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LED 조명 ‘예쁜 커피숍’ 연상

류종진 서장, 여러 기관 찾아다니며 벤치마킹…‘명품 민원실’ 탄생

관악세무서가 금천세무서로부터 분리 개청돼 4월 1일부터 새롭게 업무를 시작했다. 새로 개청한지 2주일 가량. 자리가 잡혔을까?

관악세무서의 위치는 기존 별관 자리(관악구 문성로 187) 그대로였다. 명칭만 이리 저리 바뀌었을 뿐,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머물고 있는 나름 역사 깊은 세무서다.

94년도에 개청된 관악세무서는 지난 99년부터 금천세무서와 통합되면서 본관과 별관으로 나누어 금천구와 관악구 일대 세수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그간 커져가는 관악구의 경제규모와 늘어난 관악구 주민들의 행정수요, 업무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결국 별관을 관악세무서로 분리, 신설했다.

봄비가 촉촉하게 땅을 적시는 14일, 관악세무서를 찾아가 봤다.

‘서울시내 세무서중 지하철 역에서 가장 거리가 먼 세무서 중의 하나일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직접 지하철을 타고 도보로 방문해 본 결과, 운동화 신은 여자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납세자들이 세무서비스를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세무서비스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민원실을 둘러봤다.

♦ 까맣고-하얗고-정형화된 세무서는 이제 ‘굿 바이’

톡톡 튀는 감각적인 올리브그린 컬러의 의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밝은 LED 조명과 여기저기 배치돼 있는 화초들. 예쁜 커피숍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관악세무서 민원실의 모습이다.

까맣고 하얗고 정형화 된 세무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톡톡 개성 넘치는 관악세무서 민원실은 화초들의 기분 좋은 향까지 더해져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 관악세무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내방객들은 가끔 깜짝 놀라는 눈치라고 한다. 천장이 내려앉고 바닥이 갈라졌던 오래된 세무서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 류종진 서장, 기관과 지역 가리지 않고 수십 곳 직접 다니며 ‘벤치마킹’

20년 된 건물 관악세무서는 건물 곳곳이 이미 낡을 대로 낡아있던 상태였다. 류종진 서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낡은 건물을 고치기 위해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류 서장은 결국 서울의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기업체, 과천 지역의 병원 등 기관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십 곳을 직접 다니며 장점만을 벤치마킹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직접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주말까지 반납하고 현장으로 나와 보수공사를 총지휘, 감독했다. 약 두 달 간의 준비 끝에 지난 4월, 카페 못지 않은 명품 민원실이 탄생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하얀 벽을 최대한 없앤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얀 벽 대신 층 마다 컬러를 달리하거나 사진 프레임 벽화로 밋밋하고 뻔한 하얀 벽에 포인트를 줬다.

“층 마다 달리 바른 칼라의 의미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류 서장은 직접 가서 창문과 어우러진 컬러를 느껴보길 권했다.

계단에서 창문을 내려다 봤더니 생생한 미술 작품 한 점이 창문에 담겨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과 컬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류 서장의 세심한 민원실 개혁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류 서장은 “새롭게 개청된 관악세무서에서는 최대한 납세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싶었다. 납세자들이 언제나 마음 편하게 상쾌한 기분으로 관악세무서를 방문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지역주민에게 최고의 납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새내기 세무서, '현장 소통의 날'은 어떤 모습?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이 날은 국세청이 정해놓은 ‘세금문제, 현장 소통의 날’이다.

세무서를 찾은 민원인들의 각종 세금에 관한 고민이나 궁금한 점을 무료로 상담 받을 수 있는 날이다. 그렇다면 새 단장, 새 마음으로 활기차게 개청한 관악세무서의 첫 ‘현장 소통의 날’ 모습은 어떠했을까?

관악세무서는 좀 더 많은 납세자들에게 ‘현장 소통의 날’을 알리기 위해 관악구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관악세무서 뿐만 아니라 관악구청 민원실에서도 세무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관악구청에서는 관심 있는 민원인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광판으로 ‘현장소통의 날’ 알림서비스를 해주고 있으며, 오후 2~5시까지 2~3명의 세무서 인력들이 관악구청으로 파견 나가 민원인들의 상담을 도와주고 있었다.

아울러 관악세무서는 이와는 별도로 한 달에 한번 ‘찾아가는 소통의 날’을 정하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영세개인납세자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도 청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날 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오후 3시가 지나자 많은 민원인들이 관악세무서 민원실을 찾았다. 짜증내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민원인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얼굴도 환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성실납세자를 존경하고, 사랑하겠다는 이러한 관악세무서의 초심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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