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2008년 중순경 또는 2009년 초순경부터 2011년경까지 소외 1, 소외 2(이 ‘소외 1 등’이라 한다)에게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변제기 3개월 이내, 이자 원금의 10%로 정하여 돈을 반복적으로 대여하였는데, 그중 2010년경까지 대여한 돈에 관하여는 소외 1 등으로부터 대여원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자를 더한 원리금을 지급받았다.

나. 피고들은 2012. 5. 29.경부터 2012. 6. 5.경까지 원고들이 지급받은 이자와 관련하여 원고 1에게는 2009년,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각 2008년 내지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하였다(이하 ‘당초 처분’이라 한다).

다. 이에 원고 1, 원고 2, 원고 4, 원고 5는 피고 성동세무서장, 의정부세무서장, 북전주세무서장, 남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당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각 소를 제기하였고, 각 소송계속 중 원고 1은 2013. 6. 12., 원고 2, 원고 4, 원고 5는 2013. 6. 18. 소외 1 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이자 발생의 원인이 된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다음,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각 재판부는 소외 1 등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각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각 판결은 2014. 12. 11.부터 2015. 7. 25.까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이라 한다).

라. 한편 소외 1 등은 2008. 초순경부터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한 후 다른 차용금 등으로 기존 차용금 등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수법으로 돈을 융통하던 중, 2011. 9.경부터 2011. 11.경까지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등을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는 사실로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각 판결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각 형사판결’이라 한다).

마. 원고 1은 2015. 6. 1., 나머지 원고들은 2015. 5. 21. 각 소외 1 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2015. 6. 12. 피고들에게 당초 처분에 대한 각 경정청구를 하였다.

바. 피고들은 2015. 6. 29.부터 2015. 8. 13.까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 등을 이유로 원고들의 각 경정청구를 각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이미 행사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을 그에 대한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다시 행사하는 것이 확정된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결의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지 여부 등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17. 8. 16. 선고 2017누33413 판결)

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의 위임을 받은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에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들고 있다. 이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22379 판결 참조), 개별 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그 적용 범위를 함부로 제한할 것이 아니다.

나. 이 법원이 인용하는 제1심 판결에서 든 증거들 및 갑 제7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 1의 2015. 6. 1.자 취소의 의사표시, 나머지 원고들의 2015. 5. 21.자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은 모두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고, 원고들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의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인 2015. 6. 12.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이 취소되었음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

① 소외 1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미술품 전시기획ㆍ판매업체인 ‘○○아시아’를 설립하여 운영하였던 사람이고, 소외 2는 소외 3의 이모이다. 소외 2는 2008. 1. 무렵부터 원고들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소외 1의 미술품 거래자금을 빌려주면 대기업들에 주문받은 그림을 공급하고 받는 현금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에 속은 원고들이 소외 2에게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면 이를 소외 1에게 송금하였으며, 소외 1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금원 대여자로부터 받은 차용금을 가지고 마치 미술품을 거래하여 수익이 남은 것처럼 이자를 더한 원리금을 소외 2에게 송금하여 다시 원고들에게 이를 변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금전 거래를 하였다. 그러나 소외 1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소외 2가 모아온 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적이 거의 없었고 실제 구입한 미술품 역시 이를 다시 되팔아 이익을 남긴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소외 1 등은 위와 같이 원고들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모두 다른 대여자에 대한 차용금을 변제하고, 또 다른 대여자로부터 받은 차용금을 이용하여 원고들에 대한 차용금을 변제하는 등 소위 ‘돌려막기’ 방법으로 금원을 융통하였다. 소외 1 등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2008. 1. 무렵부터 2011. 11. 7.까지 사이에 총합계로 원고 1로부터 00,000,000,000원, 원고 2로부터 0,000,000,000원, 원고 3으로부터 0,000,000,000원, 원고 4로부터 00,000,000,000원, 원고 5로부터 00,000,000,000원을 각 편취하였다.

② 소외 1 등은 원고들로부터 돈을 차용할 당시 원고들의 돈이 단기간의 미술품 전매가 아니라 미술관 건립 등 장기간의 사업에 사용된다는 사정과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수익금이 미술품 판매 수익금이 아닌 다른 투자자들의 대여금으로 지급되는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아니하였다. 원고들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③ 소외 1 등은 위 ①항과 같은 범죄사실(다만 2011. 9. 무렵 이후에 지급된 차용금에 관한 부분만 기소되었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각 징역 5년의 유죄판결 및 사기죄로 각 징역 6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무렵 그 판결들이 확정되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10. 17. 선고 2014고합00, 000(병합), 서울고등법원 2015. 4. 9. 선고 2014노0000 판결, 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5도0000 판결, 청주지방법원 2016. 6. 22. 선고 2016고단000 판결].

④ 이에 원고 1은 2015. 6. 1., 나머지 원고들은 2015. 5. 21.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금전대여계약 취소통지서(갑 제2호증)를 소외 1 등에게 발송하였고, 그 통지는 그 무렵 소외 1 등에게 도달하였다.

⑤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의 취소에 따라 원고들이 소외 1 등에게 반환하여야 할 이자 상당의 부당이득액은 소외 1 등이 원고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투자원금 상당의 부당이득액에 미달하여 원고들의 투자원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부터 사실상 공제되었다(다만 원고 3의 경우 소외 1 등으로부터 00,000,000원을 초과 회수하였다).

다.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① 피고들은,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2013. 6. 무렵 당초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에서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을 취소하였으므로(이하 이를 ‘1차 취소권 행사’라 하고, 2015. 6. 무렵의 취소권 행사를 ‘2차 취소권 행사’라 한다) 나머지 원고들의 후발적 경정청구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의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을 넘겨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머지 원고들이 선행소송에서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소외 1 등의 기망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 주장이 모두 배척된 점[서울고등법원 2014누40793 판결(원고 2), 대법원 2014두40845 판결(원고 1), 전주지방법원 2013구합953 판결(원고 4, 5)], 당초 처분이 적법하다는 위 선행판결들이 확정된 이후 이 사건 각 대여계약과 관련하여 소외 1 등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점(2015. 4. 13. 소외 1에 대하여, 2015. 6. 24. 소외 3에 대하여 형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피해자 원고 2에 대한 사기 범죄사실에 관하여 2016. 6. 22.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소외 1 등은 피해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지 못한 2011. 9. 무렵부터 2011. 11. 무렵까지의 대여계약에 관해서만 기소되었으나 위 형사판결에서도 소외 1 등이 2008. 1. 무렵부터 편취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을 체결하였음이 인정된 점, 소외 1 등은 위 형사소송 과정에서 편취 범의가 없었다고 다투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나머지 원고들의 1차 취소권 행사는 소외 1 등의 기망을 증명하지 못하여 결국 취소권 행사요건을 결한 부적법한 것으로서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고, 소외 1 등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된 이후 원고들의 2차 취소권 행사로 인하여 비로소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이 취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나머지 원고들의 1차 취소권 행사를 기산점으로 하여 경정청구의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② 피고들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에서는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외 1 등의 기망은 이 사건 각 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존재하던 사유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계약의 취소로써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상 계약의 취소는 무능력, 착오, 사기・강박 등 법률행위의 성립과정에서의 하자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서 따로 후발적 사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란 ‘해제’만을 수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취소’까지 수식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③ 피고들은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당초 처분에 불복하여 선행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소송과정에서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의 취소를 공격방어방법으로 주장하였으므로 이 사건에서 다시 이 사건 각 대여계약이 취소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행소송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고, 이 사건 소송은 원고들의 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으로서 그 소송물을 달리하므로 선행소송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58991 판결)

가. 피고 성동세무서장, 의정부세무서장, 북전주세무서장, 남원세무서장의 각 상고에

대한 직권판단(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1)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존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9다카23329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3892 판결 등 참조). 한편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 할 것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 8. 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 1, 원고 2, 원고 4, 원고 5의 각 해당과세기간 귀속 각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한 각 대여계약의 취소는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행사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이므로, 위 원고들이 다시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위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청구는 이와 모순 없는 판단을 하기 위하여 기각되어야 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다르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 이를 배척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결과,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피고 분당세무서장의 상고에 대한 직권판단(원고 3에 대하여)

(1) 구 국세기본법(2015. 12. 15. 법률 제13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및 그 위임을 받은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6. 2. 5. 대통령령 제269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2 제2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들고 있다.

그런데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 3의 소외 1 등과 사이의 각 대여계약에 대한 취소권 행사에 따라 그에 따른 각 이자소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의 이 사건 각 거부처분 중 원고 3에 대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의 판단과 같이 원고 3이 2015. 5. 21. 소외 1 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1 등에게 위 각 대여계약에 따른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위 원고의 담세력이 있는 2008 내지 2010년 귀속 각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원고가 소외 1 등으로부터 수령한 각 이자를 소외 1 등에게 반환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본 다음, 위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자소득의 존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기판력 관련

확정판결의 기판력이라 함은 확정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법률적 판단의 내용은 이후 그 소송당사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이므로 동일한 사항이 소송상 문제가 되었을 때 당사자는 이에 저촉되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법원도 이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기속력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경우 적극당사자(원고)가 되어 주장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소극당사자(피고)로서 항변하는 경우에도 그 기판력에 저촉되는 주장은 할 수 없다.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는 그 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것, 즉,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그 자체에만 미치는 것이고 판결이유에 설시된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756 판결 등).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행정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18조가 규정하고 있는 ‘기판력’이란 기판력 있는 전소 판결의 소송물과 동일한 후소를 허용하지 않음과 동시에,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 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용을 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두48235 판결). 다만. 이러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에만 미치고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예를 들어 매매계약의 무효 또는 해제를 원인으로 한 매매대금반환청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은 그 매매대금반환청구권의 존부에 관하여만 발생할 뿐, 그 전제가 되는 선결적 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의 무효 또는 해제에까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다55698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19083 판결 등).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및 시적 범위와 관련하여, 기판력은 그 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에 관하여 미치며(대법원 1996. 11. 15. 선고 96다31406 판결,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25521 판결 등), 확정된 종국판결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전에 발생하고 제출할 수 있었던 사유에 기인한 주장이나 항변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차단되므로 당사자가 그와 같은 사유를 원인으로 확정판결의 내용에 반하는 주장을 새로이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다3116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두44288 판결 등).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미치는 것이므로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전소와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후소에서 전소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하고 있던 공격방어방법을 주장하여 전소 확정판결에서 판단된 법률관계의 존부와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고, 전소에서 당사자가 그 공격방어방법을 알고서 주장하지 못하였는지 또는 알지 못한 데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묻지 아니한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80다473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24847, 24854(병합)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79968 판결 등]. 다만, 변론종결 후에 새로 발생한 사유가 있어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판력의 효력이 차단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란 새로운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가 있다거나 새로운 법적 평가 또는 그와 같은 법적 평가가 담긴 다른 판결이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은 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와 같은 사유는 원칙적으로 사실관계 자체가 변론종결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고 다른 사건의 판결 이유에서 전소 판결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를 달리 인정하였다는 것은 변론종결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0다42259 판결). 법률이나 판례의 변경(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법률의 위헌결정(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다28017 판결), 기초가 되었던 행정처분의 변경(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와 관련하여 확정판결은 당사자,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의 승계인) 또는 그를 위하여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나. 직권조사사항 관련

직권조사사항이란 당사자의 주장이나 이의가 없더라도 또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스스로 시인하는 경우에도 의심이 생기면 법원이 직권으로 문제 삼아 판단하여야 하는 사항으로서 주로 공익에 관계되는 것으로 항변사항과 대립된다. 다만, 직권조사사항이라고 하여 그 기초가 되는 사실과 증거까지 직권으로 탐지하여 수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직권조사사항에 속하는 것으로는 ① 소송요건의 존부(재판권, 당사자능력. 당사자적격. 소의 이익. 청구병합요건. 상소요건 등), ② 절차적 강행법규의 준수 여부, ③ 적용할 실체법규의 해석과 적용 등이 있다.

기판력은 개개의 당사자의 이익을 위하여서가 아니고 분쟁해결에 의한 법적 평화 및 법적 안정의 확보 국민의 법률생활의 안정을 위한 공익상의 제도이므로 직권조사사항에 속한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9다카23329 판결).

다. 원인관계가 무효인 경우 과세소득 해당 여부

예를 들면, 소득발생의 원인이 된 거래가 법률상 무효이어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지급받은 자가 반환하지 않고 소비하였다면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국토계획법상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허가 없이 양도하여 그 거래가 무효인 경우 해당 거래에 따라 매도인이 지급받아 보유중인 매도대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구 소득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구 소득세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은 거주자의 소득을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산림소득으로 구분하면서 그 중 양도소득을 ‘자산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제3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양도소득세는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 과세되는 것이므로, 외관상 자산이 매매ㆍ교환ㆍ현물출자 등(아래에서는 ‘매매 등’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양도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매매 등의 계약이 처음부터 무효이거나 나중에 취소되는 등으로 효력이 없는 때에는, 양도인이 받은 매매대금 등은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원상회복으로 반환되어야 할 것이어서 이를 양도인의 소득으로 보아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구 소득세법 제88조 제1항 본문은 “제4조 제1항 제3호 및 이 장에서 ‘양도’라 함은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에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으로 인하여 그 자산이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자산이 유상으로 이전된 원인인 매매 등 계약이 법률상 유효할 것까지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매매 등 계약이 처음부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아래에서는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이 정한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위법 내지 탈법적인 것이어서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사이에서는 그 매매 등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매도인 등이 그 매매 등 계약의 이행으로서 매매대금 등을 수수하여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매도인 등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고, 그럼에도 그 매매 등 계약이 법률상 무효라는 이유로 그 매도인 등이 그로 인하여 얻은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그 매도인 등으로 하여금 과세 없는 양도차익을 향유하게 하는 결과로 되어 조세정의와 형평에 심히 어긋난다. 이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토계획법이 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도하고 그 대금을 수수하였으면서도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매매가 아닌 증여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하여 매수인 앞으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 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그에 따른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전등기를 마치지도 아니한 채 그 토지를 제3자에게 전매하여 그 매매대금을 수수하고서도 최초의 매도인이 제3자에게 직접 매도한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른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에, 그 이전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한 채 남아 있고 매도인 또는 중간의 매도인이 수수한 매매대금도 매수인 또는 제3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매도인 등에게 자산의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다고 보아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두2364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원인관계가 무효인 경우에도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도인에게 그대로 남아 있으면 예외적으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위법소득의 과세 여부와 관련하여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인과 이사 사이에 이익이 상반되는 금전소비대차라 하더라도 위 소비대차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과세소득에서 제외시킬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대법원 1985. 5. 28. 선고 83누123 판결,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누5823 판결 등)하여 위법소득의 경우에도 경제적 측면에서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대법원은 상호신용금고의 대표이사가 상호신용금고법 제17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신용금고 명의로 부금을 수입하거나 금원을 차입하고도 소위부외부채로 관리, 유용하는 경우, 그 부외부채의 상대계정인 현금은 과세대상인 법인의 수익이 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누5303 판결), 차량에 대한 매매대금을 원고의 익금으로 산입할 것인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차량에 대한 매매계약의 유․무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원고가 현실적으로 위 매매대금을 지배 관리하면서 그 이득을 향수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따졌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누7758 판결).

라.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에서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선행소송에서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이 취소되었으므로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초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선행소송에서는 소외 1 등의 기망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에게 패소판결인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이 있었다. 그 후 소외 1 등에 대하여 위 각 대여계약이 기망에 의한 것이었다는 이 사건 각 형사판결이 확정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위 각 대여계약을 취소하였으니 당초 처분에 따른 세액을 환급해 달라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의 후발적 경정청구가 적법하다고 하여 원고들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나, 대상 판결은 이와 달리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이 사건 각 경정거부처분 취소의 소는 동일한 소송물에 대한 것이어서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위반되어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 3의 청구는 대여계약이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여자인 원고 3이 이미 지급받은 이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이자소득이 존재하므로 원고 3에 대한 이 사건 경정거부처분이 적법하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즉, 원고들 전원에게 패소판결을 한 것이다.

부과처분취소소송 또는 경정거부처분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과세관청이 결정하거나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청구취지만으로 그 동일성이 특정되므로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누6108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8796 판결, 대법원 2004. 8. 16. 선고 2002두9261 판결,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두17390 판결 등 참조). 대상 판결은 이러한 입장에서 선행 판결인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이 사건 경정거부처분취소소송의 소송물이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따라서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선행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른 판결이다.

다만,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선행소송의 계속 중 소외 1 등의 사기죄에 대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선행소송의 재판부에서 소외 1 등에 대한 형사소송의 결과를 보고 진행하는 것으로 하였으면 원고 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필요도 없었고, 입증 부족으로 패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세소송과 관련 형사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양 소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소송기술이 필요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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