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4년’ 회칙만 개정되면…‘3선’출마 안할 수 있다”

대전지방국세청장, 한국세무사회장 연임, 천안함재단이사장, 석성일만사랑회 이사장, 석성세무법인 대표 등 안 해 본 것이 없는, 그리고 모든 것을 누렸다면 다 누린 그. 이런 조용근 전 한국세무사회장이 최근 차기 세무사회장에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 세무사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것도 세무사회 불신의 씨앗이 된 '3선'에 도전하겠다는 것.

그러나 기자가 아는 조용근 전 회장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분이다. 그리고 정의와 불의가 무엇인지도 아는 분이다. 또 굳이 장로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그는 사랑과 나눔이 무엇인지,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분이다. 정태기 한신대 명예교수는 조 회장을 ‘한국의 링컨’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무사들로부터 욕먹을 것이 뻔한 ‘3선’(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세무사회장을 3번하려는 것)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에 기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세무법인 석성 사무실에서 조 전 회장을 만났다. 그의 뜻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기자가 아는 조용근 회장은 이런 결정을 할 사람이 아닌데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주변의 상황이 그를 모진 결심을 하게끔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출마를 고심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조 전 회장은 “‘구회(세무사회를 구할)의 결단이다’라면서 용기를 주는 분들이 많다. 정말 어려운 결심을 했다면서 덕담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욕이다. 그만큼 누렸으면 됐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화끈한 성격만큼이나 단호하게 답변했다.

“‘(세무사회장은)평생 4년만 할 수 있다’라는 세무사회 회칙을 개정하는 것 그 임무 딱 한 가지를 위해 출마를 고심(苦心)하고 있다”고 분명하고도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세무사회가 화합하지 못하고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3선’으로 일컬어지는 세무사회장의 임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면 ‘어떤 비난도 감수키로 했다’면”서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조 전 회장은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전국의 많은 세무사들의 권유가 컸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세무사회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세무사회의 잘못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조용근’이가 필요하다고 정말 애타게 매달렸다. 그래서 그들의 눈물어린 소망을 저버릴 수 없어 결심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회장은 이어 “(세무사회를 바로 세워달라는)여성세무사의 진정어린 눈물을 보았다. 약자의 눈물을 보았다. 오죽하면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겠는가. 후배 세무사들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은 “지금이라도 정구정 회장이 ‘세무사회장은 평생 4년만 할 수 있다’라고 회칙 개정안을 임시총회를 열어서라도 통과시킨다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회장은 “평생 4년만 하는 회칙을 개정하는 안을 총회에 올리고 그리고 통과까지 시킨다면 내가 출마할 필요도 없고, (출마할)명분도 없다”면서 자신이 출마하려는 것은 세무사회의 분란의 불씨가 된 회장 임기와 관련한 회칙을 ‘평생 4년’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 전부임을 강조했다.

‘시기적으로 총회 통과까지는 어려운 제안인 것 같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세무사들이 세무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는 세무사회장 임기와 관련한 회칙의 개정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는 만큼 정구정 회장이 의지만 있다면 관련 회칙을 ‘평생 4년’으로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만 한다면 정 회장은 많은 일을 한 만큼 아마 ‘진짜 영웅’이 될 것”이라면서 정 회장을 압박했다.

조 전 회장은 “정구정 회장은 똑똑하고 능력이 있으니 분명 현명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러나 나의 이런 제안이 알려지면 회칙을 개정하겠다고 약속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총회에서 확실히 통과시키지 않는 이상 그런 약속은 나의 제안에 ‘물타기를 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전 회장은 40여분 이어진 자신의 출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이 “출마하려는 이유는 ‘평생 4년’이라는 회칙의 개정, 단 한가지 뿐”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확고하다는 것으로 읽혔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은 “나도 출마를 하지 않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결국 출마를 하게 되어 당선된다면 ‘평생 4년’의 회칙을 개정한 후 곧바로 물러나겠다”고도 했다.

‘다른 후보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질문에 그는 “이 일(평생 4년)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다른 후보들은 할 수 없다’”면서 “다른 후보들이 되면 (논란이)봉합되기는 커녕 2년간 회원들 간의 치고받는 논란만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이어 “지방세무사회 독립 등 지금 세무사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회장임기라는 큰 줄기만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회장은)평생 4년만 할 수 있다’라는 이 한 줄만 바꾸면 다 해결되고, 나도 안나간다(불출마)”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섬김의 전도사’ 조용근 전 세무사회장의 ‘고뇌에 찬 결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세무사들의 이목은 이미 내달 1일 후보등록일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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