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세무사회 상근부회장 사표, 홀연히 떠났던 ‘賢者(현자)’
"차기회장, ‘회원을 위한, 회원에 의한, 회원의 회장’이었으면"

1990년대초 세무사고시회 이사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을 만났다. 그는 정구정 회장이 가는 곧 마다 늘 곁에 있었다. 지난 2013년 4월 세무사회 상근부회장직을 박차고 나오기까지는 그랬다.

2000년 수 십명의 젊은 세무사들이 주머니 돈 100만원씩을 꺼내 수천만원을 모아 정 회장의 세무사회장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2003년 세무사회장에 처음으로 당선될 때, 2005년 재선에서 낙선한 정 회장이 한 회원과 지리한 소송전을 벌일 때, 그리고 6년여를 절치부심한 후 2011년 재선을 시도할 때도 그는 늘 함께 있었다.

물론 2011년 50년 숙원사업을 이루어 낼 때도 상근부회장으로서 함께 있었다. 정치적 동지였고, 어떤 때는 정구정 회장의 ‘복심’이라고도 불렸다.

그런 둘 사이의 ‘차돌 우정’은 세무사회 자체프로그램 소유를 위해 당시 지방회장들과 같이 했던 그가 정 회장과의 이견을 보이면서 금가기 시작했고, 이어진 정 회장의 3선출마가 그들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그는 세무사회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된지 8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홀연히 떠났다.

세무사회 각종 위원, 선출직 감사, 전무이사, 선출직부회장, 상근부회장 등 세무사회직 중 회장 자리 빼고는 다해본 그 였기에 여한히 없었다. 회무에 누구보다 해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회자되었던 그였기에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경구처럼 발걸음은 가벼웠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살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을 서울에서 판교로 옮겼고, 회적도 서울회원에서 중부회원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정 회장의 3선에 분노한 민심이 그를 끌어 당겼다. 3선의 대항마 이창규 후보의 런닝메이트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얄궂은 운명이었다. 786표차의 분루를 삼켰다.

2년전 이창규 후보의 런닝메이트 부회장을 맡게된 그에게 또 회직하려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회직보다 세무사회의 화합과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면서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위한 ‘초석 딱 하나’를 놓고 싶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결심했다고 했다.

딱 하나의 초석은 무엇일까.

그는 관직경험이 없다. 세무사회 상근부회장은 세무서장 등 서기관 출신들이 연거푸 임명되는 등 꽤 괜찮은 자리다. 그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다.

그의 눈매는 날카롭다. 그런데 늘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합리적이고 욕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사욕보다는 공익을, 개인의 영달보다는 주변인에게 영광을, 또 자신의 개인사업보다는 세무사 전체의 번영과 ‘미래먹거리’를 늘 걱정하던 모습에서 ‘현자(賢者)의 그것’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딱 2년이 지났다. 지금 그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이는 최근 차기 세무사회장 출마를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창규 세무사의 ‘책사’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사실일까. 너무 궁금했다. 사실이라면 회직에 미련이 있는 것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꿈이 있는 것일 수도 있기에 그랬다. 지난 주말 벚꽃이 만개한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가 바라다 보이는 분당구 삼평동 그의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가봤다.

세원세무법인 분당지점 사무실 한 켠에 자리 잡은 김 세무사의 응접실에 마주 앉았다. 인터뷰보다는 세무사 업계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한 마음이 컸다.

▲ 사무실이 아담하게 꾸며졌습니다. 판교로 오게 된 계기는?

=세무사회 회직을 그만두고 출퇴근 문제도 있고, 이곳 판교의 성장성 등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서울세무사회원에서 중부세무사회원으로 옮겼습니다.

▲ 상근부회장을 그만 둔지도 벌써 2년이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세무사회 회직을 많이 한 것으로 압니다.

=회장 말고 해 볼 것은 다 해봤나요. 본회 정화조사위원, 연수위원 등, 감사, 전무이사, 선출직부회장, 상근부회장까지. 생각해보니 많이 한 것 같네요. 그만큼 봉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합니다.

◆ 2년전 정구정 회장 3선반대, 상근부회장 사표...대항마 러닝메이트

▲ 사실 2년 전 상근부회장직을 박차고 나온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구정 회장과의 오랜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었는데 갑자기 상근 부회장직을 그만둔 이유는?

=세무사회 회칙상 회장은 평생 2번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상식적 법률해석과 달리 3선을 시도한 것은 조직의 원칙을 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내 소신이 그렇기 때문에 싫어서 그만둔 것이다.

▲ 정구정 회장과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아는데 언제부터인가?

= 90년대 초반, 세무사고시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맺어지게 되었다. 저는 세무사 고시 19기 출신이고, 정 회장은 12기 최연소 합격자였다. 주민등록상 나이는 동갑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1살 더 많은 것으로 안다.(웃음)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고시회가 본회의 제도개선과 관련해서 영향력 있는 행동을 많이 할 때였다. 그 때부터 급격히 가까워졌으며 거의 25년 지기 친구이자 동지였다.

▲ 김 세무사께서도 일부에서 비판하는 정 회장을 독선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틀릴 수 있는 문제다. 정구정 회장이 세무사회의 역사와 업무내용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무사회 업무와 관련해서는 자신 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회원들이 공감하는 쪽으로 가야 되는데 자신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 그걸 밀어붙이려고 하다보니 독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 "세무사회장 연봉 3억원 아닌 2억원…'고발'의 산물이다"

▲ 말이 나온 김에 세무사회장 연봉 3억 원이라는 말이 회자되는데 어떤 것인지?

= 세무사회장의 연봉은 3억 원이 아니라 2억 원입니다. 1억 원은 임원들의 특별수당입니다. 그리고 세무사회장이 받는 연봉을 월급제로 전환한 것은 업무추진비(판공비)와 관련한 '고발'의 산물입니다. 이 또한 정구정 회장이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전 회장이었던 조용근 회장 시절 도입한 제도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정 회장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 지난 2013년 선거 때 이창규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다. 이창규 세무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 이창규 세무사와는 2003년 선거때 정구정 회장의 러닝메이트 부회장 후보를 같이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창규 세무사의 장점은 주변 참모들의 이야기를 잘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정구정 회장에 대해 반목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화합을 위해서는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또 오래된 인연으로 인해 ‘당신 아니면 러닝메이트 할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요청에서 어쩔 수 없이 부회장 후보를 수락했던 것이었다.

▲ 올 초 출마를 접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던 이창규 세무사가 최근들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일각에서는 김종화 세무사의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옆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주체는 될 수 없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도움 주는 것도 없고 본인이 다 판단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또 부회장 후보 제의가 온다면?…“후배들이 나섰으면 좋겠다”

▲ 이번에도 이창규 세무사가 러닝메이트를 제안한다면?

=좀 더 생각을 해봐야 되겠지만 내가 회직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보다 먼저 세무사업계의 미래를 이끌 후배들 중에서 러닝메이트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크다. 무엇보다 내가 러닝메이트를 하기위해서는 저희 세원세무법인 세무사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한 문제라는 점에서 쉽게 결정하고, 답할 수 없는 문제다.

▲ 지난번 선거에서 부회장 후보직을 수락할 때 ‘세무사회 초석을 하나 놓겠다’라는 일념이 있다고 했었는데 무엇인가?

=그 때는 세무사회의 회계프로그램을 소유하는 문제였다. 세무사회가 회계프로그램을 소유하느냐 못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이었다. 그 문제의 매듭이 필요했다.

정구정 회장이 회계프로그램 문제와 관련 지지자들과 소통이 잘 되어오다가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세무사랑을 지킬 수 있는 후보는 이창규 세무사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프로그램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본다. 이창규 회장의 이번 출마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세무사랑2에 대한 적극성을 가진 사람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솔직히 몇몇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 세무사회 소유의 프로그램인 ‘세무사랑2’는 협박을 받아오면서 지켜온 것이다.

어떤 회장이 오느냐에 따라 지금 세무사랑2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존과의 관계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던지, 그리고 정구정 회장처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시장에 맞기겠다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세무사회 소유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현재 세무사회 소유의 프로그램문제는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 세무사회 프로그램, “소유는 세무사회, 경영은 대기업 체계로 갔으면...”

▲ 세무사회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떤 특정 프로그램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세무사회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무사회가 맡아서 한다는 것은 회직자들이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영리회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세무사회가 대주주가 되는 전문회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경영은 대기업에 맡기되, 소유는 세무사회가 갖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관계의 새로운 전문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세무사회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테이터를 오랫동안 축척하고, 세무사업역도 지키면서 그 ‘빅 테이터’를 활용해 회원들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미래의 세무사 먹거리?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세무사의 먹거리가 있다면?

=세무사는 전문가로 존재해야 한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법에서 보장하는 전문가의 역할 같은 것이다. 일례로 ‘성실신고확인제도’와 같은 법률에서 보장하는 세무사의 업무가 있어야 한다. 세무사가 아니면 수행할 수 없는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법적으로 보장된 업무가 있어야 세무사의 직역이 지켜지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 지금 썩 마음에 와 닿는 후보 없어…"힘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면 OK"

▲ 그렇다면 세무사들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후임 세무사회장은 어떤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개인의 영달보다는 전체 회원을 생각하며 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출세 쪽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실제 회원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런 후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회원들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화합하는 회장, 그리고 세무사들의 업무와 수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잘 지켜낼 수 있는 그런 힘과 소통의 매력을 가진 원만한 사람이었으면 회원들도 기꺼이 표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유식하게 말하면 ‘회원들을 위한, 회원에 의한, 회원의 회장’이 되었으면 한다.

▲ 현재 거론되는 회장 후보들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 후보자들의 시각과 회원들의 시각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원들은 정구정 회장의 업무스타일을 충분히 경험했다. 정 회장은 독선적인 부분을 뺀다면 세무사회를 위한 제도개선은 잘했다. 솔직히 이번 선거에서 회원들은 정 회장 만큼 열정적으로 일하며 회원들과 우리 제도를 위해 불철주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는데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그런 후보가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내 눈에는 썩 와닿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후보 각자 개인들의 생각에서는 자신들은 정 회장 못지않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판교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또, 1시간여를 주변 산책로를 걸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세무사회의 미래와 희망, 또 지금 세무사업계를 주름잡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개나리, 진달래, 벚꽃, 박태기나무에서 전해져오던 봄꽃들의 향기도 흠뻑 마셨다.

건너편 너머 테크노밸리에서 위용을 뽐내고 선 안랩, 솔리드, 엔씨소프트, 한컴 등 유명한 기업들의 사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젊음의 냄새에서 김종화 세무사가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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