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세무서에서 안내받은 내용으로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가산세 폭탄을 받은 사연이 올라왔다.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한 납세자가 국내사업장을 접고 베트남에서 거주하며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는지 관할 세무서 소득세과 담당자와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납세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았는데, 추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연락이 온 것.

해당 납세자는 “소득세를 해당 소득세과 담당자에게 문의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서 소득신고를 해야 하느냐”고 묻자 당시 세무서 담당자는 “담당자가 법규를 잘 몰라 잘 못 안내한 것으로, 국세청 직원이 유선상으로 안내한 내용은 법적 책임이 없다. 정식으로 국세청 본청에 서면 질의해서 답을 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측의 입장은 이렇다. 세무서 직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면 오히려 국세행정의 마비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해당 납세자가 세무사를 통해 일처리를 했다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납세자가 세무서 직원 말을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국세청 본청에 서면질의를 해야 한다면 전국 125개 세무서는 왜 있는 걸까. 결국 세무사에게 모든 세금업무를 맡겨야 한다면 국세청을 없애고 세무사청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실제로 세금신고철에 세무서를 방문하면 “부가가치세 신고서는 납세자 본인이 스스로 작성해야 하므로 홈택스를 통해 직접 신고하거나,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세무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세금을 신고한 납세자들이 잘못 신고하면서 가산세 등을 물게 되면 그 책임은 세무서 직원에게 있다며 가산세를 내지 못하겠다고 찾아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세무대리는 세무사나 회계사만 가능하다. 때문에 세무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세무서로 세금신고를 하러 오는 납세자들의 세금신고 대리는 세무공무원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이에 조세심판원 판례를 찾아봐도 “세무공무원의 상담 안내는 단순한 상담 내지 안내 수준의 행정서비스로 이를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해마다 세무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세금을 신고했으나 가산세를 물게 돼 조세심판원으로 넘어오는 건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결론은 모두 ‘기각’이다. 일반적인 상담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심판원의 결론이다.

또한 대법원(대법원 1985.11.26. 선고 85누660 판결, 1993.11.23. 선고 93누15939 판결 등) 역시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의 잘못된 설명을 믿고 그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관계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가 명백한 때에는 그러한 사유만으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비과세가 맞는지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면 세무서에 문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맡기거나, 국세청 본청에 질의를 통한 공식적인 답변을 받아두어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세무사에게 맡기면 돈이 들고, 국세청에 질의를 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세금 너 참 힘든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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