내 갈아타기나 일시적 2주택 매물만 일부 있을 뿐 절세 급매물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절세 매물은 이제 거의 다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막판 절세 매물이 나올 수 있으나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급매물이 소화돼도 당분간 매매 가격은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용산 정비창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 '정비창 개발' 용산 일대 급매물 거래…구로 등 저가 아파트 매매 활발

한국철도(코레일) 정비창 부지 인근 개발 계획이 발표된 용산 지역은 급매물 중심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정비창 부지 인근 한강로동과 이촌2동의 13개 정비사업 구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 차단에 나섰지만, 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이촌역 주변 아파트들은 거래가 움직이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북한강(성원)아파트의 경우 이달 12일 전용 59㎡가 11억3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12·16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성원 59㎡는 대책 직전인 12월 14일 11억3천만원에 거래됐다가 대책 이후인 올해 1월 10억5천만∼11억2천500만원으로 거래됐고 이후 거래가 끊겼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인근 성원아파트나 이촌시범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의 반은 집주인들이 거둬들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거래되는 물건의 절반은 6월 말 잔금 지불 조건인 급매물"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 절세 매물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용산구 용산동5가에 있는 용산파크타워 주상복합 아파트는 정부의 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 다음 날인 7일 전용 124㎡가 21억원에 거래됐다. 12일에는 용산시티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전용 144㎡가 20억3천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용산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규제에 얼어 있던 용산 지역 부동산 거래가 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양도세 등 절세 이유로 6월 안에 팔려는 집주인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용산에 호재가 많아 그냥 가져가려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한강변 아파트 뒤편) 모습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소형 아파트 거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거래가 이뤄지면서 해당 지역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다.

구로구가 대표적이다. 구로는 한국감정원의 이달 18일 기준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조사에서 0.06% 올라 금천구(0.01%)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집값이 유일하게 올랐다. 구로구는 12·16대책 이후 서울에서 매주 가격이 오른 유일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구로 개봉동 현대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초 5억9천600만원, 6억원에 각각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가 6억원은 해당 평형 신고가다.

구로동 구로두산위브 전용 36㎡ 역시 15일 4억2천만원에 팔려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아파트 전용 36㎡는 2월 처음 4억원을 넘긴 후 가격이 오름세다.

구로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아직 집값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문의와 방문이 많고 거래도 많이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아파트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수도권 인근 지방으로 관심을 돌리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한국감정원 주간 조사에서 이달 들어서만 3주간 0.11%, 0.13%, 0.6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충북 충주시도 감정원 조사에서 이달 3주간 0.21%, 0.23%, 0.27%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청주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주 오창에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확정되는 등 기대감에 서울 등에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청주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규제가 느슨한 수도권 인근 지역 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르면 실수요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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