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rand)(이하 ‘BVI'라 한다)에 설립한 5개의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이하 ‘이 사건 각 SPC’라 한다)과 신**가 설립한 00갤럭시는 2004년경부터 2010년경 사이에 ① 00그룹의 국내 3개 계열사의 발행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 ② 인덱스 노트, ③ 00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00 Asia 발행 주식을 취득하였다.

나.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기 위하여 4개 해외 금융기관(이하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이라 한다)과 한국 내 증권거래에 관한 대행 계약인 Custody 계약(이하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명의로(00치산은 00치산의 명의로 취득)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 인덱스 노트 및 00 Asia 발행 주식의 실제 소유자임에도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등에 명의신탁하였으므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2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2013. 11. 1. 원고에게 증여세 및 가산세 합계 208,132,944,850원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라.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각 SPC 중 00치산을 제외한 4개 SPC에게 명의신탁한 이 사건 주식 등을 양도하여 양도소득이 발생하였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2013. 9. 13. 원고에게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42,686,222,840원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라 한다).

마.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각 SPC에 명의신탁한 이 사건 주식 등에 대한 배당소득을 얻었음에도 그 과세표준을 부당한 방법으로 신고하지 않았고, 2011년경부터 2012년경 사이에 해외 계열사인 중국법인에 근무하지 않는 신**에게 급여를 지급하게 하여 이를 원고의 생활비로 사용함으로써 위 급여 상당의 근로소득을 얻었음에도 그 과세표준을 부당한 방법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2013. 9. 16. 원고에게 종합소득세 및 가산세 합계 10,783,679,870원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종합소득세 부과처분’라 한다).

바. 원고는 위 각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고, 조세심판원에서 일부 인용결정을 받은 후, 나머지 부과처분에 대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하여 취득한 주식을 특수목적법인 주주의 명의신탁 주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19. 12. 11. 선고 2018누32165 판결)

가.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1) 인정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4에서 10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0년대 중ㆍ후반 무렵 해외 비자금이나 CC 등 계열사 법인자금을 이용하여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를 통하여 해외 자산을 증식시키기로 하고, 실ㆍ차명재산을 관리하는 회장실 재무팀 소속 신**, 성**, 김**, 서**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나) 신**, 성**, 김**, 서**은 해외 금융기관을 통하여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국내에는 해외 금융기관 명의만 드러날 뿐 실제 투자자가 확인되지 아니하여 과세가 곤란함을 알고, BVI 등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후 그 특수목적회사로 하여금 CC 등 계열사 주식을 취득, 매각하도록 함으로써 양도차익을 남기거나 배당을 받아 원고의 해외 자산을 극대화하고, 원고가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 시행하기로 하였다.

(다) CC는 1999. 5. 14. 제122회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무보증, 분리형)를 발행하였고, 원고, 신**, 성**, 김**, 서**은 로**, 치*, 멩*, * *지로 하여금 홍콩에 있는 해외 금융기관인 ** Bank, ** Bank Hong kong, **d, *** Bank 를 통하여 사채(Bond)와 분리된 신주인수권(Warrant)을 인수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2004. 3. 무렵 신주인수권(Warrant)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원고가 BVI에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소유, 지배하고 있는 ‘***y' 명의로 미화 904만 달러 상당의 **. CC***nesia 지분 8.24%를 미화 6,500만 달러(한화 750억 원상당)에 ** CC **nesia에 매각한 다음, 위 **톤 등 4개 SPC로 하여금 그 매각대금으로 2004. 3. 23.부터 2004. 3. 29.까지 CC 신주인수대금 60,320,000,000원을 납입하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CC 발행 보통주 1,568,871주를 취득하도록 하였다(CC 주주명부에는 인수할 주권을 교부받을 자 또는 한국 내 대리인으로 신고한 **외에는 해외 금융기관이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원고는 2006. 1. 2.부터 2006. 11. 3.까지 위 1,568,871주 및 그 주식 매각대금으로 추가 취득한 215,686주 합계 1,784,557주를 위 **스톤 등 4개 SPC를 통하여 관리하면서 위 SPC로 하여금 그중 40,103주를 양도하도록 하여 2,461,250,072원의 양도차익을 얻고, 2,360,806,500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라) 원고는 1997. 5. 26. CC **웨이가 발행한 제2회 전환사채(CB) 42억 원 상당을 인수한 후 1998. 12. 무렵 그중 2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에 관하여 AAA 앞으로 명의를 이전하였다. 원고는 2007. 2. 5. 위 AAA앞으로 명의를 이전한 전환사채 중 13억 원 상당의 전환권을 행사하여 CC **웨이 발행 보통주 1,300,000주(지분율 12.0%, 현재 시가 46,760,000,000원 상당)를 원고가 BVI에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소유, 지배하고 있는 *** 퍼포먼스로 하여금 취득하도록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 퍼포먼스를 통하여 CC ***웨이로부터 주식 1,300,000주에 관한 배당을 받았다.

(마) 원고는 2008. 11. 25. BVI에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소유ㆍ지배하고 있는 **지로 하여금 CC 주식 71,081주, CC **주식 605주 합계 134,686주를 9,195,560,507원에 매입하도록 한 다음 2009. 4. 6.부터 2010. 12. 21.까지 17,120,408,400원에 전량 매도하도록 하여 7,748,289,161원의 양도차익을 얻고, 318,358,800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바) 원고는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하여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고 매각하거나 배당을 받는 등으로 2005귀속년도부터 2012귀속년도까지(2008귀속년도 제외)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하였다는 이유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으나 위 공소사실 부분은 무죄로 확정되었다(서울지방법원2013고합710호, 서울고등법원 2014노668호, 대법원 2014도12619호, 서울고등법원2015노2486호).

(2) 판단

(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토지와 건물을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있어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에 있어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때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두31460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등 참조).

그리고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의 집행에 있어서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대법원 2000. 3. 16. 선고 98두1173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아가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는 것은 재산보유의 실질과 명의를 일치시키고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등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증여의 실질이 없음에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이는 조세 부과의 본질적 근거인 담세력의 징표가 되는 행위나 사실의 존재와 무관하게 과세하는 것이므로 관련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은 엄격하게 절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두43653 판결 참조).

한편 특수목적회사(SPC)는 일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만을 갖추어 인적ㆍ물적 자본 없이 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특수목적회사가 그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설립지의 법령이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출자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특수목적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인정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다85980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와 갑 제4에서 33호증, 을 제4에서 1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이고 원고와 이 사건 각 SPC 내지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나아가 본세인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므로 증여세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자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달라야 하고, 실제소유자와 명의자 사이에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 내지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며, 조세회피 목적이 있어야 한다.

② 특수목적회사(SPC)는 일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만을 갖추어 인적ㆍ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SPC가 조세피난처인 BVI에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1달러)을 갖추어 인적ㆍ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격이 부인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각 SPC는 그 1인 주주인 원고와 구별되는 독립된 권리ㆍ의무의 주체가 된다.

③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신주인수권을 인수ㆍ행사하거나 이 사건 주식 매수계약 내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주식 대금을 지급하였으며, 00치산은 00치산 명의로, 00치산을 제외한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과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해외금융기관 명의로 이 사건 주식의 주주명부에 등재되었고,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주식의 주주로서 배당을 받거나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그 사법상 효과나 법률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각 SPC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자금의 원천이 원고의 자금이고, 원고의 자금이 대여나 출자 등 어떠한 법률관계를 거쳐 이 사건 각 SPC의 자금으로 되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각 SPC처럼 1인 주주가 완전히 지배ㆍ관리하는 특수목적회사의 경우 1인 주주의 의사가 회사의 의사와 사실상 같으므로 대여나 출자 등에 관한 서류 구비나 회계처리 등을 소홀히 할 여지가 있고, 특히 BVI 소재 법인의 경우에는 계좌거래내역 등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보관할 의무만 있을 뿐 회계장부와 재무상태표를 작성할 의무가 없고 회계감사를 수감할 의무도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며, 회계처리는 회사의 거래를 사후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불과하고 회계처리 여부에 따라 거래의 실질이 바뀔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서류나 회계처리가 없더라도 원고와 이 사건 각 SPC 사이에 이 사건 주식 취득자금에 관하여 대여나 출자 등의 원인관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⑤ 원고는 이 사건 각 SPC를 통하여 이 사건 주식을 취득ㆍ보유ㆍ처분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이 사건 각 SPC를 설립하였고, 이 사건 각 SPC는 자신의 명의로 주식매매계약 및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설립 당시부터 예정된 목적대로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⑥ 결국 원고가 이 사건 각 SPC의 1인 주주로서 명목회사인 이 사건 각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SPC의 법인격이나 이를 전제로 한 사법상 효과 및 법률관계를 부인하여 이 사건 각 SPC가 아니라 1인 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⑦ 나아가 이처럼 원고가 이 사건 각 SPC를 통하여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실질적 지배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이 사건 각 SPC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주식을 관리ㆍ처분할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하게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건 각 SPC 내지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과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 소유자가 원고임을 밝히는 명의신탁의 합의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⑧ 또한 명의신탁관계는 신탁자의 출연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형식적 명의만 수탁자에게 이전하되 신탁자가 관리하고 수익을 얻는 관계로서 신탁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명의신탁관계를 해지하고 자산의 명의를 신탁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 반면에 특수목적회사의 경우에는 특수목적회사 자신의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을 자신 명의로 관리하여 수익을 얻고, 실질적으로 자금을 출연 또는 대여한 지배주주는 배당이라는 별개의 법률행위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익을 얻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또한 지배주주는 특수목적회사와의 관계에서 청산 및 잔여재산분배를 통하여 투자를 회수할 수 있을 뿐이고, 일방적인 계약해지 방식을 통하여 자기 명의로 특수목적회사의 자산을 취득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특수목적회사와 지배주주의 법률관계는 명의신탁관계와 다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명의신탁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⑨ 게다가 주주권에 의한 지배 및 관리만을 근거로 회사 명의 재산에 관한 주주와 회사 사이의 명의신탁 관계를 인정한다면, 1인 주주의 회사 또는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한 주식의 투자 및 보유는 대부분 명의신탁에 해당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으로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회사와 주주를 별개의 인격체로 보아 그 소유재산을 별도로 보는 사법(私法) 체계에도 반한다.

⑩ 한편 이 사건 각 SPC는 해외법인이어서 국내 주식인 이 사건 주식을 직접 취득하기 위하여는 국내법상 요구되는 외국인 투자등록을 하여야 하였고, 이 사건 주식의 경우 ‘유로클리어’(Euroclear)1)를 통한 결제를 발행조건으로 하면서 일정한 요건 1) 국내 및 국제 채권, 증권, 파생상품 및 투자펀드의 국경 간 거래의 결제 및 관련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제증권예탁결제기관으로서 증권의 보관, 배당금 지급 및 원리금 상환 등 결제 후 업무를 갖춘 금융기관 등으로 참여자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SPC는 그와 같은 절차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00치산을 제외한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주식 취득의 절차적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을 직접 취득하는 방법 대신 해외 금융기관과 한국 내 증권거래에 관한 대행계약인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을 체결하고 유로클리어에 가입된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명의로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도록 하였으며, 00치산의 경우에는 직접 외국인 투자등록을 한 다음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여 적법하게 체결된 것으로서 00치산을 제외한 이 사건 각 SPC는 이를 통하여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에 주식 거래를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은 이 사건 주식을 자신의 이름으로 취득하여 명의개서를 하고, 수취한 배당금에 관한 조세를 원천징수하며, 의결권 및 기타 주주권의 행사 및 그에 필요한 일체의 업무를 대행한다. 따라서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은 신탁자가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그 재산을 직접 관리ㆍ수익하면서 단지 소유명의만을 수탁자로 하는 일반적인 명의신탁과 그 목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

⑪ 나아가 명의신탁은 우리 법제의 고유한 개념이므로 홍콩에 있는 금융기관인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이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고객인 투자자에게 대내적으로 소유권을 유보하는 내용의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할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을 제외한 이 사건 각 SPC 보유 계좌의 실질적 수익자(Beneficial Owner)는 원고로서 해외 금융계좌 개설 시 원고의 인적사항도 제출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에 의하면 커스터디 계좌, 고객자금 계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의신탁재산이 명의신탁자 소유의 재산인 점을 은닉하는 명의신탁약정의 목적이나 양상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설령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이 명의신탁계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명의신탁자는 원고가 아니라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의 체결 주체인 00치산을 제외한 이 사건 각 SPC로 보일 뿐이다. 나아가 이 사건 커스터디 계약을 명의신탁계약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커스터디 계약 체결 당사자는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증여의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지나치게 확장해석하는 것으로서 조세법률주의에 반할 여지가 있다.

⑫ 이 사건 각 SPC가 원고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된 점, 별다른 사업 실적이 없는 점, 인적 조직이나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점,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업목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점, 이 사건 주식 취득자금의 본래 출처가 원고의 자금인 점, 이 사건 주식의 취득과 보유 및 처분이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 점 등은 원고가 이 사건 각 SPC를 통하여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고 있다는 사정들로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 부합하는 사정에 해당할지언정,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 원고와 이 사건 각 SPC 내지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한다거나 이 사건 주식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⑬ 특수목적회사 설립에 따른 법률관계로 인하여 조세회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실질과세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을 확장하여 적용하기는 어렵다. 우리 세법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재산을 취득한 경우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지배주주를 실질적 이익 귀속자로 보아 취득세 또는 소득세 납세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조세회피 행위에 관한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있고, 실제로 원고도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소득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⑭ 관련 형사판결(제1심)은 ‘원고가 형식적인 귀속 명의자인 이 사건 각 SPC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판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관련 형사판결은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법리를 밝힌 후 법적 형식으로 볼 때 이 사건 각 SPC가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 사건 각 SPC에 대한 지배권을 통하여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는 원고에게 관련 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서 원고가 명의신탁관계에서의 명의신탁자로서 실제소유자라고 판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⑮ 한편 신**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해외에서 이 사건 각 SPC 등 차명으로 이 사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각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주로서 이 사건 각 SPC가 소유하는 이 사건 주식에 관한 권리 역시 원고에게 있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이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제소유자로서 이 사건 각 SPC에 명의신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각 SPC가 오로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는 이 사건 주식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양도소득, 배당소득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신**에 대한 급여 상당액을 원고의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

(2) 관련 법리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그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실질과세의 원칙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적용하게 되면 조세법률주의가 형해화되고 과세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관계의 효력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개별규정이 필요하고, 다만 형식적인 귀속명의자는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을 지배ㆍ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 등의 예외적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그 과세대상을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과세대상의 귀속 경위와 목적, 출처, 그 관리와 처분과정, 귀속명의자의 능력과 그에 대한 지배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판단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SPC는 BVI의 근거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법인으로서 이 사건 각 SPC는 주주와 구별되는 독립된 권리를 가진 실체로 인정이 되고, 이 사건 각 SPC가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만을 갖추고 인적ㆍ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격이 부인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SPC가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 즉, ① 이 사건 각 SPC는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뒤 매도하는 등의 형태로 원고의 재산을 보유ㆍ관리하고 있을 뿐 그 외 별다른 사업실적이 없는 점, ② 이 사건 각 SPC는 회사로서의 인적 조직이나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없어서 독자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업목적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주식 취득자금의 원천은 모두 원고의 개인 자금이고, 이 사건 주식의 취득과 보유 및 처분 모두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사실상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 점, ④ 이 사건 각 SPC 명의 계좌에 입금된 돈이 원고의 의사에 따라 그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되기 위하여 출금된 점, ⑤ 이 사건 각 SPC는 원고의 재산관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었고, 원고의 해외재산 관재업무를 담당하였던 신**가 모두 관리하는 방법으로 원고가 이 사건 각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던 점, ⑥ 조세회피 목적과 관련하여, ㉠ 조세회피의 목적이 유일한 또는 가장 주된 목적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목적과 아울러 조세회피의 의도가 부수적으로라도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점(대법원 1998. 7. 14. 선고 97누348 판결 참조), ㉡ 이 사건 각 SPC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할 당시 대주주에 대한 주식양도 과세규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고, 원고 및 그의 재산을 관리하던 직원들도 위와 같은 과세규정에 따른 조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각 SPC에 대하여는 국내 주식의 양도소득에 관하여 과세할 방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각 SPC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도록 한 것은 원고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보이는 점, ⑦ 원고는 2011년 무렵부터 2013년 무렵까지 원고가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CC China로부터 신** 명의로 급여 명목의 돈 합계 2,753,120,000원을 받아 생활비, 주택자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각 SPC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 사건 주식으로 인한 이익 등을 향유하고 있고,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한 행위는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원고에게 양도소득, 배당소득 내지 근로소득이 귀속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및 이 사건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모두 적법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두32227 판결)

가.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1항의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때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두31460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실제소유자인 사실 및 원고와 이 사건 각 SPC 내지 이 사건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본세인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므로 증여세 부당무신고 가산세 부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나.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각 SPC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 사건 주식으로 인한 이익 등을 향유하고 있고,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한 행위는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의 보유․처분에 따른 배당소득 및 양도소득이 귀속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에 관한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원심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및 이 사건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5.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서 명의신탁 합의의 입증책임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과세요건으로 ①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일 것, ②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일 것, ③ 명의신탁에 대한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을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세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으므로,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두31460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나. SPC를 통한 주식 취득을 그 주주의 명의신탁으로 볼 수 있는지

1인 지배주주가 설립한 SPC가 주식을 취득한 경우 이를 1인 지배주주의 명의신탁 주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실무상 논란이 많았는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은 이를 부정함으로써 실무상 논란을 정리해 주었다.

위 쟁점이 처음으로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은, ‘명목상 회사와 그 상위 지주회사는 적법하게 설립된 법인으로 법인격을 가진다. 원고 2가 지주회사 지배구조의 최종 1인 주주로서 명목회사를 지배·관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명목상 회사의 법인격이나 이를 전제로 한 사법상 효과 및 법률관계를 부인하여 명목상 회사가 아니라 그 최종 지배주주인 원고 2가 OO기술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 2는 OO기술 주식에 투자하기 위하여 이를 취득·보유·처분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명목상 회사를 설립하였고, 명목상 회사는 자신의 명의로 주식매매계약 및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고 그 자금을 지급함으로써 설립 당시부터 예정된 목적대로 OO기술 주식을 취득하였다. 따라서 명목상 회사는 대외적으로는 물론 지주회사 지배구조의 최종 1인 주주인 원고 2와의 관계에서도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와 달리 원고 2가 명목상 회사와의 관계에서 소유권을 유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 2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명목상 회사를 설립하여 위 회사를 통해 OO기술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투자하였는데, 이처럼 명목회사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였고, 그 취득자금을 자신이 조달하였다’는 내용 등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2와 명목상 회사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 2와 명목상 회사 사이에 명의신탁 관계가 있었다거나 그러한 관계를 설정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위 대법원 2013두13655 판결은 명목상 회사도 적법하게 설립된 이상 출자자와 별개로 법인격을 갖는 것이고, 거주자가 1인 주주로서 명목상 회사를 지배․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명목상 회사의 법인격이나 사법상 효과 및 법률관계를 부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국내 주식의 주주는 명목상 회사의 1인 주주가 아니라 명목상 회사라고 판시함으로써 1인 주주와 명목상 회사간의 명의신탁을 부정하여 위와 같은 실무상 논란을 정리하였다.

대상 판결의 원심은 위 대법원 2013두13655 판결과 마찬가지 입장에서 판단했다. 즉, ‘특수목적회사(SPC)는 일시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만을 갖추어 인적ㆍ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SPC가 조세피난처인 BVI에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자본출자요건(1달러)을 갖추어 인적ㆍ물적 시설 없이 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격이 부인된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각 SPC는 그 1인 주주인 원고와 구별되는 독립된 권리ㆍ의무의 주체가 된다. 원고가 이 사건 각 SPC의 1인 주주로서 명목회사인 이 사건 각 SPC를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SPC의 법인격이나 이를 전제로 한 사법상 효과 및 법률관계를 부인하여 이 사건 각 SPC가 아니라 1인 주주인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함으로써 SPC의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한 SPC가 사법상 독립된 권리ㆍ의무의 주체가 되고, 따라서 SPC와 원고 사이에 명의신탁의 합의가 없다면 SPC 명의로 취득한 주식의 소유자는 SPC의 1인 주주가 아니라 SPC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원고를 회사법상 칠봉산업의 사원이나 아이엔지의 주주로까지 인정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해 다수의견이 이 사건 주식 등 취득에 대하여 원고를 실질 주주로 보아 간주취득세 납세의무를 인정한다고 하여 상법상 그 주주나 지분보유자가 이 사건 자회사들이 아닌 원고라고 하는 것은 아니고, 나아가 이 사건 자회사들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라고 한 것과도 일치한다. 즉, SPC를 도관으로 보아 그 상위 투자자를 간주취득세 납세의무를 지는 실질 주주로 본다고 하더라도 SPC 명의 주식의 소유자는 SPC라는 것이다.

대상 판결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에 이어 SPC를 통한 주식 취득을 명의신탁으로 보려면 당사자간에 명의신탁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 특별히 명의신탁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사법상 독립된 법률 주체인 SPC 명의의 주식을 그 SPC의 주주의 명의신탁 주식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데에 의미가 있다.

또한 대상 판결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요건인 ‘재산의 소유자’와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요건인 ‘실질적으로 이익 등을 향유하는 자’를 구분한 점에 의미가 있고, 이러한 구분에 관해서는 주식의 실제 소유자는 법인격부인 이론과 사법적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반하여, 실질 이익향유자 여부는 세법상 실질과세 원칙 적용 측면에서의 접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1)

다. 소득의 실질귀속자 판단기준

원심 판결은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명의와 실질이 괴리되고, 그와 같이 한 이유가 조세회피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소득은 과세대상을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ㆍ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를 양도소득과 배당소득, 근로소득의 귀속자인 납세의무자로 판단하였다. 결론에 있어서 대상 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요건으로 명의와 실질의 괴리 외에 조세회피목적을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어디에도 조세회피목적을 그 적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국내 거래와 달리 국제 거래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을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요건으로 추가한 것은 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2)

[관련 설명]

1)이정원, “2020년 조세 분야 주요 판례”, 대법원 특별소송실무연구회 발표자료(2020. 12. 28.) 45-46면.
2) 유철형, “조세조약상 실질과세의 원칙에 관한 연구 –조세회피목적이 적용요건인지를 중심으로–“(조세학술논집 제34집 제2호, 2018.6.)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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