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주식회사 OO이앤지(이하 ‘OO이앤지’라고 한다)와 OO이앤지의 설립 자본금을 출자한 원고(이하에서 OO이앤지와 원고를 통칭할 때에는 ‘원고측’이라고 한다)는 2016. 9.경 경영난으로 인하여 매각을 추진하던 OO기업 주식회사(이하 ‘OO기업’이라고 한다)를 인수하고자 하였다.

나. 당시 OO기업은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퇴직소득세 등 합계 1,919,760,870원(이하 ‘이 사건 체납세액’이라고 한다)의 국세를 체납하고 있었다. 피고는 2016. 8. 2. 위와 같은 조세체납을 이유로 OO기업 소유의 포항시 남구 (주소 생략) 공장용지 10,961.5㎡ 등 20개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체납처분에 기한 압류등기를 마쳤다(이하 ‘이 사건 압류’라고 한다).

다. OO이앤지는 2016. 10. 25. OO기업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대금 86억 원에 매수하고, 2016. 10. 26.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또한 원고는 2016. 10. 31. OO기업과 원고측이 OO기업으로부터 자산, 부채 및 발행주식 전부를 양수하는 내용의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원고는 2016. 12. 8. 피고에게 ‘이 사건 체납세액 중 10억 원은 2016. 12. 9.에 납부하고 나머지는 2017. 3. 31.까지 완납하기로 하며, 이 사건 체납세액에 대한 납세보증서를 제공하되 보증기한까지 완납되지 않으면 피고가 자신의 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을 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마. 이후 원고는 2016. 12. 9. 피고에게 ‘OO기업이 2017. 3. 31.까지 이 사건 체납세액을 완납하지 아니할 때에는 원고의 책임으로 위 체납세액을 납부할 것을 보증한다’는 취지의 납세보증서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납세보증’이라고 한다). 이에 피고는 같은 날 국세징수법상 체납처분 유예 규정에 따라 이 사건 납세보증서를 담보로 이 사건 체납세액에 관한 체납처분 절차를 2017. 3. 31.까지 유예하고, 같은 날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압류를 해제하면서 압류등기를 말소하였다.

바. OO이앤지는 2016. 12. 9. 위와 같이 압류해제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OO기업의 이 사건 체납세액 가운데 10억 원을 피고에게 납부하였다.

사. 피고는 OO기업 등이 2017. 3. 31.까지 나머지 체납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하자, 2017. 4. 3. 원고에 대하여 2015년 제1기분 부가가치세 570,171,000원(가산세 포함) 및 가산금 64,999,480원, 2015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 256,051,420원(가산세 포함) 및 가산금 50,043,340원, 2015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에 대한 가산금 18,154,270원을 각각 납부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체납처분 유예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직권으로 체납처분 유예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세무서장이 직권으로 체납처분 유예 및 압류해제를 하면서 납세담보 제공자로부터 제출받은 납세보증서는 세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제공받은 납세담보인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두36687 판결)

가. 관련 규정

국세징수법 제85조의2는 ‘세무서장은 체납자가 재산의 압류나 압류재산의 매각을 유예함으로써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체납액의 징수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체납액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재산의 압류나 압류재산의 매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예할 수 있고(제1항 제2호), 제1항에 따라 유예를 하는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미 압류한 재산의 압류를 해제할 수 있으며(제2항),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재산의 압류를 유예하거나, 압류한 재산의 압류를 해제하는 경우에는 그에 상당하는 납세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세기본법 제31조 제2항은 납세보증보험증권이나 납세보증서를 납세담보로 제공하려는 자는 그 보험증권이나 보증서를 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의 판단(대구고등법원 2020. 2. 7. 선고 2018누4619 판결)

원심은, 이 사건 납세보증과 관련하여 체납자인 OO기업은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압류해제 등 체납처분의 유예를 신청한 적이 없고, 피고가 OO기업에 납세담보 제공을 요구하였다는 자료도 없으며, 피고는 체납자인 OO기업을 배제한 채 원고에게 이 사건 압류해제에 대응하는 납세보증을 요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납세보증은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3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법상 보증계약에 의한 납세보증에 불과하여 무효이고, 이러한 납세보증계약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국세징수법상 체납처분 유예와 압류해제, 납세담보에 관한 규정의 체계와 문언 내용, 특히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1항은 세무서장이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체납처분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체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체납처분 유예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고, 국세징수법 제15조와 제17조에 규정된 징수유예도 세무서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점과의 균형 등에 비추어 보면, 세무서장은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체납처분 유예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체납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같은 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직권으로 체납처분에 의한 재산의 압류나 압류재산의 매각을 유예하고 이미 압류한 재산의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세무서장이 직권으로 체납처분 유예 및 압류해제를 하면서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3항 본문, 국세기본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납세담보 제공자로부터 그 체납액에 상당하는 납세보증서를 제출받았다면 이는 세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제공받은 납세담보이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납세보증은 세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제공받은 납세담보라고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납세보증은 원고가 체납처분 유예 및 압류해제를 받기 위해 국세기본법 제31조 제2항 및 국세기본법 시행규칙 제9조 제2항 별지 제11호 서식에 따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것이다. 피고는 국세징수법 제85조의2에 따라 이 사건 납세보증을 제출받으면서 직권으로 체납처분을 유예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압류를 해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납세보증은 피고가 위 국세기본법 및 국세징수법 규정에 근거하여 제공받은 납세담보에 해당한다.

나) 한편, 체납자인 OO기업은 원고측과 체결한 부동산매매계약 및 영업양수도 계약의 이행을 위해 잔금지급일 전에 미리 원고측에 OO기업의 영업을 위한 주요 자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원고측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피고의 압류해제 및 압류등기 말소가 이루어지자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체납세액 중 10억 원을 대납하였고, 그 일련의 과정에서 OO기업이 이의를 제기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납세보증이 사법상 보증계약에 의한 납세보증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납세보증에 기초한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으로 한 체납처분 유예의 요건과 압류해제 시 제공된 납세보증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과세관청이 직권으로 체납처분을 유예할 수 있는지

(1) 관련 판결

대법원은 구 조세감면규제법(1995. 12. 29. 법률 제5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3조 제4항은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세액을 감면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공공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신청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1995. 12. 30. 대통령령 제148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0조 제3항은 "법 제63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감면신청을 하고자 하는 공공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시행자는 당해 토지 등을 양도한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의 과세표준신고기한 내에 총리령이 정하는 세액감면신청서에 당해 공공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시행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양도자의 납세지 소관 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는 공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당해 공공사업의 시행자에게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및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도시재개발구역(공공시설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도시재개발구역을 제외한다) 안의 토지 등을 동법 제10조 또는 동법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사업시행자에게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은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3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그 감면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감면되고 감면신청이 있어야만 감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그 감면신청에 관한 규정인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3조 제4항은 양수인인 당해 공공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시행자로 하여금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함에 있어 필요한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하므로, 감면신청서의 제출이 없다고 하더라도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3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 소정의 감면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감면신청이 감면요건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두3006 판결,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7273 판결,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10628 판결 등).

또한 대법원은 구 조세감면규제법(1986. 1. 8. 법률 제3806호로 개정된 것) 제38조 제2항이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세액의 면제를 받고자 하는 내국인은 과세표준신고서와 함께 세액면제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관련하여,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38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세액의 면제를 받고자 하는 내국인은 과세표준신고서와 함께 세액면제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 제38조 제1항 소정의 산림개발소득에 대한 소득세 등의 면제는 그 면제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면제되는 것이고 세액면제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고 풀이할 것’이라고 판시하여 면제신청을 면제요건으로 보지 아니하였고(대법원 1986. 3. 11. 선고 85누695 판결). ‘구 부가가치세법(1980. 12. 13. 법률 제3273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3항에 의하면 위와 같이 부가가치세의 면제를 받아 공급받은 수산물 등을 원재료로 하여 제조 또는 가공한 재화의 공급이 과세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을 매입세액으로서 공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62조 제3항에 의하면 법 제17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매입세액의 공제는 그 공제를 받고자 하는 자가 법 제18조 또는 법 제19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출하는 신고서와 함께 소정의 의제매입세액 공제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하도록 규정되어 있기는 하나, 위 시행령 규정은 법의 직접적인 위임규정에 의하여 규정된 것이 아니므로 위 공제신고서의 제출을 의제매입세액 공제를 위한 필요적 요건으로 볼 수는 없고 단지 예시적 절차규정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공제신고서의 제출을 세액공제 요건으로 보지 아니하였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2누153 판결 참조).

그러나 대법원은 공공사업용 토지등에 대한 양도소득세등 감면에 관하여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제4항에서 ‘④ 제1항 제1호의 규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감면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하여, ‘구 조세감면규제법(1993. 12. 31. 법률 제46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 제1항 제1호, 제4항, 같은 법 시행령(1993. 12. 31. 대통령령 제140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2항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57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하여는 반드시 공공사업의 시행자가 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제2항의 소정기간 내에 세액감면신청을 하여야 하고, 위 기간 내에 세액감면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없다.’라고 하여 위와 같이 규정한 경우에는 감면신청을 감면요건으로 해석하였다(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누1462 판결, 1990. 9. 25. 선고 90누5542 판결, 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누11777 판결,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누10860 판결 등).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문언상 ‘위 규정에 의한 세액을 감면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감면신청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감면신청을 감면요건으로 해석하지 아니하였고, 이와 달리 ‘④ 제1항 제1호의 규정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감면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규정한 경우에는 감면신청을 감면요건으로 해석하였다.

중소기업 등 투자 세액공제와 관련하여 현행 조세특례제한법(2020. 6. 9. 법률 제17460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7항은 ‘⑦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적용받으려는 내국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세액공제신청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다른 세액공제나 감면규정도 대부분 이와 동일한 문언으로 규정하고 있다(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25조, 제26조 등). 위에서 본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이러한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와 감면규정은 신청을 적용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납세자의 권리나 재산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에게 혜택을 주는 세액공제나 감면 등의 신청규정은 특별히 법률에서 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는 한 신청규정은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기 위한 필요적 요건이 아니라, 단지 필요한 서류를 과세관청에 제출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 절차적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 이런 점에서는 과세관청이 직권으로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대상 판결의 경우

대상 판결은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1항이 체납자의 체납처분 유예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체납처분을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과 국세징수법 제15조와 제17조에 따른 징수유예도 세무서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체납처분 유예도 과세관청이 직권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체납처분 유예는 납세자에게 유리한 처분이고, 따라서 특별히 법률에 유예를 신청한 경우에만 체납처분 유예를 한다는 제한이 없는 이상 과세관청이 직권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해석한 대상 판결은 타당하다.

나. 납세담보 관련

(1) 관련 판결

대법원은 사법상 계약에 의하여 납세의무 없는 자에게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이를 보증하게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조세채권은 국세징수법에 의하여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이 인정되는 권리로서 사적 자치가 인정되는 사법상의 채권과 그 성질을 달리할 뿐 아니라, 부당한 조세징수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조세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그 성립과 행사는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법률의 규정과 달리 당사자가 그 내용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없으며, 조세채무관계는 공법상의 법률관계로서 그에 관한 쟁송은 원칙적으로 행정소송법의 적용을 받고, 조세는 공익성과 공공성 등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사법상의 채권과 구별된다. 따라서 조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사법상 계약에 의하여 납세의무 없는 자에게 조세채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이를 보증하게 하여 이들로부터 조세채권의 종국적 만족을 실현하는 것은 앞서 본 조세의 본질적 성격에 반할 뿐 아니라 과세관청이 과세징수상의 편의만을 위해 법률의 규정 없이 조세채권의 성립 및 행사 범위를 임의로 확대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76. 3. 23. 선고 76다284 판결, 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939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6다224961 판결 등).

또한 납세담보도 세법이 그 제공을 요구하도록 규정된 경우에 한하여 과세관청이 요구할 수 있으며, 세법에 근거 없이 제공한 납세담보는 공법상 효력이 없다. 한편, 납세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세법상 근거가 없다고 할지라도 납세의무자와 납세보증보험사업자 사이에 이를 납세보증보험의 대상으로 하는 납세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고, 다만, 이러한 경우 그 납세보증보험계약은 과세관청에 대하여 효력이 없을 뿐이다(대법원 1990. 12. 26. 선고 90누5399 판결, 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4다58277 판결 등).

대법원은 납세담보물에 다른 조세에 기한 선행압류가 있더라도 매각대금은 납세담보물에 의하여 담보된 조세에 우선 충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국세기본법 제37조의 ‘담보 있는 조세의 우선 원칙’은 납세담보물의 매각대금을 한도로 하여 ‘담보 있는 조세’를 다른 조세에 우선하여 징수하도록 함으로써 납세담보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압류에 의한 우선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점, 국세기본법 제29조는 토지와 보험에 든 등기된 건물 등을 비롯하여 납세보증보험증권이나 납세보증서도 납세담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 납세담보를 납세의무자 소유의 재산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납세담보물에 대하여 다른 조세에 기한 선행압류가 있더라도 매각대금은 납세담보물에 의하여 담보된 조세에 우선적으로 충당하여야 하고, 납세담보물이 납세의무자의 소유가 아닌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매각대금은 납세담보에 의하여 담보된 조세에 우선 충당하고, 납세담보는 납세의무자 외의 자도 제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다204959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납세담보는 세법의 근거가 있다면 납세의무자 외의 자도 유효하게 제공할 수 있으나, 세법의 근거 없이 한 납세담보계약은 과세관청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 여기에서 납세담보의 세법상 근거로는 국세기본법 제29조부터 제33조, 국세징수법 제85조의2를 들 수 있다.

(2) 대상 판결의 경우

대상 판결은 세무서장이 직권으로 체납처분 유예 및 압류해제를 하면서 국세징수법 제85조의2 제3항 본문, 국세기본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납세담보 제공자로부터 그 체납액에 상당하는 납세보증서를 제출받았다면 이는 세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제공받은 납세담보라고 판단하였다. 위 (1)항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에서 원고가 제공한 납세담보는 원고와 OO기업 간에 이루어진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과세관청인 피고가 국세징수법과 국세기본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적법하다는 점에서 타당한 결론이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고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 전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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