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명이 주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수도권의 한 고시원.

어떻게 한 곳에서 당첨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을까요? 알고 보니 이들은 진짜 고시원 거주자가 아닌 위장전입자로, 청약 우선순위를 받기 위해 이름만 걸어둔 상태였습니다.

김대지 국세청장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청약 가점을 얻으려고 처제 집에 다섯 식구가 살았다는 의혹을 받았는데요.

이처럼 청약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로또'에 비유될 만큼 당첨이 어렵고 그만큼 시세차익도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타고 그 열기 또한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서울의 경우 청약 당첨에 필요한 최저 점수와 경쟁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청약통장 발급 건수 역시 역대 최대 규모. 심지어 돈이 없거나 조건이 안 되는데도 일단 넣고 보는 '묻지마 청약'까지 등장했는데요.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에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전셋값이 상당히 비싸다 보니 전세를 놓으면 중도금, 잔금 등 나머지 자금 조달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청약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에 청약제도가 '그림의 떡'이라는 것.

현재 일반공급분의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합해 총 84점 만점입니다. 배우자, 자녀 등 부양가족이 한 명 늘어날수록 5점씩, 무주택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2점씩 더해지기 때문에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유리한 구조인데요.

반면 20∼30대는 사실상 청약시장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입니다.

특별공급은 소득 기준이 빡빡하고, 일반공급은 가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1인 가구에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데요. 이렇게 당첨권에서 멀어진 이들을 일컫는 '청포자'(청약 포기자)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하지 말고 서울과 신도시 분양을 기다려보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에 젊은 층이 발끈한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청와대 국민청원인 역시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청약제도의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기존 청약제도의 골격은 유지하되, 취지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인데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대별로 무주택 수를 파악해 비율대로 분양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30대는 30대끼리, 40대는 40대끼리 세대별로 경쟁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에 따라 고르게 나누면 적정하게 배분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1인 가구, 2인 가구나 2030 세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 최초 특별공급 외에도 분양시장에서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청약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과거 판교 신도시 사례처럼 청약 당첨자의 시세 차익 중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도 꾸준히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면 투기 성격보다는 실수요자 위주 청약이 이뤄져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본이 배분되는 효율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청약제도. 소외 계층 없이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한층 현실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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