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일보, 백운찬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단독 인터뷰’

“클린하고 신뢰받는 세무사, 당당한 세무사회 만들겠다”
“일부세무사 잘못 전체로 오인돼선 안돼…자정활동 강화”

“지방회 독자노선, 바람직하지 않아…하나되는 세무사회 만들것”
“백운찬 집행부, 회원들 위해 신발 끈 동여매고 뛸 준비 마쳤다”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은?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차관급 출신의 세무사회장, 한국세무사회가 창립된지 5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에 정치인들과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회장을 맡기도 했었지만 현직에서 퇴직하기가 무섭게 1만2천여 세무사들의 머슴을 자처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국세청 고위직 출신 회장들의 경우 2급상당 이었다.

정부의 정책을 쥐락펴락하던 차관급 출신의 세무사회장 시대는 1만2천세무사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하는 ‘사건’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추대를 해도 모자랄 판에 험악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당당하게 당선되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55%라는 득표로 압승을 거두었다. 많은 세무사들이 힘있는 그리고 품격있는 세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1만2천 세무사들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 그리고 국가재정의 일부분을 책임지는 유이(唯二)한 전문자격사이면서도 세무사들의 사회적 책임과 위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세무사들은 지금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백운찬 회장이 맞닥뜨린 솔직한 광경이다.

그렇다고 세무사자격제도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정부의 세무사에 대한 시각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당장 백운찬호의 태풍으로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바람을 잔뜩 머금은 태풍의 진로를 어느 쪽으로 바꾸느냐는 오롯이 백 회장의 몫이다.

이런 어려운 때 왜 백 회장은 세무사회장에 도전하는 전광석화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대부분 정부 고위직으로 퇴직을 하면 유명한 로펌이나 기업체 임원 등으로 푹신한 흔들의자를 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의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또 1만2천여 회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세무사의 위상을 높이고 회원들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라는 상투적인 말외에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선거전(前)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세무사회 선거규정 때문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지난 23일 취임식을 가진 백운찬 세무사회장을 직접 만나 그 깊은 뜻을 물어봤다. 그리고 그가 선거때 회원들을 위해 밝힌 공약들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세정일보가 지난 29일 백운찬 세무사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인터뷰=세정일보 서주영 대표]

♦ "어떻게 하면 힘있고 반듯한 조직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릴 것"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때에 1만2천여 세무사호의 선장이 되었습니다. 압승(壓勝)이라는 점이 더 큰 부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취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감사드린다. 저는 33년 3개월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세제와 세무사제도의 입안을 담당했습니다. 전국의 1만2천여 회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세무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보다 힘있고 반듯한 조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세무사회가 강한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일치된 응원과 단결이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회장에 선출된 것은 보다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29대 집행부 구성원 면면에서 전 집행부 임원들의 얼굴이 많아 보입니다. 선거전이 치열했던 만큼 탕평인사를 기대하는 회원들도 있었는데, 집행부 구성의 의미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제29대 집행부 구성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면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인선을 했다. 전 집행부든 새로운 인물이든 인선이라는 것은 회원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자천‧타천에 의해 추천된 400여명의 그간의 업적과 경력을 살펴보고 회원들을 위한 회무에 얼마나 열정과 열의가 있는지를 최우선의 인선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인선에서는 여성세무사의 참여 비중도 높였다. 상임이사 뿐 아니라 이사 선임도 여성세무사의 참여 비율을 높였다.

▶이어서 치열했던 선거전의 앙금과 생채기를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공직생활만 하다가 난생 처음 직접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 세무사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비방과 음해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거는 모두 끝났다.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내편 네편은 이제 모두 잊고 세무사회가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단합하고 화합해야 할 것이다.

지난 날 상호간의 반목과 갈등은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1만2천여 우리 세무사들이 함께 뭉쳐서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회원의 단합과 화합에 힘쓰겠다.

회원들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열어 둘 것이며, 세무사회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건의는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본회 따로 지방회 따로 회무를 추진한다면 '오합지졸'로 비쳐질 수 있다" 

▶그동안 회원들의 분열요소로 작용돼 왔던 지방회의 독립, 지방회 예산의 총액예산제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지방세무사회가 본회의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펼치는 사업에 대한 견해와 어떻게 정리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세무사회는 본회와 6개 지방회, 그리고 111개의 지역세무사회가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의 1만2천여 회원들을 위한 회무를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본회를 중심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지방세무사회 독립, 총액예산제도도 좋은 제도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우리의 업역을 지켜 나가고 우리의 권익을 신장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본회 따로 지방회 따로 회무를 추진한다면 외부에서 본 세무사회는 오합지졸로 비쳐질 수 있다. 지방회에서 추진할 수 있는 회무가 본회 회무와 중첩된다든지, 본회가 추진하는 방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지방회 독단적으로 회무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지방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회무가 회원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면 본회에 정식으로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규정에 의한 심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

▶회원들을 분열시키는 요인으로 더존파, 세무사회파 등으로 갈라져있는 회계프로그램 문제도 한몫했습니다. 어떤 화합책을 갖고 계신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세무사랑2는 세무사회 소유 회계프로그램이며, 세무사의 자존심이다. 세무사가 특정 회계프로그램 회사의 독과점으로 인해 끌려 다니는 형태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더존파냐? 세무사랑2파냐는 2분법적 논리로 구분되는 것도 잘못됐다고 본다. 우리가 회계프로그램 독립권을 확보하고 계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려면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응원이 필요하다.

세무사랑2를 쓰지 않고 있다고 해서 세무사 회원이 아니라는 논리 보다는 세무사회를 아끼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우리만의 회계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고 회원들에게 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다행히, 세무사랑2의 세무사사무소 보급률도 50%에 가까워 지니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새로운 업무영역 개척해 회원 수익창출 방안 차근 차근 실행해 나갈 것"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이런 문제들은 모두 회원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업계의 경쟁속에서 회원들의 곳간을 채우고 또 사회적 지위도 향상시킬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선거공약에서 회원들에게 업무영역, 전자신고세액공제, 세무사랑2를 지키고,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금액,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 지원금, 업무영역을 늘리고, 세무사 선발인원, 불요불급한 소모성 예산, 세무사 징계를 줄이고, 회원희망교육 지역별 실시, 직원인력난 개선, 실질적인 회원서비스 제공을 통해 회원을 섬기고 소통으로 하나되는 세무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저의 33년 3개월간의 공직생활 경험과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반듯하고 당당한 세무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을 회원들에게 약속했다.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금액의 인상, 고용산재보험사무대행지원금을 확대하고 새로운 업무영역 개척을 통해 회원들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차근 차근 실행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세무사의 활동영역도 넓혀 나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무사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세무사들의 쏠쏠한 수입원인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막아야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기본적인 생각인데 어떤 방책이 있으신지?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는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신해 전자신고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을 보전받고자 도입된 제도이다. 회원들에게 실익을 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는 반드시 지켜 나갈 것이다.

♦ "자정활동 강화해 ‘클린(Clean) 세무사’, 신뢰받는 세무사 만들 것"

▶국세청에서 요구한 세무사들의 윤리의식 제고 문제도 발등의 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무사 징계권을 국세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

=세무사가 잘못한 것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일부의 비위가 전체 세무사의 잘못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징계로 인해 세무사업계가 위축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납세자를 앞세워 탈세를 조장하고 비위를 저지르는 세무사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등 내부적인 자정활동도 보다 강화해서 ‘클린(Clean) 세무사’,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세무사를 만들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제29대 집행부 중점사업으로 성실신고확인 세액공제금액 상향조정, 세무사선발인원 축소, 세무사징계 축소 등도 공약했습니다. 구체적 계획을 밝힐 순 없겠지만 대강의 방향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백운찬 집행부’는 보다 반듯하고 당당한 세무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정부에 요구할 것은 정정당당하게 요구하고, 우리가 납세자와 정부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서 정부와 납세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전문자격사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회무를 추진할 것이다. 그런 과정속에서 회원들에게 약속한 사항들은 자연스럽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잉여금 본회 송금은 원칙과 회규에 의해 집행되고 관리돼야"

▶다시 내부문제 하나 질문하겠습니다. 지방세무사회가 회원 및 직원교육후 남은 교육잉여금을 본회에 반납하지 않은 문제도 초미의 관심입니다. 어떤 해결책을 갖고 계신지?

=전임 집행부에서 지방회 교육잉여금을 본회에 송금하지 않은 문제로 상당히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원활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던 지방회가 독단적으로 회무를 추진하는 것은 회원들의 화합과 단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지방회가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며 본회의 지시사항을 어기고 회무추진과는 엇갈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교육잉여금의 본회 송금은 원칙과 회규에 의해 집행되어지고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방회 특성을 고려한 교육제도의 합리적 개선과 운영의 묘는 살려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적 특색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개발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지방회 운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하도록 하겠다.

▶지난 선거와 관련 일부 지방회장들과 고시회장이 윤리위원회에 제소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대탕평’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어떤 묘안이 있으신지?

=세무사회는 1만2천여 조세전문가 집단이다. 회칙과 회규에 의해 운영되며, 원칙에서 예외를 만들면 결코 강한 조직을 만들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는 끝났다. 앞서 얘기 했듯이 반목과 갈등은 모두 잊어버리고 대화합을 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선거과정에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내용은 훌륭하신 최원두 윤리위원장님께서 원칙에 의해 잘 처리하시리라 생각한다.

▶세무사회 조직과 운영을 혁신하겠다고도 하셨는데 어떤 방향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매일 아침 8시까지 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취임 초기에 각 팀으로부터, 그리고 한길TIS와 공익재단까지 업무보고를 받았다.

세무사회의 모든 업무를 파악한 만큼 이제 당당하고 반듯한 세무사회를 만들기 위한 회무는 시작됐다.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세무사회가 발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기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앞장 서 나갈 것이다.

제29대 집행부가 항상 깨워 있고 회원들을 위한, 세무사회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도록 신발 끈을 동여매고 뛸 준비를 마쳤다.

세무사회 1만2천 회원들의 큰 심부름꾼인 제가 먼저 움직이고 제가 먼저 앞장선다면 세무사회가 발전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내년 총선출마? "저는 자질이 부족하다"

▶끝으로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내년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많은데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자질이 부족하다. 선거과정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저는 세무사회장 2년 열심히 한 이후 회원님들께서 한 번 더 선택해 주신다면 재선에 도전하겠지만 국회진출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세무사회원들을 위해서만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말씀만 드린다.

<인터뷰 IN>

이날 백 회장은 인터뷰 중간 집행부 인선에 고심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당선 후 집행부 구성을 위해 전국 회원들에게 추천을 받은 결과 무려 400여명의 회원들이 자천‧타천으로 회직에 희망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재 공석인 선임직 부회장 및 연수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회칙개정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나오는 대로 곧바로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회장은 휴가시즌이 끝나면 백운찬 세무사회 집행부의 방향을 설명하고, 공유하는 회직자 연찬회도 계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 되는 세무사회를 위해 회원들의 지혜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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