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톨社와 수년간 담합 혐의로 줄소송 당해
국내서 비슷한 전례있어…국격 훼손 책임 커

 

지난해 ‘착하게 돈 벌기’를 기치로 내세우며 사회적 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SK그룹이 최근 미국에서 기름 값을 조작해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로 캘리포니아 주 검찰과 주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돼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주미 한인언론 매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한국의 SK에너지와 네덜란드 비톨社가 기름 값을 담합, 휘발유 원료 가격을 조작해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혀 주민들을 대신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민들도 SK에너지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고, 제기된 집단소송이 8건에 이른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검찰과 주민들로부터 피소돼 요구된 손해배상액은 비톨社와 함께 연대해 최대 4억5000만달러(한화 5500억원)에 달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SK 측의 손배액은 최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앞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주한미군에 기름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유3사와 기름 값을 담합한 혐의가 적발돼 형사상 벌금 3400만달러, 민사 배상금 9038만달러 등 1억2438만달러(한화 1407억원)를 지난해 미국 정부에 납부한 바 있다.

당시 SK에너지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준법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철저히 운영하겠다”라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미국 본토에서 기름 값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SK의 입장표명이 빈말이었고, 벌려놓은 비리행위가 적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숨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SK의 미국내 기름 값 담합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에 SK에너지의 캘리포니아지역 석유거래 담당자를 세계 최대 정유업체 중 하나인 네덜란드 비톨社에서 10여년간 근무한 데이빗 니만을 고용했고, 니만은 당시 비톨의 담당자와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가격 조작을 하며 개인적 이익까지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니만과 비톨社와의 친분을 이용해 그해 10월 또는 11월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의 휘발유 등 석유거래에 상호협조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합의한 뒤 본격적인 가격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고, 이는 2016년 말까지 계속됐다고 캘리포니아 주 검찰이 소송장에 밝혔다.

특히 2015년 중반에는 캘리포니아 주 석유마켓에서 거래가격이 실시간 공개되지 않고 추후 자발적 신고하게 돼 있는 시스템을 악용해 양사가 합의하에 실거래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신고하며 가격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 등은 물론 식사와 술자리 등을 통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며 가격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프리미엄 휘발유의 원료인 알킬레이트 거래를 조작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으며, 만일 가격조작 혐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실제로는 석유마켓에서 경쟁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뒤로는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캘리포니아주 휘발유 값이 너무 비싸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주검찰이 2018년 6월부터 휘발유시장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밝혀졌다.

주 검찰이 지난 4일 “한국 SK에너지와 네덜란드 비톨이 기름 값을 담합, 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밝히면서 소송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SK에너지 등의 가격조작 시기는 2015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로, 갤런당 약 1센트, 1억50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 검찰의 소송은 미 석유시장자문위원회(PMAC)의 지난해 5월 15일 예비조사보고서, 진ㄴ해 10월 21일 최종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양사에 대한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제기한 것이다.

미국에서 부당이득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금이 부과되는 것을 감안하면 양사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배상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이며, 각 회사의 이득비율에 따라 배상금 부담액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에너지와 비톨社는 캘리포니아 주 검찰의 민사소송 외에도 소비자들로부터 줄 소송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기준 미연방법원에 제기된 SK 등을 상대로 제기된 기름 값 담합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8건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여러 나라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으며 위상이 높아진 즈음에, SK에너지가 미국에서 저지른 비리행위로 인한 집단소송에 처하자 대한민국 국격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국내에서도 전례가 있었던 바와 같이 향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될 가능성도 없잖아 있는 만큼 제기된 소송의 손배비율과 대책방안 및 책임문제 등에 대한 SK에너지 측에 취재 요청을 보냈으나, SK 측은 “소송 제기된 건에 대해 조사에 충실히 임하겠다”라며 “조사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는 짧은 메일 답변만 보내왔다.

정유업계의 한 유력 인사는 “SK가 국내에서 정유업계 1위 기업인만큼 당연히 국위선양에 앞장서야 함에도 국제적인 불미스런 소송에 휘말려 유감이다”라며 “이 사건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신뢰가 떨어질 것이 우려되며, 이미 진행됐어야 할 당국의 세무조사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로 국내 4대 정유사 중 부동의 1위 기업이다. 2018년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35조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2조4422억원을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각각 8286억원과 3751억원, 연결 당기순이익은 2018년도 8528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32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법인세비용이 각각 2640억원과 61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