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대재산가’ 쏙 빠지고 ‘부동산·민생침해’ 분야에 집중키로

국세청의 세무조사 칼날이 ‘대기업’에서 ‘부동산’으로 완전히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일년에 두 차례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내놓는다. 한해 동안 국세행정이 나아가야할 길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누어 발표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국세청 고유의 권력인 ‘세무조사’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가 중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국세청의 국세행정 운영방안은 ‘대기업·대재산가’를 향한 엄정 대응을 강조해왔다.

사실 국세청이 대기업과 대재산가를 향한 탈세행위에 엄정대응을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기업·대재산가일수록 자본의 흐름과 규모가 거대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세금탈루보다 그 영향과 여파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는 약방의 감초격이었던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 예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동안 국세청은 매년 대기업·대재산가의 불공정 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조해왔다. 세무조사 운영방안을 발표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며 그만큼 제일 강조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지난 15일 김대지 국세청장이 취임 후 첫 전국세무관서장 회의를 열어 발표한 올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에서는 민생침해 탈세, 신종 유통·자료상, 공직경력 전문직, 부동산 탈세, 주택임대소득 검증, 공정경제 저해 탈세, 신종업종 탈세, 역외탈세, 다국적기업 탈세, 고액상습체납자 추적 등이 언급됐다.

국세청이 그간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해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해 온 것은 역대 관서장회의 자료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 국세행정 운영방안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1월18일, 2017년 8월17일, 2018년 1월31일, 2018년 8월28일, 2019년 1월28일, 2019년 8월12일, 2020년 1월29일까지 모든 국세행정 운영방안 세무조사 파트에는 대기업·대재산가부터 언급된다.

`17년 초는 박근혜 정부인 임환수 전 국세청장 재임시절에도 마찬가지였으며,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승희, 김현준 전 국세청장도 모두가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조해왔다.

그동안 대기업 불법 자금유출·비자금 조성, 대재산가 편법 상속·증여 등 지능적·변칙적 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해 엄정 대응하고,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해왔는데, 김대지 국세청장은 전통적인 세무조사 방안에서 조금 더 다른 경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가장 먼저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불법 대부업자, 유사 투자자문, 건강보조식품 업체 등 민생침해 탈세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기인 상황인 만큼 민생침해 탈세 건에 대해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여느 때와는 다른 국세행정 운영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맞춘 부동산 시장과열에 편승한 변칙적 탈세를 강력히 근절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직경력 전문직에 대한 세무조사도 예고했다. 그동안 국세청은 공직에서 퇴직한 선배들에게 세무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더라도 그 수는 소수에 불과했는데, 이번 국세행정 운영방안의 주요 내용으로 담기면서 공직퇴임 변호사·세무사 등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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