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OO구매 주식회사(이하 ‘OO구매’라 한다)는 의류구매대행업을 하면서 미합중국법인에 대한 매출액 중 2004년 이전 매출액 5,281,199,491원, 2005년 매출액 261,967,776원, 2006년 매출액 137,068,235원, 2007년 매출액 944,684,213원, 2008년 매출액 559,845,685원 등 합계 7,184,765,400원을 매출계정이 아니라 부채계정인 외화물품예수금 계정에 계상하였다.

나. 피고 산하의 OO세무서장은 OO구매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하면서, OO구매의 계좌에서 2008. 4.경부터 같은 해 6.경 사이에 OO구매 경리직원인 소외인 명의의 계좌로 합계 7,184,765,400원이 출금되었다고 보고, 위 금원이 인출된 시점에 사외로 유출되었고 그 귀속이 불분명하다고 보아, 2013. 5. 13. OO구매의 대표이사인 원고에 대한 상여로 위 금액을 소득처분하고 2013. 7. 9. 원고에게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다. 원고는 위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고 2013. 9. 30. OO세무서장에게 소득금액 변동에 따른 2008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고 추가 세액 2,390,684,490원을 납부하였다(이하 위 신고․납부 금액 중 원고가 부과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주장하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소득에 대한 추가 종합소득세 신고․납부액 2,207,576,184원에 관한 신고․납부를 ‘이 사건 신고․납부’라 한다). 원고는 이후 추가 납부 세액 중 2,367,400,000원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OO세무서장은 이를 거부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법인의 매출누락으로 사외유출되어 귀속된 소득에 관한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된 이후에 납세의무자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한 경우 그 신고·납부행위를 무효로 보아 납부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19. 11. 21. 선고 2019나2001112 판결)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는 종합소득세 납부에 관하여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다툴 수 있을 뿐이고,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미 납부한 종합소득세액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그러나 종합소득세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로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인 경우 납세의무자가 납부한 세액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다64340 판결 참조), 납세의무자는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으로 그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요지

OO구매가 2008년까지의 미합중국법인에 대한 매출 중 장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채 누락한 금액은 합계 7,184,765,400원인데 그중 2007년 이전에 발생한 매출누락액인 6,634,466,842원은 OO구매가 외화물품(부채)예수금 계정에 허위로 계상한 각 사업연도에 이미 사외유출되었다. 종합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므로, 이 사건 신고ㆍ납부 당시 원고의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상여로 인한 소득에 관하여는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였고,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한 소득 부분에 대한 이 사건 신고ㆍ납부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소득에 대한 2,207,576,184원의 추가 종합소득세(원고의 추가 종합소득세 납부액2,367,400,000원 중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은 2008년 상여에 대한 종합소득세액 159,823,816원을 제외한 부분, 이하 편의상 ‘이 사건 신고ㆍ납부’는 이 부분의 신고ㆍ납부만을 지칭한다)를 납부받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위 2,207,576,184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고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종합소득세는 신고납세방식의 조세로서 이러한 유형의 조세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는 것이며 국가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하는 것이므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로 되지 아니하는 한 그것이 바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여기에서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신고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및 하자 있는 신고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신고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1419 판결,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다6434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신고ㆍ납부에 하자가 있는지: 사외유출의 시기

이 사건 신고ㆍ납부는 경리직원의 계좌에 입금된 7,184,765,400원이 그 인출 시점인 2008. 4.경부터 같은 해 6.경 사이에 모두 사외유출되어 원고에게 종합소득세 납부의무가 발생하였음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 사실 및 갑 제4, 6,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OO구매의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매출누락액 총 7,184,765,400원은 2008년 전 이미 사외유출되었고, 따라서 이 사건 신고ㆍ납부 시 이 부분 종합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고는 OO세무서장의 소득처분에 따라 이 사건 신고ㆍ납부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신고ㆍ납부에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① 법인이 매출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출액을 장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출누락액 전액이 사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누630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두3726 판결 등 참조). OO구매가 2004년 이전 매출액 5,281,199,491원, 2005년 매출액 261,967,776원, 2006년 매출액 137,068,235원, 2007년 매출액 944,684,213원을 매출계정이 아닌 외화물품(부채)예수금 계정에 계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매출누락액은 각각의 매출누락 시에 OO구매에서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② 피고는 “OO구매는 2007년 이전의 매출액을 외화물품(부채)예수금 계정에 허위로 계상함으로써 매출누락을 하고도 이 매출누락액을 사내에 유보하였다가, 2008. 4.경부터 비로소 이를 인출하였다.”고 주장하나, 갑 제4호증(조세심판원 결정문)의 일부 기재만으로 피고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기간에 OO구매의 계좌 등에서 인출되어 경리직원의 계좌에 입금된 돈 대부분은 즉시 OO구매의 계좌에 다시 입금되었고, 위 각 입ㆍ출금액은 530,000,000원을 넘지 않는다. 즉, OO구매가 위 기간에 530,000,000원 이하의 돈을 출금하였다가 다시 입금하는 것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여, 위 각 금액의 출금 시에 해당 금액 7,184,765,400원이 OO구매로부터 사외유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가 위 기간에 경리직원의 계좌에 사외유출되었다고 주장하는 7,184,765,400원 중에는 거래내용이 “이체입금/KEB하나/경리직원”, “이체입금/우리/경리직원”이라고 기재된 입금 내역이 다수 있다(갑 제7호증의 기재 참조). 이는 경리직원의 다른 계좌에서 입금된 돈으로 보이는바, 경리직원이 자신의 계좌 사이에서 돈을 입ㆍ출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특별히 OO구매의 사외유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구 국세기본법(2014. 12. 23. 법률 제128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종합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은 5년이다. 또한 소득 귀속자에 대하여 소득처분이 있게 되면, 소득 귀속자의 종합소득세(근로소득세) 납세의무는 구 국세기본법(2018. 12. 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당해 소득이 귀속된 과세기간이 종료하는 때에 성립한다(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4두9944 판결 참조). 그리고 종합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 기산일은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신고기한 다음 날인 과세기간 다음 연도 6월 1일이다(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2조의3 제1항 제1호, 소득세법 제70조 제1항).

결국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매출누락액 총 7,184,765,400원은 당해 소득이 귀속된 과세기간인 2004년 내지 2007년의 다음 연도 6월 1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는 시점에 부과제척기간이 모두 경과하였다. 그러므로 늦어도 2013. 6. 1.에 위 각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제척기간은 모두 경과하였다.

다) 이 사건 신고ㆍ납부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ㆍ납부는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의 신고ㆍ납부로서,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로 봐야 할 것이다.

①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 따라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 동안 국세가 부과되지 아니한 경우, 과세권자는 부과처분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고, 그 조세채무 자체도 소멸하며(국세기본법 제26조 제3호, 제26조의2,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0두6657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부과처분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은 무효이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두3140 판결,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3두17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OO세무서장의 소득처분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신고ㆍ납부를 하였으나 OO세무서장의 원고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신고ㆍ납부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신고ㆍ납부의 효력을 부과처분으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경우와 달리 취급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0373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5001 판결 등 참조).

② 나아가 행정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여 행정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있거나 그 법률 규정의 문언상 처분의 적극적 또는 소극적 요건의 의미가 분명함에도 행정청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결과 처분의 적극적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거나 소극적 요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해당 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1두3746 판결 참조). 대법원은 앞서 본 1999. 6. 22. 선고 93누630 판결에서 “법인이 매출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출액을 장부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출누락액 전액이 사외로 유출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판시한 이래 같은 취지의 판시를 반복함으로써, 위 법리는 이미 확립되었다 할 것이다. 그리고 OO구매의 감사보고서나 경리직원의 계좌 내역(갑 제6, 7호증) 등은 OO구매의 사외유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에 해당하므로, OO세무서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실관계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OO세무서장이 이 사건 신고ㆍ납부가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부당이득의 발생

결국 이 사건 신고ㆍ납부는 무효임에도, 피고는 2013. 9. 30. 원고로부터 추가 종합소득세 2,207,576,184원을 납부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2,207,576,184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액 2,207,576,184원 및 그 중 312,459,72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3. 10. 1.부터, 1,895,116,464원에 대하여는 2018. 9. 28.자 청구취지확장 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2018. 10. 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11. 21.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207,576,184원에 대하여 2013. 10. 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당초 이 사건 소장에서 312,459,720원 및 이에 대한 2013. 10. 1.부터의 지연손해금만을 구하다가, 2018. 9. 28.자 청구취지확장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청구취지를 2,207,576,184원으로 확장하였고, 위 청구취지확장 변경신청서가 2018. 10. 1.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리고 부당이득반환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이행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하고, 원고가 2018. 10. 1. 이전에 부당이득 1,895,116,464원(2,207,576,184원 - 312,459,720원, 확장된 청구취지 금액에서 이 사건 소장 기재 청구취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다) 부분의 반환을 최고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으므로, 위와 같이 지연손해금의 범위를 인정하기로 한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다300361 판결)

가. 법인이 매출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거나 가공의 비용을 장부에 계상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매출누락액 또는 가공비용액 상당의 법인의 수익은 사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 경우 그 매출누락액 등의 전액이 사외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고 볼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누630 판결,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두405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전제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OO구매의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매출액 중 매출계정이 아닌 외화물품예수금 계정에 계상함으로써 발생한 매출누락액은 각각의 매출누락 시에 OO구매에서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매출누락액은 소득처분에 따라 원고에게 당해 소득이 귀속된 과세기간인 2004년 내지 2007년의 다음 연도 6월 1일부터 5년이 경과하는 시점에 부과제척기간이 모두 경과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신고․납부일 이전인 2013. 6. 1.에 이미 이에 관한 종합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이 모두 도과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신고․납부는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소득데 대한 종합소득세의 신고․납부로서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후에 부과처분으로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부당이득의 전제인 과세처분의 당연무효 판단기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별할 때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과세관청이 법령 규정의 문언상 과세처분요건의 의미가 분명함에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결과, 과세처분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해당 처분을 한 경우에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두27094 판결, 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8다287287 판결 참조).

과세처분에 불복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한 납세의무자는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인 경우에 한하여 납부한 세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8427 판결,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2486 판결 등). 과세처분의 당연무효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이른바 중대․명백설에 따라 과세처분의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고, 또한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과세처분을 무효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실관계나 법령의 해석에 대해 다툼이 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하자의 중대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103809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69203 판결 등).

위와 같은 법리에 근거하여 대법원은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된 후의 부과처분(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두3140 판결)이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된 후의 징수처분(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누1018 판결),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대법원 1990. 4. 13. 선고 89누1414 판결), 다툼이 된 법령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대법원이 밝힌 해석에 반하여 이루어진 과세처분을 당연무효의 처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2015년 귀속분).

그러나 처분의 근거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경우에도 그 위헌 결정 전에 이루어진 처분은 당연무효로 보지 않았고(대법원 1994. 10. 25. 선고 93다42740 판결,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등), 이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위와 같이 대법원은 과세처분과 관련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인데, 최근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다.

위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세처분의 근거법령이 무효로 판단된 경우 기 납부한 세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인데,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라 과세처분 당시 시행령 산식에 관하여 법리적인 다툼이 있었으므로 그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위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과 달리 4인의 대법관은 ‘①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이 충분히 명확하지 못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그러한 법령에 바탕을 둔 세금의 부과․신고․납부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이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이런 점에서 다수의견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조세정의의 근간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② 과세처분에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로써 납세의무 없는 세금이 부과ㆍ납부된 경우, 그 과세처분의 효력을 무효로 보지 않는 다수의견은 잘못된 법령 해석으로 인한 불이익을 과세관청이 아닌 납세의무자에게 전가시키는 결과가 된다. ③ 과세관청이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론에 기초하여 과세처분을 하였으나, 그 해석론이 잘못되었다는 법리가 뒤늦게나마 분명하게 밝혀져 과세처분에 정당성이 없다는 사정이 확인되었으면, 국가는 충분한 구제수단을 부여하여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가 그러한 구제수단을 마련하지 않거나 구제수단을 제한한 채 납부된 세액의 반환을 거부하고 그 이익을 스스로 향유한다면,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지킨다는 본연의 존립 목적에 반하는 것이다. ④ 과세처분이 무효로 인정되기 위하여 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한 데에서 비롯되었음이 대법원판결로 확인된 경우까지 그 판결 선고 이전에 하자의 명백성 요건이 결여되었다는 점을 내세워 하자가 무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적어도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과세처분에 적용된 과세법리가 납세의무에 관한 법령을 잘못 해석․적용되었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그 과세처분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위와 같은 반대의견은 기존 판례와 같이 과세처분의 당연무효 여부에 관하여 엄격하게 중대․명백설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일부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위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판례와 동일한 결론을 내렸지만, 과세처분의 무효 요건에 대해 대법원에서도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공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 신고납부방식 조세의 당연무효 판단기준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과 같은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한다. 따라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로 되지 아니하는 한 그것이 바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여기에서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신고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및 하자 있는 신고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신고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60363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257 판결 등 참조).

한편,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채무와 관련된 과세요건이나 조세감면 등에 관한 법령의 규정이 특정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적용되는지 여부가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그중 어느 하나의 견해를 취하여 해석ㆍ운영하여 왔고 납세의무자가 그 해석에 좇아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ㆍ납부하였는데, 나중에 과세관청의 해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더라도 그 해석에 상당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인정되는 한 그에 따른 납세의무자의 신고ㆍ납부행위는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이를 당연무효라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2다23382 판결,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69203 판결 참조).

대법원은 2010. 3. 31. 지방세기본법에 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한적으로 인정하였다. 즉,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가산세의 부담, 준공검사나 보존등기의 지연 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취득세를 신고납부한 경우 등에 한하여 신고납부행위를 당연무효로 보고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해 주었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0373 판결, 대법원 1999. 7. 27. 선고 99다23284 판결,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다64340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두11716 판결 등). 그러나 지방세기본법에 경정청구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사안에 있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대법원은 신고ㆍ납부가 아닌 원천징수와 관련하여, ‘원천징수의무자가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하여 세액을 징수ㆍ납부하였거나 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하여 징수ㆍ납부하였다면, 국가는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이를 납부받는 순간 아무런 법률상의 원인 없이 보유하는 부당이득이 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8780 판결).

다. 과세처분과 관련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피고

행정소송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경우 피고는 과세처분을 한 처분청인데, 국세의 경우에는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이고, 지방세의 경우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이 처분청으로서 피고가 된다. 그런데, 민사소송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경우에는 처분청과는 별개로 징수한 세금의 귀속자가 피고가 된다. 이에 따라 국세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이 피고가 되고, 지방세의 경우에는 도세, 특별시세, 광역시세(취득세, 등록면허세 등)는 도, 특별시, 광역시가 피고가 되며, 시․군․구세(재산세 등)는 시․군․구가 피고가 된다.

한편, 이미 세금을 납부한 경우의 구제방법과 관련하여 종래 대법원은, ‘세금을 납부한 이후에는 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이미 납부한 세금의 환급을 구하는 소송을 민사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을 뿐이고(대법원 1995. 4. 28. 선고 94다55019 판결), 이때 무효확인소송이나 무효선언을 구하는 의미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납세의무가 소멸한 처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82. 3. 23. 선고 80누476 판결 ; 대법원 1975. 11. 25. 선고 74누238 판결).

그런데, 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 전원합의체판결은 이미 부담금을 납부한 경우에 민사소송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이외에 처분의 무효확인소송도 확인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판례를 변경하였다. 따라서 과세처분이 무효인 경우 납세의무자는 민사소송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행정소송인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과세처분무효확인소송의 경우에는 취소소송과 달리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으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이므로(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지방재정법 제82조 제2항)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없는 한 세금을 납부한 날로부터 5년 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또한 과세처분 취소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병합하여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10조 제1항, 제2항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소소송에 당해 처분과 관련되는 부당이득반환소송을 관련 청구로서 병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그 소송절차에서 판결에 의하여 당해 처분이 취소되면 충분하고, 그 처분의 취소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153 판결). 따라서 1심에서 조세부과처분취소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병합하여 제기하면,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그 취소되는 금액에 상당하는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최종적인 승소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위와 같은 법리를 활용하면 납세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지만, 승소가능성이 낮은 사건에서 1심에서 승소하였다고 하여 부당이득으로 반환받는다면, 그 후 상급심에서 패소하였을 때 이를 다시 납부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승소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그리고 납세자의 자금압박이 큰 경우에 위 법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병합청구소송의 경우 피고는 처분청과 환급소송의 피고를 공동피고로 하여야 한다.

라. 대상 판결의 의의

부과제척기간이 도과된 후 과세관청이 한 부과처분은 당연무효라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두3140 판결). 과세관청의 부과권이 소멸된 후에 이루어진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는 점에서 보면,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신고․납부한 경우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납세의무자가 한 신고․납부행위는 당연무효이고, 그 납부세액은 부당이득이 된다고 한 대상 판결은 타당하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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