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속 한국경제 버티기 진두지휘…재난지원금 두고 여당과 이견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만간 역대 두 번째 장수(長壽) 기재부 장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올해에만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으며,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잇단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를 진두지휘하는 등 경제부처 '콘트롤타워'로서도 주요 이슈들을 의욕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이다.

14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2018년 12월 11일 공식 취임한 홍 부총리는 이달 30일이면 재임 660일을 맞아 이명박 정부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의 재임일(660일)을 돌파하게 된다.

역대 기재부 장관을 통틀어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는 이명박 정부 때 윤증현 장관(842일)이고, 두 번째가 박재완 장관이었는데 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550일간 재임해 역대 4번째 장수 장관에 이름이 올라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며 유례없는 기록을 연일 써 내려왔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총 277조원 규모의 대책을 마련하며 상반기에만 세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주에는 4차 추경안을 국회에 냈다. 한 해에 추경을 4차례나 한 것은 무려 59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추경을 거듭할수록 국가채무가 불어나 4차 추경안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인 43.9%로 치솟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6.1%까지 올라서는 등 재정 건전성 지표도 사상 최악의 기록을 함께 썼다.

이 과정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으나 홍 부총리는 "'재정의 책임성'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때"라고 적극 반박하며 정책 기조를 이어왔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2020 OECD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신속한 방역, 정책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OECD 회원국 1위로 끌어올린 점이 현 정책 기조에 대한 자신감을 더 굳히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홍 부총리가 당정 간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입장을 바꾸는 모습이 되풀이된 데 대한 비판과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다 결국 '100% 지급'을 수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등을 4차 추경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가 3단계 격상 없이도 추경 편성에 동의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홍 부총리는 경제부처 '콘트롤타워'로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보다 존재감이 더 부각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홍 부총리는 매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부동산감독기구 설치 등 대형 정책 이슈에 대한 관계 부처 간 이견을 조율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해 발표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매주 주재하는 등 한 주 일정이 늘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최근 홍 부총리는 당청과도 '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시절 추경 규모를 두고 의견이 충돌해 '거취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 체제가 출범하며 홍 부총리에게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이야기가 관가에서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도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홍 부총리에게 신임을 표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홍 부총리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뉴딜펀드에 대해 보고받는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1위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언급은 '현 경제팀 체제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란 관측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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