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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Love of siberia)' 감상기

석호영 세무사l승인2020.08.06 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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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호영 세무사

이 영화는 1885년부터 1905년 사이 제정 러시아, 즉 짜르 시대에 야기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1905년 7월 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스프링필드에서 여 주인공 제인 칼라한(줄리아 오몬드)이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인 아들 앤드류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앤드류, 이제 너도 인생에서 새 무대의 막을 열었구나, 네가 선택한 그 길은 너로 하여금 인생 여정에 있어서 책임과 의무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엄마가 가슴 속에 20년 동안 고히 간직해 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싶구나"로 시작 되는 바, 과연 20년 동안 한 여인의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하얀 연기를 뭉게구름처럼 하늘로 내 뿜으며 광활하게 펼쳐진 자작나무 숲을 힘차게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모스크바로 향하는 그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러시아 사관생도들이 무리를 지어 그 숲에서 나타난다. 그 순간 열차에 홀로 앉아있는 칼라한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영화는 20년 전, 1885년의 어느 순간으로 후랫쉬 백 된다.

사관생도들은 일등 칸에 혼자 탑승한 미모의 미국 여인을 발견하고 사관생도 중 일행인 안드레이를 그 여성이 타고 있는 곳에 밀어 넣는다. 자신을 제인 칼라한이라고 소개한 여인은 미국 시카고를 떠나 시베리아의 이발사라고 하는 벌목 기계를 러시아 정부에 팔기 위해 발명가,맥크래칸에 의해 고용된 로비스트였다.

친구들의 장난끼에 의해 칼라한 옆에 남게 된 사관생도 안드레이(올렉 멘시코프)는 순간, 그녀에게 매혹을 느끼고 오페라 동아리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피가로의 결혼식 공연중 부를 '세르비아의 이발사'라는 대목의 노래까지 신나게 부른다.

안드레이는 자신은 "황제 사관학교 생도이고 장차 장교가 될 것이며 어머니도 사관생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소개한다. 칼라한 역시 자신을 소개 후 안드레이의 미소와 순수함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았다. 둘은 샴페인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나이가 듬직한 미국인이며 미망인인 칼라한과 러시아의 청년 사관생도 안드레이와는 연인으로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나 달리는 열차 안에서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장대하고 신비한 러브 스토리의 서막이 열린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로비스트 칼라한은 러시아 황제 사관학교 교장이자 황제의 오른팔인 래들로프 장군을 사업 목적으로 유혹하려고 사관학교를 방문하며 이때 기차에서 잠깐 만났던 안드레이와도 또 다시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사실 러시아에 납품할 벌목 기계 제작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로비스트로서 러시아에 방문 한 칼라한은 교장실에서 래들로프 장군에게 "우연히 기차에서 사관생도 안드레이와 함께 탑승하였고 그가 남기고간 사진을 전해 달라"라고 말을 건넨다.

또한 그녀는 "남편도 군인이었고 전투중 전사하여 미망인이지만 영광스럽다"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해댄다. 사실 남편은 나일강에서 점프하다가 악어에게 물려 죽었다고 벌목기계 발명자인 맥크래칸에게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로비의 상대인 래들로프가 군인이기 때문에 동질성을 공유하기 위해 로비스트로서의 기질을 발휘하여 하는 말 같았다.

그리고 교장에 대해서는"감정이 풍부하시고 미남이시며 머리도 야성미가 넘치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을 닮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댄다. 환심을 사기 위한 소위 립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한의 상냥함과 매력에 래들로프 장군은 마음을 빼앗기는 듯 했다. ‘칭찬 앞에서는 고래도 춤을 추고 아부인줄 알면서도 아부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자 없다’더니 장군인 래들로프도 어쩔수 없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한은 환심을 사야할 로비스트로서 그 점을 노리는 듯했다.

안드레이라는 생도는 순수하고 미남 청년이면서 열정과 패기가 넘치고 다소 즉흥적이고 다혈질의 생도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수업시간에 교수로부터의 ‘나폴레옹이 죽은 세인트 헬레나 섬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자기가 못한 답을 친구가 대신 맞추자 그 친구에게 결투를 신청하여 크게 다치기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러시아에서는 나폴레옹이라는 존재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징기스칸 이후 어느 나라 한테도 정복당해 보지 않은 러시아지만 나폴레옹으로 부터는 모스크바까지 밀려 존망의 위기까지 격은 역사가 있으니 말이다.

생도 신분으로 결투가 금지된 상황에서 안드레이는 자퇴를 결심한다. 결투로 상처를 입어 병원에 입원한 안드레이, 칼라한은 그를 문병차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의 밥상까지 차려주고 자퇴를 접게 하는 등 칼라한과의 사랑이 더욱 숙성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직분 상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제자의 앞날을 위해 결투 사실을 상부에 보고 하지 않고"무도회 연습 중 다쳤다고 둘러 대라"며 묵인해 주던 직속상관 대위의 처신에도 규범 이전에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법이 법전의 법보다 소중한 경우’가 있듯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황제 사관학교, 황태자를 임석 상관으로 하여 사열 행사가 거행되었다. 황태자는 "러시아군은 고결하며 용감한 군인임을 강조 하고, 인내심 있고 위기에 강한 군인, 불굴의 군인이 되어 러시아군을 사랑하고 지켜 달라"며 사관생도에게 자긍심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훈시가 있었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어느 날 안드레이는 혼자서 급하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그때 마차를 타고 오던 래들로프 교장은 안드레이를 보는 순간 자기 마차에 함께 탑승할 것을 권한다. 영어에 미숙한 래들로프는 칼라한에게 청혼 하려는 연서를 안드레이로 하여금 대신 읽어 달라는 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얄궂게도 안드레이가 그녀, 칼라한 앞에서 래들로프 교장의 청혼의 연서를 읽어야 되는 상황이 전개 된다. 안드레이도 칼라한을 사랑하고 있는 입장인데 운명의 장난 같았다. 안드레이로서는 거북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교장과 제자 간에 연적 관계, 문자 그대로 칼라한을 놓고 삼각관계의 사랑 전쟁이 돌발한 것이다.

교장 래들로프는 안드레이와 함께 칼라한 집에 도착하여 그가 준비한 꽃다발을 칼라한에게 전달한 후, 안드레이에게 자신의 청혼서를 낭독하게 한다.

"내 삶의 중대한 결심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 왔나니, 어느 시인이 노래하길 사랑은 홍역과 같은 것, 뒤늦게 찾아온 홍역은 더 뜨거운 열병, 이 시(詩)는 바로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오. 사랑과 전쟁에는 자격이 따로 없다고 하오. 전 지금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오"라는 래들로프의 연서를 읽는다.

칼라한을 향한 래들로프의 연서를 낭독하던 안드레이는 "나는 기차안에서 사랑에 빠졌죠, 저의 간절한 소망은 당신의 사랑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그게 제 행복입니다"라고 칼라한에게 자신의 감정을 억제 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을 고백함으로써 교장의 청혼을 면전에서 가로챈 상황이 되었다.

안드레이는 곧바로 래들로프 교장과 또 함께 동석한 맥크래칸에게 용서를 빌며 자리를 떴고 교장 역시 황당하다는 듯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홀연히 칼라한의 집을 부랴부랴 떠난다. 교장으로서도 제자로부터 체면을 구기고 수모를 당했으니 창피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한편, 황태자의 심복인 래들로프 교장과 관계를 강화하여 벌목기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려던 했던 맥크래칸, "어렵게 마련된 기회인데 망할 녀석 때문에 인생이 산산 조각 났다"며 칼라한에게 닦달한다.

칼라한 역시 "기차에서 우연히 안드레이를 만나게 되었고 망가진 자기 부채를 고쳐 가지고 온 모양인데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의연하게 얼버무린다. 로비스트다운 노련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사건으로 교장은 무도회 연습에 열중인 안드레이를 비롯하여 모든 생도들을 집합 시킨 후 "저자가 누군가?, 장교 후보생 안드레이?, 천만에 사기꾼이다. 외국 여자한테 환심을 살 속셈으로 귀중품인 부채를 훔쳤다. 저자는 비열한 놈이다. 사관학교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불호령을 친다.

자신이 칼라한에게 청혼하는 순간 안드레이가 자신의 청혼을 낚아챘다는 말은 차마 제자들 앞에서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군이며 교장으로서 훔치지도 않은 부채를 훔쳤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까지 하면서 전체 생도들 앞에서 창피를 주는 교장의 행태는 장군답지도 못하고 시정잡배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전체 생도들 앞에서 교장으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수모와 호통을 들었으니 청년 안드레이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그는 술에 만취하여 집에 돌아가 하녀인 두나샤에게 "모든 것은 끝났다, 네 돈과 저금통의 돈까지 탈탈 털어서 술을 마셨다. 용서해 다오"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자살이라도 할 듯 책상 서랍 속에 있던 권총을 꺼내 든다.

권총을 꺼낸 손에든 것이 자살을 하기 위한 것인지 누구에게 위해를 가해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순간 하녀 두나샤는 안드레이에게 "안에 손님이 와서 기다린다"라는 말을 전한다. 기다리는 손님은 안드레이가 오매불망 사랑하는 칼라한이었다.

칼라한은 안드레이를 보자 고백할 말이 있다면서 "난 맥크래칸의 딸이 아니어요. 신분을 속였어요. 난 여기 맥크래칸의 일을 도우러 왔어요. 자금을 확보키 위해 래들로프 장군의 환심이 약간 필요했지만. 러시아인에게 약간이라는 것이 안통하죠. 당신이 래들로프 교장한테 들은 비난과 수모는 대위한테 들었어요. 장군은 나를 편하게 생각한것 뿐인예요"라며 래들로프 교장과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님을 애써 부인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드레이에게 "당신은 내게 청혼했었고 내 대답을 원했어요. 그 청혼은 진심이었나요?"라고 묻는 말에 안드레이이는 "진심이었다"라고 대답한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은 칼라한은 포도주 잔을 들고 안드레이의 침대로 향한다. "이리 와요 어서요" 그러나 안드레이는 순간 당황하면서 "싫어요"하고 쉽게 응하지를 못한다. 칼라한은 "이런 기분 정말 싫다"라며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그 순간 방바닥에 쓰러지며 기절하는 안드레이!

칼라한은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하며 "누구도 당신 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사람은 없어요"라고 고백한다. 안드레이도 "칼라한의 전부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 뜨거운 사랑의 용광로에 푹 빠진다.

"삼세번, 러시아 전통 이잖아요"라고 말하는 칼라한의 들릴 듯 말듯 나즈막한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 말을 통해 그들, 안드레이와 칼라한의 사랑이 얼마나 뜨거웠고 경이적이며 달콤하고 전율적이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두 사람은 절정의 사랑,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안드레이는 칼라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한 시름 덜고 교장으로부터 들은 호통에서 어느 정도 기분이 전환된 듯 사관학교에 귀교하여 동료들과 장난도 치며 피가로의 결혼식, 무도회 연습에도 열중한다. 그리고 황태자까지 배석한 가운데 주연으로서 제1막을 기립 박수갈채를 받으며 훌륭하게 마치게 된다.

제 1막이 끝나고 칼라한은 로비스트로서 막간의 짧은 시간에도 황제와 눈 맞춤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교장 래들로프와도 만나는 등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래들 로프에게 "겨우 20살 밖에 안되어 열병에 불타고 있을 어린 나이인데 어떻게 장군님과 비교하고 또 부채 때문에 벌을 준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순간 문틈 사이로 래들로프와 칼라한의 대화 모습을 엿보고 있던 안드레이는 칼라한과 눈빛을 마주치자 쏜살같이 달아난다. 아마 자신을 옹호하고 있는 칼라한에 대해 래들로프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눈치였다.

무도회장을 도망치 듯 빠져 나온 안드레이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빗속을 질주한다. 2막 시간이 다가 옴에 따라 안드레이 친구들과 중대장, 칼라한은 그를 찾아 난리 법석이다. 칼라한은 "래들로프와의 대화는 사업 목적 때문이었다"라며 눈물로써 안드레이를 설득하며 호소한다.

공연장을 달아난 안드레이는 "명예에 먹칠 말라"라는 직속상관인 대위의 설득과 칼라한으로부터 들은 고백 "사랑해요, 당신만을요"라는 말을 연상하며 공연 끝나면 대화 하자는 칼라한의 설득에 공연 참여로 마음을 잡아 간다.

황태자와 귀족, 교장 래들로프와 칼라한 등이 객석을 메운 가운데 제2막이 진행되어 친구들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공연 타임에 도착한 안드레이, 머리와 옷에는 비에 젖어 초췌한 모습이다. 정신도 몽롱해 보였다. 안드레이의 시선은 관람석에 앉아있는 칼라한에게 꽂혀 있는 듯 했다.

칼라한은 망원경으로 안드레이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한편으로는 바로 옆에 앉아 관람하는 래들로프 장군의 귀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귀속 말을 나눈다. "장군님, 안드레이에게 심하게 하지 마세요. 장군님을 빛나게 해줄 훌륭한 청년이에요."

무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안드레이는 칼라한이 래들로프 장군과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으로 착각하는 듯 했다. 그 순간 공연의 대사인 "백작이 내 약혼녀를 사랑하네"라는 말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안드레이는 정신이 몽롱한 듯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던 래들로프는 칼라한의 귀에 대고 "당신 때문에 안드레이의 모든 잘못을 용서 하겠소"라고 말한다. 안드레이로서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공연을 관람하면서 귀속 말을 나누고 있는 칼라한과 교장 래들로프와의 대화 내용이 무대에 있는 안드레이에게 들릴 수 없는 상황, 그들의 대화를 사랑을 속삭이는 말로 착각한 안드레이는 공연석을 걸어나와 주위의 줄을 끊어 잡은채 객석사이로 래들로프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뿔사! 대형 사고!

안드레이는 정신없이 래들로프에 다가가 그의 안면에 채찍으로 사정없이 힘차게 가격한다. 분노와 질투가 섞여진 채찍이기에 더욱 강력하고 정확히 얼굴에 꽂히는 것 같았다. 황태자와 귀족, 그리고 사관생도들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장은 순간, 온통 아수라장이 된다. 정말 제자가 교장의 안면을 가격한 상상을 초월한 대형 사고임에 틀림없다.

공연은 당연히 중단되고 관객은 산지사방으로 풍비박산 도망가느라 정신없고 친구들은 안드레이를 제지하며 "어찌 할려고 그랬냐"라며 끌어 앉고 통곡하며 진정 시키려고 노력한다. 또 친구로서 안드레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도 안드레이는 사랑하는 여인, 칼라한에게 시선이 머문다.

언론들은 "안드레이가 황태자 암살 기도를 했다"고 가짜뉴스로 대서특필 하고 교장 래들로프는 황태자를 위해 몸을 던져 막아 냈다고 엉터리 왜곡 보도가 난무한다. 칼라한은 거짓 보도에 대해서 래들로프를 찾아가 "진실을 밝히는 건 당신의 의무다"라고 닦달해 보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래들로프는 무슨 진실이냐며 "자신에게 얼마나 큰 모욕과 창피를 준줄 아느냐, 미친 진실이 질투심 때문에 장군에게 칼질했다고 공개하라"는 애기냐며 한발짝도 물러서거나 진실을 밝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진실을 밝히라 하면 젊고 철없는 사관생도를 유혹하여 인생을 망친 당신의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 장교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고 차라리 죄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것으로 생각 할 것이다"라고 강변한다.

러시아 장교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일갈하는 모습 같았다.

그러나 칼라한은 "이곳 러시아에는 인권도 없느냐, 평생 술이나 퍼 마시며 살아라"라고 쏘아 붙이고 래들로프 곁을 휙 떠난다. 제정 러시아의 위정자와 자유민주주를 신봉하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가를 직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원스턴 처칠이 "러시아는 불가사의한 신비에 차있는 나라"라고 한 말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시베리아로의 유배, 그리고 사관생도들의 의리와 우정!

질투와 격정을 못이겨 내고 상상할 수 없이 교장 래들로프 장군의 얼굴을 채찍으로 가격하여 상처를 낸 '엄청난 죄'를 저지른 안드레이, 그는 그 길로 투옥되고 만다. 형기를 마치고 그는 수많은 죄수들과 발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동토의 땅, 시베리아로 유배의 길을 떠난다.

기차역에서 시베리아행 호송열차가 출발하기 직전, 안드레이의 유배를 배웅 나온 그의 어머니 두나샤, 칼라한, 그리고 중대장, 사관학교 친구들은 눈물로써 그를 배웅한다. 유배지로 떠나는 친구에게 눈물 흘리며 노래를 합창하고 아쉬워하는 장면이야말로 뜨거운 프렌드 십이 넘치는 명장면이었다.

안드레이가 추방 된 곳은 시베리아의 집단 거주지로 형기를 마친 죄수들의 캠프였다. 칼라한은 안드레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벌목기 납품이 성공 되도록 불철주야 열심히 노력한다.

러시아 정부에 벌목 기계 납품이 성사되어 시베리아에서 시범 벌목을 하던 어느 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시베리아를 찾은 칼라한은 안드레이이의 집을 찾아 나선다. 어렵게 안드레이 집을 찾은 순간, 그녀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안드레이는 하녀 두나샤와 함께 자식을 두 명이나 낳아 오붓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년간 가슴 조이며 오매불망 만나기 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세월, 칼라한은 20분간의 안드레이집 방문을 통하여 모든 것을 지워버리게 되는 순간 같았다. 그 순간을 위해 손꼽았던 20년, 그녀는 결국 안드레이를 만나지도 못하고, 맥크래칸과도, 벌목 기계와도 시베리아에도 돌아서서 떠나야 했다.

안드레이를 찾아 자기만이 외로이 홀로 20년 동안 가슴 속에 고히 간직했던 비밀을 전하려는 꿈을 접은 채 그녀는 타고 온 마차에 다시 올라타 말에 채찍을 가한다. 회한과 비통함을 가슴에 앉고 시베리아를 마냥 달리며 달리는 것 같았다.

안드레이에게 전하려던 그녀가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그 비밀, 앤드류가 안드레이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는 그 사실, 안드레이를 만나지 못함으로써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고 신비롭게 자신만이 간직할 비밀이 되었다. 그러나 자식인 앤드류에게 대신 털어놓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칼라한은 아들 앤드류에게 계속 편지를 써내려 간다. "행복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인생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인간은 채워지길 기다리는 그릇이야, 그걸 깨닫지 못한 채 난 망상 속에 몇 년을 보냈지,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진 난 그게 영원하리라 믿었단다. 그리고 그 일로 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단다."

늦게서야 칼라한이 자기 집에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된 안드레이, 헐레벌떡 온 힘을 다하여 쏜살같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그녀에게 달려가 보지만 먼 발치에서 채찍을 가하며 마차를 타고 홀연히 질주하듯 떠나는 칼라한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를 따라 떠날수 없는 안드레이, 초췌한 모습과 폭포처럼 쏟아낼 듯한 눈물을 삼키고 우수에 가득찬 모습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배를 빼무는 그의 20년간의 삶, 눈보라와 삭풍이 몰아치는 시베리아에서의 파란 만장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삶을 그가 뿜어내는 담배연기만이 그를 대변해 주는 듯 했다.

특히, 이 장면은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가 집의 유리창을 깨고 마차에 실려 설원을 떠나가는 사랑하는 여인, 라라를 강력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모습과 오버랩 되어 오랜 시간 뇌리에 선명하게 잔상으로 남을 장면(scene)였다.

그것은 비극이었다!

그러나, 사순절 전, 일주일 동안 마슬렌니짜라는 축제 장면을 통해서 러시아에 대한 풍속과 전통을 어느 정도 이해 할수 있었고 러시아의 젊은 청년들은 문학과 시, 노래와 예술을 사랑하고 서로 뜨거운 우정이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러시아 귀족들의 낭만적이고 화려한 생활상과 무엇보다도 청년 안드레이를 통해서 젊은 날의 순수하고 질풍노도와 같은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투명하고 적나라하게 잘 담아 낸 영화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러브 오브 시베리아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닥터 지바고'나 '안나까레니나'등의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러시아를 대표하는 크렘린 궁전, 예술적으로 아름답다는 바실리 대성당, 발레의 본산이라 일컬어지는 볼쇼이 극장, 황금 100톤으로 지어 졌다는 이삭 성당 등, 둥근 돔과 첨탑의 조화로 건축된 아름답고 고풍스런 건축물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영화 감상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그리고 추위가 극심하게 혹독한 나라로서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설원과 그 설원을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 열차의 의미도 영화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 되어,그런 점을 비교하며 감상하다 보면 영화에 대한 재미와 러시아에 대해서 좀더 폭넓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일조가 되었다는 점에서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유의미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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