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 올리면 연간 15조원 세수 효과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돼 2019년 현재 부가가치세수는 70조8000억원으로, 국세수입의 약 24.1%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인 2009년 부가가치세수는 47조원이었으나 국세 대비 비중은 28.6%로 국세의 3/1 가량을 차지하는 등 단일 세목으로는 엄청난 세수입을 자랑하는 세목이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 10%는 OECD 회원국 34개국 중 32위 수준이다. 2019년 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9.3%로,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은 20%대이며 우리나라, 독일, 일본 등이 10%대, 캐나다가 5% 수준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최근 10년간 세율 변화를 살펴보면, 2010년 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8.2%에서 2019년 19.3%로 1.1%p가 상승했다. 또한, 2010년과 2019년을 비교했을 때 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19개국이었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세율을 유지한 국가는 15개국, 세율을 낮춘 국가는 1개국이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았을 때 부가가치세율은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부가세율을 높인 국가는 그리스, 스페인, 일본, 포르투갈, 뉴질랜드, 영국, 핀란드,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체코, 이스라엘, 폴란드, 슬로바키아, 프랑스, 스위스 등이며, 세율 인하는 아이슬란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사회문제와 더불어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갈등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추경을 편성하고,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을 통한 적극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일 정부가 내놓은 ‘2021년 예산안 및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에 따르면 내년 총수입은 483조원인데, 총지출은 555조8000억원이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상황이고, 재정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증세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향후 5년간 증세보다는 기존 세입기반을 확충하려 한다”고 재차 밝혀왔다. 소득세, 부가세,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 대한 세율 인상보다는 증권 양도세나 가상자산 과세 등 과세기반을 넓히는 등의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왜 세금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까. ‘세율을 올리면 정권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세금을 더 걷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이 짙다. 과거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가세 도입 2년 만에 박정희 정권이 무너졌다.

종합부동산세 도입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고, 2006년 시행했는데 시행 후 2년 뒤 정권은 바뀌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증세없는 복지’를 외쳤지만 담뱃세를 올렸는데,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받았고 결과적으로는 탄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핀셋증세’로 법인세와 소득세 초고소득자 일부구간만 인상했다. 다만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정책의 기본 원칙과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사실상 증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세율을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그 세목은 부가가치세뿐이다.

부가가치세를 2%p 높인다면 세금은 얼마나 더 들어오게 될까. 지난해 걷힌 70조800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다면 85조원 가량, 즉 연간 15조원이 더 걷히는 셈이다. 정부가 이 세원을 부동산 공급에 집중한다면, 연간 15조원이라는 금액은 1억짜리 집을 15만채를 공급할 수 있는 수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임은 분명하다. 누구에게나 10%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공평한 세목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역진적인 세목으로도 꼽히기 때문이다.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할 경우 10만원의 부가가치세를 내야하는데, 같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고소득자일수록 부담이 낮아져 역진적인 세금이라고 불린다.

이렇듯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세목이기도 하고, 부가가치세율이 2% 인상되면 물건 값은 5%에서 10%까지도 상승하면서 물가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수 십 년간 세금과 세율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역진성 우려에 대해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더 크게 만들어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부가가치세율 조정의 소득재분배 효과: 복지지출 확대와의 연계 가능성’ 논문(2012)에서 “복지재정 증가 추세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득과세의 세원분포 축소 가능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보고서에서도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인한 역진성은 서민 생필품이 이미 부가세 면세대상이므로 역진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국회민생정치연구회 주최 세미나(2015)에서 “선진국에 비해 낮은 부가세로 세율 인상 필요성이 크고, 인상 시 가장 많은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며 부가세 인상을 주장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도 한겨레 칼럼(2020)에서 “안정적인 세수확보를 할 수 있는 세목은 부가가치세밖에 없다”며 “고소득에 대한 세율 신설도,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솔직히 세수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복지국가로 이행하면서 안정된 세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필수적이다. 우리도 이번 21대 국회에서 최초 도입 당시의 세율인 13%까지라도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과거(2006) 재경부에 제출한 ‘외국의 부가가치세 조정사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가세율이 OECD 평균국보다 크게 낮고, GDP 대비 부가세 비중도 낮은 편에 속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령화와 소득 양극화에 따라 크게 증가할 재정수요를 조세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면 부가가치세가 유일한 대안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박훈 시립대 교수(2012)는 부가가치세 인상이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므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은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당장 물건 값을 올릴 수 없는 사업자의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부가가치세율 조정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2008)에서 부가가치세율을 내리면 국내 수요를 확대해 임금과 소비자물가를 상승시켜 오히려 소폭의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수입 증가로 경상수지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가세 감소만큼 가처분 소득 증가로 민간소비는 증가하겠지만, 정부의 세입감소로 정부소비가 줄어드는 등 재정수지 악화 등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