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담-중복지 위해 조세부담률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정부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정이 적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기침체는 가속화되고 국가채무 비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하며, 소득과세와 자산과세의 강화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소비세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3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포럼 8월호에 낸 칼럼 ‘팬데믹 이후 재정의 역할과 조세개혁’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잠재성장률 둔화, 고용 창출력의 약화 등 구조적 요인에 미-중 무역마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세계 경제의 성장률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가 성장과 분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도생의 전략보다 사회적 차원의 공동체적 대응이 요구되며,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재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3차례의 추경 편성과 한국판 뉴딜에 대해,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의 구축, 저소득층 생계와 소상공인·중소·중견기업의 긴급경영자금 지원,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초기 방역과 위기대응에 주력했고, 한국판 뉴딜을 통해 팬데믹 이후의 경제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차 추경의 주요 사업은 성장잠재력을 제고시키는 것은 물론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혁신성장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며,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확충은 구조 전환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 포용적 성장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양호한 재정여력을 고려할 때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물론, 재정건전성의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적기에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국가채무 비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 3차 추경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112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국가채무는 99조4000억원 증가해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43.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강 교수는 팬데믹 이후 재정은 단기적인 건전성을 넘어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보다 긴 시계에서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지원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사회통합의 강화와 혁신 능력의 배양으로 포요ᅟᅭᆼ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세수확충을 위한 중장기 조세개혁 로드맵 필요

강 교수는 ‘넓은 세원, 적정 세율’ 원칙 하에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세수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하며, 소득과세와 자산과세의 강화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점차 소비세를 확충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과세 기반의 확충을 위해서는 탈세의 온상인 지하경제를 축소하고, 각종 조세지출을 정비하며, 사회보장기여금의 부과 대상 소득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와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해 보편 증세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상가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 신탁에 의한 종부세와 법인의 설립-전환을 통한 소득세 부담 회피 방지, 공익법인의 투명성 강화, 대규모 조합법인에 대한 과세특례의 폐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투자유인을 위한 세제 지우너은 고용효과를 균형있게 고려하고, 부가가치세 간이가세자와 납부면제자 기준금액의 상향으로 그동안의 과표양성화 노력이 후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올해 정부는 2020년 세제개편안에서 과표 10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소득세 최고세율 45%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대상자가 매우 제한적이고 금융투자소득 과세의 경우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형 주식형 펀드에 대한 기본 공제가 5000만원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받는 기업도 100여개에 불과하다며 누진적이고 보편적인 조세부담의 차원에서 주요 세목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도 유형별, 지역별, 가격대별로 불균등한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률을 개선하고, 낮은 실효세율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며, 특히 주택의 경우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온실가스 배출억제를 위한 생산-유통-소비 생활 전반에 걸쳐 환경친화적 조세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환경부담을 강화해야 한다며 세제 개편에서도 전환적 뉴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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