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원리 어긋난다”는 논리무장 내일처럼 국회문턱 닳도록 쫓아다녀
조세소위 “미실현 소득과세 위헌소지, 과세대상 모든 中企타킷 잘못”
“부동산법인 등 특정 중소법인에 대해선 법인세 추가 과세는 필요성”

“유보금 특히 많은 대기업들에 환류세제 대상 확대 방안 검토 필요”

구재이 세무사
구재이 세무사

지난달 30일 밤늦게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세법개정안 중 ‘개인유사법인 초과유보소득 배당간주 과세안’을 고심 끝에 삭제했다. 일명 배당간주세다. 기업이 사업을 잘해 이익이 났을 경우 주주에게 이익금을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시키게 되면 일정부분에 대해 배당한 것으로 보고 배당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소득세 탈루목적으로 가족 형태로 운영되는 개인유사법인의 탈법행위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조특법 개정안을 상정했었다. 하지만 ‘개인유사법인 초과유보 배당간주세’ 개정안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생뚱맞은 세금으로 지난 4개월 동안 줄기차게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되어왔다. 중소기업인, 조세전문가, 조세학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어느 한 곳 이번 세법개정안의 불합리한 말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심의에서 이 개정안은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로 위헌소지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이 너무 어렵다. 중소법인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에 비해 무리한 과세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실익보다 손실이 더 커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결국 폐지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세정일보는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낸 이래 지난 4개월 동안 국회와 중소기업계, 그리고 정부 간 숨막히는 입법 신경전과 충돌 국면을 지켜보면서 한 조세전문가의 행보를 눈여겨 봤다.

국회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역설하고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법안 폐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세무사)을 만나 이번 법안 삭제의 배경을 들어봤다.

Q, 정부가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간 세율차이로 인한 조세회피를 막겠다고 도입하려고 한 ‘개인유사법인 초과유보 배당간주’ 법안의 핵심적 문제는 뭐였나?

A, 정부가 개인유사법인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데는 동감한다. 하지만 법인세가 이미 과세된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미실현이익 과세로‘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추가규제는 조세회피 방지 필요성이 있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30만~40만명에 달하는 개인유사법인 모두를 탈세혐의자로 보고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가장 큰 잘못이다.

Q, 제조업 등 중소법인들도 유보금을 통한 조세회피가 가능하지 않은가?

A, 개인유사법인이 다른 법인에 비해 유보금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기업별로는 더욱 작다. 만약 유보금이 과도해 문제라면 자기자본 500억원이상 초대기업에 과세하는 투자, 임금 등에 쓰도록 환류세제(투자.상생협력세제)처럼 과세하면 된다. 문제는 개인유사법인보다 유보금이 훨씬 많은 대기업, 상장회사, 중견법인들도 환류세제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 등에 사용하면 빼주겠다고 정부가 제시한 시행령안은 개인유사법인 조세회피방지 세제와는 무관한 땜질식 처방이었다.

Q, 지난 7월22일 세법개정안에 개정안이 들어있었지만 초기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언제부 터 이 법안에 문제제기를 한 것인가?

A, 문재인 정부의 세제개혁은 자산소득 과세강화를 통한 과세형평 제고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세제가 목표다. 그래서 수십 년 만에 간이과세기준도 높여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초과유보과세제도는 모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기에 지원이 아니라 죽이는 정책이다. 그러기에 공청회도 없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시행령도 없이 세법개정안이 나왔을 때 아차 싶을 정도로 문제점이 심각하고 과세대상과 과세방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결코 입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21대 국회가 새로 구성된 후 국회 기재위 의원들이 조세연구모임을 통해 쟁점에 대해 사전공부를 많이 했고 국회차원의 법제검토와 기재부에 입법취지와 내용을 보완요구를 하는 등 제도와 쟁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이번과 같은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고용진 조세소위원장 초청 중기간담회를 가진 것이 폐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A, 사실 많은 세법이 정부가 만든 개정안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만들어진다. 게다가 정부가 강력한 입법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면 국회에서 이를 폐기하는 것은 물론 내용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국회가 정부안을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실제 세법이 시행될 때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제 개정안의 입법을 책임지는 고용진 조세소위원장을 중기중앙회로 초청해 중기인들의 생생하고 심각한 상황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그날 고 위원장이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중기인들의 성토는 절규에 가까웠다.

구재이 세무사가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 발제자로 나서 중소기업의 배당간주세 과세를 반대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구재이 세무사가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 발제자로 나서 중소기업의 배당간주세 과세를 반대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Q,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질의 답변에서 이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국회에서도 결사통과의지를 다졌는데?

A, 홍남기 장관은 개인유사법인을 통한 조세회피 문제점에 천착하신 것 같다.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규제가 필요한 부동산법인들만 타겟으로 삼지 않고 끝까지 대상을 모든 중소기업으로 고집하다보니 힘들어졌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향후 2년간 투자 등에 사용하면 유보금에서 제외하겠다는 사후관리 방식은 개인유사법인 규제제도의 정당성을 잃게하고, 매년 계산과 보고 등 엄청난 납세협력비용의 검토와 세무조사 등 행정력 낭비가 심각했다.

Q, 개인유사법인 과세나 유보금 과세제도는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나?

A, 이번에 제도도입은 무산되었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아니라 수동적 소득이 주업인 개인유사법인만 대상으로 제도도입은 다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개인유사법인(PHC) 과세제도를 본보기를 삼으면 좋겠다. 조세회피 목적이 강한 부동산임대법인에 개인 소득세 수준의 법인세 추가과세는 필수적이고, 이는 조세정의와 공평과세에 합당한 것이기에 의원입법안으로라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인유사법인 과세와 별개로, 유보금의 환류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유보금이 특히 많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환류세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Q, 재정개혁특위에서 부동산세제 개혁안도 만들고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도입을 제 안까지 해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동산투기와 집값폭등을 막는데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나?

A, 부동산투기가 수십년간 반복된 것은 실제 부동산 실수요자 문제보다 부동산투기세력의 투기수요 때문이다. 서울 등을 지정지역으로 규제하니 부산과 청주, 천안 등 비규제지역 집값이 폭등한다. 투기세력과 수요를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집값폭등은 결코 막을 수 없고 국민주거 복지는 요원하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도 진일보한 것이지만, 시장에 시그널을 주고 대통령이 말할 정도의 집값폭등 투기예방책 기능을 하려면 금융감독원 수준의 부동산감독원이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 절실하다.

Q, 문재인 정부들어 인수위 전문위원, 재정개혁특위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조세·재정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A, 전문가로서 미흡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조세·재정 정책과 입법이 제대로 될 수 있게 돕는 역할에 보람을 느끼며 충실히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정부정책과 조세입법에서 가장 핵심가치는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라는 조세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세금’제도와 세무행정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너무나 중요하기에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통해 이를 실현하는 일에 더욱 매진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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