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김대지 새 청장시대를 맞아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5일 김 청장은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열어 디지털경제 확산, 국제질서 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국세행정의 미래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국세행정 미래전략추진단’과 ‘납세서비스 재설계 합동추진단’을 구성해 국세청 조직을 개편하고, 법과 제도 및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금의 납세서비스 형태도 국민의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맞다. 바꾸어야 한다. 조직도, 생각도, 시스템도, 그리고 방식까지도.

과거 국세행정과 납세자들의 신고형태는 납세자들이 신고기간이 되면 신고서류를 만들어 세무서 앞까지 가서 우편함에 넣고 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홈택스)으로 하고, 또 세금납부도 모바일로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 들이다. 옛날 모습에 비추면 천지개벽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 청장이 조직과 납세서비스를 다 바꾸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히 꿈틀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대지 새 청장의 선언은 ‘김 청장의 세정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관리행정’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부의 시선을 한순간에 긴장모드로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도 세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도 한 개도 아닌 두 개나 되는 기획단의 발족이다.

어쨌던 김 청장이 던진 주사위가 제대로 꽂히기 위해서는 몇가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어 훈수를 보탠다.

먼저 조직문제다. 세금 징수를 위한 선행 작업인 세정서비스는 인터넷의 발달로 나날이 변화 발전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조직은 과거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본청에서 기획하고, 지방청과 세무서가 이를 받아 처리하는 형태다. 본청-지방국세청-세무서 3단계를 거친다. 여기에 납세자들이 만나야 하는 세무대리인까지 더하면 사실상 4단계다.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일례로 본청의 기획을 굳이 지방청을 거치지 않고 세무서로 바로 내려 보내면 된다. 또 세무대리인에게도 직접 전달하면 된다. 요즘 젊은 세무사들은 세무서에서 열리는 간담회에 가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과거의 방식인 대면 전달이 아니어서 좋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청의 세무조사국, 세무서의 조사과 뭐 한가지 다를 게 없는데 굳이 세무서에 조사과를 둘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본청의 지시를 세무서로 곧바로 내려 보낸다면 지방청은 필요 없고, 인터넷으로 세무업무가 가능하다면 백 수십 개의 세무서가 딱히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세무공무원의 자리 늘리기라는 이런 비판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덧붙여 국세청의 업무형태 중 중요한 세무조사 분야를 한가지 트집 잡자면 개인사업자의 경우 평생 한번 세무조사 받을까 말까한 수치로 조사가 이뤄진다. 결국 이는 ‘재수 없으면 세무조사 받는다’라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 세무조사를 받는지를 납세자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필수다. 아니면 국세청장이 맘대로 조사를 줄였다 늘렸다 하지 말고 공평하게 전 사업자를 다 조사(검증)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게 맞다. 간편조사든, 사후검증이든, 신고내용확인이든, 셀프검증이든 고안하면 방법은 많고 많을 것이다.

또한 차제에 세무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누구는 뒷배가 좋아 적게 맞았다더라(추징)’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따져서 바로 잡아야 한다.

‘세금은 정당하게 내겠다, 그런데 좀 쉽고 편하게 해주라’라는 것도 선량한 납세자들의 오랜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납세자들은 세무대리인에게 세금업무를 맡길 경우 ‘세무대리 비용은 알겠는데 조정료는 또 뭔지 왜 이렇게 달라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이를 풀어줄 방도도 찾아내었으면 한다.

나아가 ‘차라리 모든 업무상 비용은 카드로 사용하고, 세금부과도 정부부과제도로 바꾸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그만큼 세금계산과 납부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다.

이왕 만들기로 한 ‘미래전략추진단’이라면 제대로 하자는 의미에서의 고언(苦言)이다.

얼마 전 조직을 개편한다고 일선 세무서에 개인납세과를 만들었다가 이를 스스로 뒤집어 소득, 부가과로 또다시 분리한 것처럼 조잡하고 성급하게 하면 또 보여주기식 ‘날림 추진단’이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할 것이다. 이 또한 행정력의 낭비이고, 세금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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