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전군표, 국세청에 큰 상처, 세무행정에 대한 국민기대 훼손”

“허병익, 뇌물 심부름 자처…퇴직후에도 부적절한 관계 최대한 이용”

 

영욕(榮辱). 영예와 치욕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국세공무원으로 발을 디뎌 국세청장의 지위에 오르는 것 보다 더 영예로운 일이 있을까?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두 번씩이나 영어의 몸이 된다면 그 보다 더한 치욕은 없을 것이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지난 2008년에 이어 또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전 전 청장은 지난 2008년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3년 6개월을 복역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정석 부장판사)는 15일 CJ그룹으로부터 3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청장에게 징역 4년, 추징금 3억1860만원과 뇌물로 받은 프랭크뮬러 시계를 몰수한다고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돈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허병익 전 차장에게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문을 통해 “(피고인 전군표는)세무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갖추어야 함에도 그 본분을 망각한 채 직무대상자인 CJ그룹 이재현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를 댓가로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데 대해 그 직책이 가지는 무게만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던 CJ그룹 측에 부하직원인 허병익을 시켜 아주 적극적으로 금품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수뢰액이 3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사회적 비난이 대단히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묵묵히 일하는 일선 세무공무원들에게 깊은 자괴감과 실망감을 안겼고, 국세청 조직전체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 입혔으며, 세무행정에 대한 공정성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현저히 훼손 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허병익 피고인에 대해서는 “(피고인 허병익은)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으로서 국세청장을 보좌하는 국세청 최고위급 간부이면서도 국세청장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 잡기는커녕 뇌물수수의 단초를 제공함은 물론 뇌물 심부름을 자처하는 등 이 사건의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동창이라는 사적 인연을 빌미로 직무대상자인 CJ측의 재무담당 임원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남을 지속해 오다가 급기야 (피고가)먼저 나서서 전군표와 CJ그룹간의 부정한 일을 성사시켰을 뿐 아니라 차장으로 퇴직 후에도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선고를 내린 후 추가로 양형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장은 “전군표 피고의 경우 이번에 기소된 범행을 2008년의 뇌물수수건과 함께 재판을 했다면 7~8년정도의 양형에 해당된다”면서 “지난번 선고(3년6개월)를 감안해 이번 양형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허병익 피고에 대해서는 “이번 범행에서 뇌물을 나눠가지지는 않았지만 피고가 없었다면 과연 이 사건이 가능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죄를 물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두 전직 수장에게 뇌물을 안겼던 CJ그룹 이재현 회장과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은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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