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 부인 증인 출석 “3천 아닌 1천이었다” ‘눈물의 진술’

20일 서울중앙지법, 증인과 피고가 흐느껴 울었고, 변호인.방청석도 함께 울었다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3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된 전 역삼세무서 오 모 과장에 대한 3번째 공판이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재판장 현용선)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피고 오 전 과장이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던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근무 당시인 2012년 10월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모뉴엘 박 모 대표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수수했는지 아니면 피고의 주장대로 1000만원만 받았는지를 다투기 위한 증인심문이 속행됐다.

지난 2차 공판에서는 모뉴엘 대표였던 박 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2시간 가까이 집중심문이 이루어졌고, 이날은 피고 오 모 전 과장이 지휘했던 조사팀의 반장을 맡았던 J모씨와 모뉴엘의 재무담당이사였던 K모씨, 그리고 오 모 전 과장의 부인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공판은 2차 공판에서 박 모전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에 보관돼 있던 현금을 담뱃갑에 넣어 전달했다는 증언을 뒤집기 위한 변호인 측의 집중심문이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당시 조사팀의 반장이었던 J모씨에 대한 심문을 통해 예치조사를 벌이던 날 박 모 회장의 방을 예치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발견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J모 전 반장은 “현금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5천만 원 이상의 현금이 발견되었다면 과장 등 상부에 보고해 별도의 지시를 받았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큰 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당시 박 모 회장의 서랍을 열어봤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예치조사는 원시서류의 확보가 우선인 만큼 서랍은 물론 쓰레기통까지 열어본다. 중요 은닉서류를 찾기 위해서는 침대 밑까지 다 살피는 만큼 책상 서랍이 있었다면 열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판사의 질문에도 “회장실의 모든 서랍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잠겨있었다면 열어달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당시 예치조사에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현금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어 피고 변호인 측은 모뉴엘의 재무담당이사였던 K모씨를 불러 심문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예치조사에서 회장 방에서 특별한 현금이 발견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박 모 회장이 현금을 책상 서랍에 보관해 온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른다”고 했다. 또 현금을 인출하는 업무 역시 박 모 과장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도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 모 회장이 자신의 서랍에 5000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의 현금을 쌓아놓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변호인의 질문을 지켜보기만 하던 피고 오 전 과장이 답답한 듯 직접 증인 K씨를 향해 질문을 던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오 전 과장은 박 모 회장이 보관 중이던 현금은 해외 출장 후 남은 외화를 환전한 것이라고 했는데 해외출장이 잦은 사람들은 보통 외화를 환전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다시 나가는데 박 회장의 경우는 해외 출장시 다시 현금을 외화로 바꾼다는 것인데 환전은 K씨가 했는지, 아니면 박 모 과장이 했는지를 캐물었다.

그러나 K씨는 “환전한 장소가 공항이 아니라면 직원을 시켰을 것”이라는 상투적 답변만했다. 그러면서 회장 개인자금과 관련해서는 보관이나 융통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잘 모른다고만 했다.

이날 공판은 두 증인을 불러 회장 방에서 현금이 발견되었는지를 캐묻는데 집중됐고, '발견되지 않았다.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어야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 전 과장의 부인이 증인석에 앉았다. 오 전 과장 부인의 진술은 3000만 원도 아닌, 담뱃갑도 아닌 와인상자에 담겨있었으며, 5만원권 두 다발(1000만 원)뿐이었다고 했다.

이어 부인은 "오 전 과장은 해외여행도 한번 못가보고, 운전면허증도 없이 대중교통만 타고 다니는 등 누구보다 청렴하게 살아왔고, 평소 자식들에게도 공짜는 바라지마라고 교육하는 등 엄한 아버지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명의의 세무사자격증을 보고 이제는 전세라도 벗어나겠구나, 이제는 남들이 사는 아파트에도 살아보겠구나라는 생각에 한없이 울었었는데 이렇게 되었다”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서러운 눈물을 ‘펑펑’ 아주 오랫동안 쏟아냈다. 법정 경비가 눈물을 닦을 수 있게 휴지를 건넨 후에도 한참동안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남편인 피고 오 전 과장도 그리고 심문을 이어가던 변호인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자꾸 고개를 하늘로 젖혔고, 방청석에 앉아있던 오 전 과장의 지인들도 소리내어 울었다.

그러나 검사는 이런 눈물에도 냉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증거로 제출된 박 모 회장의 현금인출 내역 외에도 다른 인출내역이 있을 수 있다면서 사실조회 요청을 했다고 밝혀 이번 재판의 쟁점인 오 전 과장이 받은 금액이 3000만 원인지, 아니면 1000만 원만 받았는지를 밝히는 새로운 증거로 대두될 전망이다.

다음공판은 내달 2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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