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추경 중 적자국채 7.5조…올해 국가채무 순증 106.1조

전문가 "국가채무 증가속도 비정상적…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
 

정부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59년 만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나라살림은 더욱 어려워졌다.

7조8천억원 규모 추경안 중 상당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 나랏빚은 7조5천억원 더 늘어난다. 이에 국가채무는 올해 846조9천억원, 내년 952조5천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 1∼3차 추경서 34.2조 늘어난 빚, 4차 추경서 7.5조 더 생겨

추경을 한 해 네 차례나 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맞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용취약계층 등 어려운 계층을 '핀셋 지원'하자는 취지의 4차 추경이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세 차례 추경을 하면서 이미 34조2천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대구·경북 지원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천억원 규모의 1차 추경 때 10조3천억원,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2조2천억원 규모의 2차 추경 때 3조5천억원, 역대 최대인 35조1천억원 규모의 3차 추경 때 20조4천억원을 적자국채로 메웠다.

이 때문에 추경을 거듭할수록 국가채무는 불어났다.

올해 본예산 편성 기준으로 805조2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1차 추경 후 815조5천억원, 2차 추경 후 819조원, 3차 추경 후 839조4천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본예산 때 39.8%에서 1차 추경 41.2%, 2차 추경 41.4%, 3차 추경 43.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는 그나마 1∼3차 추경 때는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를 위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나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 구멍도 없는 이번 추경에서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정부는 이날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 편성을 위해 7조5천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 국가채무 846.9조, 채무비율 43.9%…내년엔 나랏빚 952.5조

이번 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역대 최대인 846조9천억원까지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역대 최고인 43.9%로 오른다.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올해 첫 추경 때 진작 돌파한 데 이어 40%대 중반 턱밑까지 왔다.

지난해 대비 국가채무 순증 규모는 106조1천억원이다. 올 한해 100조가 넘는 나랏빚이 새로 생긴 셈이다.

올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84조원 적자가 된다. 본예산 기준 30조5천억원, 3차 추경 기준 76조2천억원이었던 적자가 7조8천억원 늘어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도 4.4%로 오른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적자가 3차 추경보다 7조1천억원 늘어 118조6천억원이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차 추경 때 5%를 돌파한 데 이어 이번엔 6%선까지 넘어 6.1%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내년 국가채무는 애초 전망한 945조원에서 952조5천억원으로 뛰어오른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46.7%에서 47.1%로 상승해 50%에 더욱 가까워진다.

2022년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1천70조3천억원으로 전망됐는데 이 역시 7조5천억원 늘어난다. 최초로 50%를 넘은 50.9%의 국가채무비율도 51.3%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 "국가채무 증가속도 비정상적…국가신용등급 떨어질 수도"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피해 지원과 경기 회복을 위해 4차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이 역할을 하도록 해 경기를 살리고, 이를 통해 세수를 늘려 향후 다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선순환론'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선순환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라며 "상황이 어려울 경우 재정 투입을 늘릴 수는 있지만 문제는 정부가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향후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케인즈적인 재정 확장 정책의 효과는 2006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끝이 났다고 본다. 더이상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빚만 지고 물가는 오르고 국가신용등급은 떨어지는 악재만 맞을 수 있다. 현명한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선순환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재정만 풀 것이 아니라 기업 규제 완화 등을 병행해 실질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며 "4차 추경이 이미 편성됐으니 현재로서는 필요한 계층에 치밀하게 지원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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