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풍선효과' 군포·인천·안산·대전 규제지역 지정 검토
서울도 상승세 전환…9억 이하 주택도 대출 규제 강화 거론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도권 비규제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관측됨에 따라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인천 연수구와 서구, 경기 군포시, 안산시 단원구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편입될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느슨한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한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1일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비규제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포착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부동산 대책에 담길 수 있는 모든 카드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집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인천과 군포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주택 동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 군포·인천 등 조정대상지역 지정 검토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 투자 수요가 몰려들어 주변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곳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격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국감정원 집값 통계를 보면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 1위는 군포시로 3개월 새 9.44%나 올랐다.

군포시는 현재 비규제지역으로, 최근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발표와 일부 단지 리모델링 추진 등 호재를 안고 집값이 많이 올랐다.

인천(3.28%)에서는 연수구(6.52%), 서구(4.25%), 남동구(4.14%) 등 일부 구에서 집값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인천도 비규제지역이면서 GTX-B 노선 등 대중교통이 확충되면 주거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안산(3.97%) 단원구(5.73%)에서도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은 중요한 지표다.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할 때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해당 시·도 물가상승률의 1.3배가 넘는 곳을 우선 가려내고, 다시 청약경쟁률이나 분양권 전매거래량 등을 보기 때문이다. 물론 정성적 평가를 거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량적 요건만으로 규제지역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들 지역에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은 것은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시 등 규제지역의 강력한 대출 및 세제 규제를 피해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2월 20일 풍선효과를 보이던 수원과 안양, 의왕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 바 있으나 이후 풍선효과가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8월부터 분양권 전매금지가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인천 등지에서는 투자수요가 몰려 '청약 광풍'이 일고 있다. 분양시장의 과열은 기존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기존 조정대상지역 중에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구리시(7.43%), 수원 영통구(5.95%), 권선구(5.82%) 등지가 있다.

집값 과열이 계속되면 투기과열지구로 격상될 수 있는 후보지다.

지방에서는 대전(2.63%)과 세종시(6.14%)에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인다. 세종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대전은 규제지역이 아니다.

정부는 앞서 수원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을 때 집값이 많이 오른 대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충북지역에서 방사광가속기 유치 호재로 인해 집값 상승세가 있어 국토부는 정밀 모니터링을 벌이고 있다. 3개월 집값 상승률로 봤을 때는 상승세가 크지는 않다.

◇서울 집값 상승세 전환…더 강한 대출 규제 나오나?

서울에서도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5·6 공급대책을 통해 용산 정비창을 개발해 아파트 8천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발표됐고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개발 사업과 현대차그룹의 강남구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속도를 내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급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상승하면서 3월 둘째 주(0.02%) 이후 1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송파구는 0.05%, 강남구는 0.02% 오르며 상승 전환됐고 서초구와 강동구도 하락세를 마치고 보합세를 보였다.

정부가 작년 12·16 대책을 통해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시가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자 상대적으로 규제의 끈이 느슨한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 9억원 가까이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할지도 주목된다.

구로구, 중랑구 등 서울 강북에서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 위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췄는데, 대상지를 더 넓히거나 LTV 비율을 더 낮추는 방안이 가능하다.

강남권 주택 가격 상승세에 대응해 주담대가 원천 금지된 주택의 가격 기준을 15억원에서 더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저금리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더욱 강력한 대출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총선 때 정치권에서 제기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 방안에 대해선 정부로선 응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 외에 주택 마련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과 관련한 규제 대상을 넓히거나 강도를 높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지금으로선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에서 6억원 이상 집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을 살 때는 신고서와 함께 증빙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잠실 MICE 개발로 인해 송파구 등지 부동산이 과열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은 이 지역에 대한 주택 실거래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본격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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