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업무가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과로사 유발…배송대란 우려 속 사태 추이 관심

택배노조와 택배사, 정부 간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택배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당장 '택배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 택배 배송이 지연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큰 차질을 빚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택배업계에서는 전국적인 '배송 대란'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태 추이에 따라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9일 전국택배노조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며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택배사는 현실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노조는 즉각적인 조치 방안 없는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1월 1차 합의기구에서 분류업무는 택배 배송노동자의 업무가 아니고, 부득이하게 택배노동자가 분류 업무를 할 경우 그에 합당한 분류수수료를 지급해야한다고 합의해놓고 5개월이 지난 지금도 택배 현장의 85%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기사의 업무가 아닌 배송 전 분류업무를 택배기사 몫으로 돌려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고 있다며 분류업무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날 과로사 대책을 위한 2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도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택배노조는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국택배연대노조 등에 따르면 1차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올 들어서만 5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하루 4~5시간 소요되는 분류작업이 과로사의 주원인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선 ‘1차 사회적 합의’가 조속한 이행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2차 회의에서 택배사는 ‘1년 유예’를 제시했고 정부는 ‘1년 내 단계적 인력 투입’이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분류작업 즉시 중단’을 주장하며 맞섰고 결국 타협안을 찾지 못했다. 회의는 주요 주체인 대리점연합회와 우정사업본부가 참여하지 않아 파행됐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사회적 합의의 참가 주체였던 대리점연합회가 불참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이유"라며 "실질적으로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안 타결을 미루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5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택배기사 중 조합원은 6500여명으로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2100여명 정도여서 당장 '택배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 지연 등의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택배노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체국 택배 조합원은 2750여명이지만 이들은 올해 이미 단체협약을 체결해 쟁의권이 없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이날 일반우편물과 등기·소포를 맡았던 집배원 1만6000여명을 택배 배송이 긴급 투입했다.

이외에도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원이 상당수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의 경우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 위해 지난 7일부터 2시간 지연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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