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말 김현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자리이다.

누가 그를 흔들었나. 청와대일까, 정치권일까, 아니면 내부일까. 최근 세정가는 김현준 국세청장의 교체설로 오뉴월 땡볕보다 더 뜨겁다. 교체 소식이 들린지 며칠이 지나면서 ‘왜’라는 물음은 사라졌다. 들으려 해봤자 ‘청장이 너무 실무형이었다’라는 소리 외에는 나오는 게 없다. 그러자 ‘청장이 이렇게 1년 만에 바뀐다면 새로운 사람이 와도 또 바뀔 텐데~ 령이 서겠느냐’는 걱정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청장이 누가 되든 ‘공무원이 업무 매뉴얼대로 시키는 일만 하면되지’라고 하겠지만 국세공무원과 일반공무원의 업무 강도(국민의 재산권 침해행정 측면)는 다른 면이 있다. 그들은 또 조세정의의 파수꾼이라는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자부심 없이 하루하루를 때우듯 일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대목이다.

그러면서 이번 국세청장의 교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권력기관장 교체라는 프레임’이라는 이야기에는 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의 재정조달이라는 막중한 일을 넘어 ‘조세정의가 바로서야 사회정의가 바로선다’라는 조세정의의 파수꾼이라는 태산 같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국세청 사람들로서는 차마 생각조차 하기 싫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의 수장이 검찰총장 인사의 ‘들러리’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부이야기로 옮겨간다. 최근 발생한 감사관실 사건이다. 조직을 관리하려다 보면 직원들의 일부 일탈 행위를 누적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전적으로 이번 청장 교체의 사유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이 사건을 청장의 지휘권과 결부시켜 조직장악력에 흠집을 만들어 누군가 흔든 것 아니냐는 기자로서의 합리적 의심이다. 지방청장 1년이면 후진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명퇴서를 제출하고 마무리하던 국세청만의 오랜 관행에도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고 전해지는 대목에서의 의심이다.

누가 그랬을까. 현 청장이 물러나면 당장 이득을 보는 사람일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가 이득을 보지 못하고 제삼자가 ‘어부지리’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의심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라면 참 서글프다. 겨우 1년 남짓인 국세청장 자리에 한번 올라 보겠다고 2만여 명이 죽어라 일하는 국세청 조직 전체를 흔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흔들었던 사람들의 뒤끝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앞으로라도 제발 흔드는 일만은 하지않았으면 한다. 정의를 입에 달고사는 진정한 국세맨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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