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자산 18조 규모, 상속인 상속세만 10조6천억

삼성 법적 논란과 지배구조 변화 이목 집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25일 별세했다. 본격적인 삼성 3세 경영을 앞두고 있지만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법정 논란과 지배구조 변화 등이 어떻게 진행될 지 향후 삼성의 앞날이 기대된다.

1942년생인 고인(故人)은 부친 이병철 삼성 이어 삼성그룹 2대 회장에 1987년도에 취임하면서 30여년 동안 삼성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고인은 지난 2014년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6년 동안 장기 투병해 왔다. 고인은 살아생전 꾸준히 변화를 추구했고, 항상 조직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일찍부터 스스로조차 개인재산으로 '한국반도체'를 1974년도에 인수해 삼성은 1992년 이래 지금까지도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3년 ‘신경영론’을 발표하고 “자식과 마누라를 빼놓고 다 바꾸라”며 미래세대를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2006년에는 '창조경영'을 내세우며 또한번의 미래를 준비하는 삼성의 독자적 창조성을 역설했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위기경영’을 선포하며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 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삼성의 태동을 이병철 창업주가 만들었다면, 늘 놀라운 경영철학을 선포하며 세계적 위상을 펼친 글로벌 삼성으로 이끈 것은 이 회장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삼성의 3세 경영이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진다. 18조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게 될 이 부회장 등 상속인들은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고인이 보유했던 주식에 대해서는 평가액의 60%, 나머지 재산은 50%가 상속세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 원이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게 되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또한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게 된다. 한 계열사의 1주만 있더라도 특수관계인으로서 최대주주 할증이 적용된다.

고인이 생전에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삼성전자 4.18%(2억4927만3200주,우선주 0.08% 61만9900주), 삼성SDS 0.01%(9701주), 삼성물산 2.88%(542만5733주), 삼성생명 20.76%( 4151만9180주)으로, 이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따라서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이 부회장 등 상속인이 이들 4개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게 될 경우 상속세 총액은 주식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20%를 할증한 다음 50% 세율을 곱한 후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6000억여원이다.

주식 상속분만 있다고 해도 역대 최고 상속세일 것으로 보인다.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다.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속인이 삼성물산 배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상속세 재원으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높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매각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43.4%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는 18조2802억원(23일 기준)에 달한다.

고인이 자산이 18조원이나 되고, 또 상속인들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으로 10조원을 넘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삼성을 성장시키고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 사실은 몇 손가락안에 꼽힐 기업인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회장이 이날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삼성의 승계작업을 위한 삼성물산 불법 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해당 혐의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었고, 당장 내일(26일)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죄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재개된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이라 출석 의무가 없기도 하지만 부친의 별세로 인해 재판장 출석은 더욱 어렵게 됐다. 통상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기타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불출석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룹 승계작업 중 불법적 요소를 안은 합병 과정과 전 정부와의 잘못 엮인 관계로 수년간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회장이 그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향후 법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분류로 볼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17.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율은 상반기 기준 각각 0.06%, 0.7%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 부회장과 가족 등 삼성 오너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 31.63%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며 경영해왔다.

주목되는 대목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지주사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사로 나누는 지주회사 체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다. 다만 삼성생명법안(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이 어떻게 전개될 지 변수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본격적으로 삼성을 경영해왔고, 조만간 삼성의 회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남매 경영이 펼쳐지게 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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