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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국세청장의 영전(榮轉)이 사라졌다

유일지 기자l승인2020.07.02 0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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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역사 속 국세청장(차관급), 장관급으로 영전 ‘관례’

최근 10년 간 국세청장 중 영전 사례 ‘단 한명도 없어’
잡음 없이 국세행정 이끌어 왔지만 1년 만에 교체까지

 

국세청 근무 25~30년.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국세행정에 몸담은 이들 2만여 국세공무원 중 단 1명만이 국세청장을 지낼 수 있다. 물론 국세청장은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대통령의 임명으로 가능한 자리다보니 반드시 국세청 내부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하늘의 별따기보다 앉기 어려운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장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국세청의 사령관이자 대한민국 국세행정을 책임지는 ‘국세청장’을 지내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는지 세정일보가 되짚어 보았다.

국세청은 1966년 발족했다. 당시 700억 원의 세수를 거두어들였던 국세청은 54년의 역사가 흐른 2019년 현재 293조5000억 원을 거두는 국가 조직 중 없어서는 안 될 핵심조직으로 거듭났다.

이렇듯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국세청이지만 청장 자리가 임기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정권이 바뀌면 교체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교체되는 역사를 밟아왔다. 이번에도 청와대에서 국세청장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별다른 문제없이 국세청을 잘 이끌어오던 현 김현준 국세청장이 재임 1년 만에 교체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세정일보는 국세청 발족 후 총 22명의 국세청장 중 현 김현준 청장을 제외하고 21명의 청장들이 공직생활 마감 후 어떤 삶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21명 중 10명(48%)의 청장은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최근 10년 사이 국세청장의 영전가능성은 ‘0%’, 즉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보자. 당시 시대상황상 국세청장이라는 자리가 비교적 공을 쌓기 좋은 자리였던 만큼 국세청장 역임 후에는 세수확보의 공로를 인정받아 장관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관례처럼 이어졌었다.

초대 이낙선 국세청장을 비롯해 고재일 청장, 서영택 청장이 건설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이낙선 청장의 경우 건설부장관 역임 후 롯데그룹에 영입돼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상사 회장, 호텔롯데 사장 등 재계에서도 활약했다.

안무혁 청장과 성용욱 청장은 안기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안무혁 청장의 경우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성용욱 청장은 국가안전기획부 제1차장으로 임명됐다. 성용욱 청장의 경우 곧바로 안기부로 옮긴 것은 아니며, 국세청장 재임 시 부인이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 청장직에서 물러났고(무혐의처분)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대에서 교환교수 활동을 하다 중용된 케이스다.

군사정부에서 오정근 청장과 김수학 청장만이 영전하지 않았으며, 오정근 청장은 제9대 국회의원(유신정우회)을 역임하며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군사정부가 막을 내린 후에도 국세청장은 장관직으로 영전했다. 임채주 청장을 제외한 추경석, 이건춘, 안정남 청장이 모두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는데, 임채주 청장이 영전하지 못한 이유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세풍사건’ 때문이었다.

세풍사건은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국세청이 현대, SK 등 23개 대기업으로부터 166억원의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 모금한 사건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임채주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고한다고 말하는 등 임 청장은 세풍사건으로 인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안정남 청장의 경우에는 건교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부정축재 의혹 등이 불거져 23일 만에 사퇴했고, 자연스레 다음 대의 손영래 청장은 장관직으로 영전하지는 못한 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손 청장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국세청의 흑역사를 썼다.

세풍사건을 비롯해 국세청장들이 각종 비리와 뇌물수수 등 끝없는 잡음을 몰고 다니자 이때부터 국세청장의 ‘영전’ 관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정도면 국세청장을 무사히 마치는 것만 하더라도 다행일 정도로 비춰졌다.

안정남 청장 이후부터는 외부인 출신의 이용섭 청장과 백용호 청장만이 영전했으며 내부인 출신 중 그 누구도 장관급으로 영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외부인 출신의 이용섭 국세청장은 2년간 국세청장직을 무사히 역임하고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까지 승승장구했으며 무사히 임기를 끝내고 제18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까지 발을 디디며 승승장구했다.

두 번째 외부인 출신이자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 출신의 백용호 청장은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하향인사로 들어와 1년간 국세청장을 역임하고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다시 영전해 자리를 옮겼다.

그 사이 이주성 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 전군표 청장은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 한상률 청장은 학동마을 그림로비‧성탄절 골프회동 등이 불거지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다 이현동-김덕중-임환수-한승희 청장까지 국세청의 쇄신, 공정과 청렴 등을 가치로 내세우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모두가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밟아온 발자취 때문인지 영전의 영광은 그 누구도 얻지 못했다.

이현동 청장은 2년7개월 재임, 김덕중 청장은 1년5개월 재임, 임환수 청장은 2년10개월 재임, 한승희 청장은 2년간 재임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해 사정기관장 교체를 단행하며 국세청장까지 교체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김현준 국세청장의 재임기간은 약 1년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짧은 시간 청장직에 앉아있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청장이 된다.

한편, 이현동 청장의 경우 MB정부에서 국가정보원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뒷조사하는 국정원 공작에 관여하고 대북공작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1심과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유일지 기자  salix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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