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주주 고통 분담 없이는 기업 지원 불가" 일침

마힌드라 "매각보다는 유상증자" 의지 불구 매각설 '솔솔'

'Korean Can Do’ 의미를 담은 코란도를 내놨던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주인을 내준 뒤 또다시 '부도냐 새 주인 찾기냐'하는 기로에 서 있다.

2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월부터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기업 회생을 위한 실무 협상을 계속해 왔다. 결론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마힌드라의 의지가 불투명하다”로 가닥이 모아지면서 새주인 찾기를 모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악의 경우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은 뒤 제3자에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만 해도 쌍용차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마힌드라 그룹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80% 이상 줄어드는 등 적자 상태가 심각해졌다. 적자 대부분이 쌍용차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3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인도 전역이 봉쇄되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쌍용차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3414억원을 기록하자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초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룹 전체의 적자가 심해지면서 400억원 특별자금 지원 외 대규모 자금 투입이 어려워졌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에만 9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는 지난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대주주 고통 분담 없이는 기업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정해 놓은 이상 지원 명분 없이 쌍용차를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달 중순 마힌드라가 밝힌 '새 투자자 모색'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매각의 뜻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힌드라가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본다"며 "대주주의 고통 분담 의지 없이 기업 지원은 불가하며, 고용문제에 앞서 특혜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지원 방침이 불분명한 마힌드라 대신 새로 인수할 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정부나 채권단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쌍용차의 매각가 전망치는 마힌드라 보유 지분 약 2000억원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친다면 2500억원 안팎이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74.65%의 현재 가치는 2226억원으로,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인수할 때 들어간 5570억원 대비 3344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외에도 회사채 인수 954억원과 5월 집행한 차입금 형태의 특별 지원금 400억원을 포함하면 누적 투자금액은 7000억원에 달하고, 회사채와 차입금 상환마저 불가능하다고 보면 예상 투자손실액은 4700억원에 육박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대주주 마힌드라에게 책임을 다 해주길 당부하면서 쌍용차에게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쌍용차의 경영 상태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빌려준 기존 대출의 만기는 연장해줄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선 당장 다음 달에 만기가 도래하는 산업은행 차입금 900억원에 대해 일부 상환 조건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금 1900억원 대부분은 담보가 있는 대출이어서 급하게 회수해야 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통을 분담할 새로운 대주주가 나선다면 신규 지원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따라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잠재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매각 관련 현재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국내외 잠재 투자자들에게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 지분의 매각 계획이 없고,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걸 지원한다는 기존 방침이 유효하다”고 쌍용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가 지분 매각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새 공동 투자자를 물색하여 외부 자본을 확보한 후 쌍용차를 회생시키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마힌드라가 공동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새로운 주인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쌍용차가 노사관계, 신차개발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부끄런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내려놓지 않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마음으로 노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협의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해 쌍용차 인력 구조조정 등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는 아직까지 전기차를 한대도 내놓지 않고 있어 시장에서 경쟁에 뒤쳐질 위기에 처해있다.

업계에서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쌍용차가 위기의 본질을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쌍용차가 코란도, 무쏘 같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놨던 만큼 미래에도 스스로 생존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954년 태동한 쌍용자동차가 현재의 '쌍용' 이름을 가진 것은 1986년 쌍용그룹이 인수하고 나서다. 이후 1998년 대우그룹,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넘어가는 등 존폐 위기를 반복하면서 주인이 바뀌는 잔혹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총매출액 3조6324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2819억원, 당기순손실 34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분기 매출액 6492억원, 영업손실 986억원, 당기순손실 1935억원을 기록했고, 1, 2분기를 합친 누적실적은 전년에 비해 내수 -34.8%, 수출 -21.4%을 기록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4.5%의 매출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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