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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포트] ‘노오오력’해도 비고시들에겐 열리지 않는 ‘국세청장의 방’

유일지 기자l승인2020.07.16 08: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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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 ‘노오오력’…모두 최근의 사회 계층 격차를 보여주는 단어들이다. 국세청 공직사회에서도 평생 따라갈 수 없는 격차가 있다. 바로 행정고시 출신들과 비고시 출신들의 차이다.

우스갯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계층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금수저의 자식이거나, 건물주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이다.

공직사회에도 이처럼 출발선이 달라 노력해도 그 격차를 좁히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비고시 출신의 국세청장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국세청장은 아무나 될 수 없다. 2만여 국세공무원 중 단 한명만이 될 수 있고, 이마저도 외부인사로 임명될 경우에는 그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자리다.

역대 국세청장을 살펴보면, 95년 12월에 임명된 제10대 국세청장 임채주 청장이 첫 행정고시 출신 국세청장이다. 국세청장직은 군사정부 시절 군이나 내무관료들이 지내던 자리였는데, 추경석 청장이 첫 내부승진으로 국세청장이 된 이후 두 번째 내부승진 국세청장이자 첫 행시 출신 국세청장이 된 것이다.

이후로 국세청 내부승진자는 전원 ‘행정고시’출신만 임명됐다. 임채주(행시2회), 이건춘(행시10회), 안정남(행시10회), 손영래(행시12회), 이용섭(행시14회, 관세청장에서 임명), 이주성(행시16회), 전군표(행시20회), 한상률(행시21회), 이현동(행시24회), 김덕중(행시27회), 임환수(행시28회), 한승희(행시33회), 김현준(행시35회) 청장 등 모두 행시 출신으로 확인된다. 이중 공정거래위원장에서 국세청장으로 임명된 외부 출신인 백용호 청장은 제외하고서다.

이처럼 비고시 출신들은 왜 국세청장이 될 수 없을까.

앞서 국세청 인사 통계를 살펴보면 비고시 출신이 국세청장이 될 확률은 0%이지만 1급으로의 승진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국세청 역사상(군사정부 제외) 1993~2020년 현재까지 1급으로 승진한 비고시 출신자들은 총 12명이다. 그렇기에 비고시 출신이면서 1급으로 올라선 이들의 발자취를 ‘신화’라고 쓴다.

물론 비고시출신이 1급 승진은커녕 기관의 장이 되기 어려운 것은 국세청만의 일이 아니다. 다만 국세청은 집행기관이므로 정해진 법에 따라 세금을 잘 징수하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인, 소득, 부가, 재산, 조사 등 다양한 파트에서 일선의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이들을 국세행정 전반에 걸친 이해도가 높은 자들이 진정한 ‘능력자’다.

그렇지만 아무리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국세행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하더라도 출발선이 다른 이들은 국세청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세청 직원들은 “대부분의 직원이 평생 근무해야 5급으로 명퇴할까 말까하는데, 5급부터 시작하는 행시출신자들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 아니겠나”라고 말하고 있다.

행시 준비를 하다가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나이가 점점 들어 더 이상 학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들은 눈을 낮춰 7급 공채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들은 7급 공채 출신으로서 이렇게 승진이 힘든 줄 알았다면, 나이를 더 먹더라도 끝까지 행정고시 준비에 매진했을 거라고 종종 후회하기도 한다.

현재의 공직사회는 달라졌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고 소위 ‘인서울’이라고 말하는 명문대학 출신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대학을 졸업한 자들도 말단으로 입문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반드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비슷한 능력에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 행시출신과 비고시출신이 있다면, 행시출신인 인사권자는 행시출신을 중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또한, 행시 중에서도 동문끼리는 알게 모르게 그 혜택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벽은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것에 대한 보상(승진)이 확실히 주어진다면 모두가 열심히 일하게 되지만, 출신지역이나 임용경로에 따라 승진 좌절을 겪고 나면 승진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직원들의 경우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고 나면 알게 모르게 승진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승진이 늦는 이유에 대해 ‘자네는 육아휴직을 다녀와서 늦는 거야’라고 말한다는 것.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한 직원은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한지 몇 년이 흘렀지만 주변 동기들은 모두 승진하는 것에 비해 승진이 너무 늦어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승진을 못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인사권자가)종종 육아휴직 다녀와서 그렇다며 육아휴직 탓으로 돌린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승포자(승진포기자)’ 대열에 합류하고는 한다.

일반 월급쟁이에게 최대의 보상이 ‘급여’라면, 공직사회에서는 ‘승진’이다. 그러나 국세청에 뿌리내린 서열·기수·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고,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사실은 국세청도 인지하고 있다. 국세행정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무혁신을 꾀하고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전문성,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결정의 참여 확대, 공정한 인사와 성과보상, 일과 삶의 조화 추구를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힘들게 9급으로 입문한 직원들은 “9급도 어지간한 노력 없이 합격하기 힘들었는데, 막상 바라고 바라던 공무원이 되고 나니 이곳에서도 계층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비고시 출신 국세청 직원들은 “과거에는 행시출신도 세무서장으로 공직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 지방청장까지는 ‘떼논당상’처럼 승진하는 게 공식화 되었다”면서 “비고시 출신들이 들이 ‘2만인지상’인 국세청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실상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학벌이 아닌 능력에 맞는 승진제도로 바꾸지 않는 한 답이 없는 치킨게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지 기자  salix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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