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의 한 세무서를 방문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한 여성납세자에게 “어떻게 오셨어요?” 물으니, “세금이 너무 많다. 미용실 하는 딸 대신 세금을 내러왔는데, 1년에 6번이나 세금을 내야한다. 한 번에 60만원 넘게 낸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 힘들게 돈을 버는데 세금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이다. 기자가 “그래도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많다는 얘기로 들립니다”하니 멋쩍게 웃으며 세무서를 나선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세무사에게 올해 소득세로 300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빚을 내어 세금을 낼 형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환자도 거의 없는데 걱정이다”라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납세현장은 소상공인과 직장인 그리고 중소기업인까지 ‘경제는 어려운데 세금이 너무 많다’는 하소연을 놓지 않는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라는 새로운 여건이 경제를 더욱 어렵고 하고 있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이러한 세금에 대한 불만이 납세저항으로 이어질까 노파심이 생겼다.

역시 수도권의 한 세무서장은 최근 국회에서 처리된 35조 추경안에 대해 “정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니 도서를 배달해주는 사람에게 월 180만원을 6개월 동안 준다니, 어렵게 거둬들인 세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겁니까?”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아무리 익명이라고 하지만 세무서장이 기자에게 대놓고 이렇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사례는 수십년 기자생활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최일선에서 힘들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세무서장으로서 정부 재정에 대해 꼭 필요한 곳에 세금을 썼으면 하는 걱정에서 하는 하소연이자 또 그만큼 세금을 거두기 힘들다는 심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왠지 공감이 들었다.

한 때 우리는 증세와 감세 사이에 어느 것이 성장에 유리하느냐를 두고 여야 간, 학자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미국의 경우 정치인들이 무리한 감세정책을 하는 바람에 재정적자가 커졌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감세와 적당한 증세만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사태라고 해도 무리한 재정의 지출은 우리의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어 결국 빚으로 재정을 메꾸는 것이 반복되고, 그 빚은 후손들이 떠안아야 할 또 다른 문제로 남게 된다. 마치 개인이 카드 돌려막기 하듯이 말이다. 이럴 경우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결국 개인이던 국가이던 파산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어떠한가.

재정건전성은 정부의 채무가 전체 경제 규모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채무의 합인 국가 채무가 GDP 대비 몇 % 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국가 채무가 낮더라도 잠재적 정부의 채무가 크면 재정이 건전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국가 채무 비율이 높더라도 생산성이 높고 잠재성장률 재고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제정지출을 늘린다면 단기적으로 국가 채무는 증가하지만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위기극복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등 재정건전성 지표가 악화되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간한 월간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764조 2000억원으로 4월말 대비 17조 900억원 증가했다. D2기준으로 GDP 대비 40%가 넘는다. 물론 OECD 가입국가 평균은 110%로 한국이 아직은 낮은 편에 속하지만, 지방정부 및 공공부문 결산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지표에 해당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77조 9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5월 누계 기준 최대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코로나여파 등으로 인해 수출이 감소되고 국내 소비가 줄어드는 등 국내외 환경이 어려워 일선 세무서에서는 내년 세수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해 대비 얼마가 감소할지 추정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일선세무서장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2021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10%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는 캐나다와 영국 등 지출검토제도의 운영을 통해 다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도 포퓰리즘에 재정을 지출할 것이 아니라 정부안에 대해 좀 더 세심히 살펴 불필요한 지출을 선별하는 노력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어떤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32개국의 재정건전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재정건전성 지수(IFS)는 2010년 0.98, 2019년 1.04로 10년간 OECD 순위가 14위에서 26위로 12계단 내려앉았다. IFS는 경상성장률, 국가채금리, 기초재정수지 비율 및 국가채무비율 통계 등에 기초해 계산되며 값이 작을수록 재전건전성이 양호하다. 지수가 1보다 크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우리로서는 노란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재정건전성 갭이나 경기조정 기초재정수지 비율, 성장률, 순채무비율 등 모두에서 떨어졌다. 여기에 앞에서도 지적했듯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지출을 더 많이 했다는 얘기로 세출이 세입을 넘으면서 빚이 쌓이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자체단체나 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국가채무는 연간 20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가채무비율이 마지노선인 40%가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사업으로 인해 버려지는 예산은 또 얼마나 많은가. 수많은 축제, 행사 등 이벤트 그리고 사업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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