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복잡할 수록 납세비용과 행정비용 증가…‘사회적낭비’

1일 조세연 월간 재정포럼 8월호 발간…이전오 교수 기고

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 [세정일보 자료사진]
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 [세정일보 자료사진]

‘양포세무사(양도소득세 포기 세무사)’와 같이 최근의 세법은 전문가인 세무사도 어려워 포기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세법이 어렵고 복잡해지면 국민의 납세비용과 과세관청의 행정비용이 증가해 사회적인 낭비와 손실이 발생하므로 알기 쉬운 세법을 만드는 것은 납세순응도를 높이고 조세제도와 조세행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재정포럼 8월호에서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하면 알기 쉬운 세법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권두칼럼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부는 조세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원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조세정책으로 당장 쉽게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론적으로 세법을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득세·법인세 등 직접세 중심의 소득기반 조세체계를 버리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중심의 소비기반 조세체계를 구축하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현행 조세체계 및 조세법령의 틀 안에서 형식과 체제를 정비하고 문언을 가다듬어서, 가능한 한 쉬운 내용의 세법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나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2011년부터 ‘세법 다시쓰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나, ‘조세개혁’ 차원에 이를 정도로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세법 다시 쓰기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총 네 가지의 방식을 제안했다. 먼저 대륙법계의 전통을 따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률조문은 문장으로 구성하는 입법방식이 굳어져 있으나, 미국·영국·호주 등의 경우에는 조세법령에서 산식·흐름도·도표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납세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 우리도 전통 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그런 도입을 고려할 것.

또한, 현행 조세법 체계에서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사이의 조문번호가 일치하지 않고 서로 간에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에 상호 간의 정확한 해당 조항을 찾기가 매우 어렵지만,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의 조문번호를 모두 일치시킬 것.

그리고 입법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세법 조문에서 다른 조문을 준용할 때에 준용하는 조문의 제목 또는 간략한 내용을 괄호로 기재하면 세법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특정 조문 안에 괄호가 많거나 이중·삼중 예외를 둔 조문은 해석상 극심한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본문이나 단서의 괄호 형태로 예외를 설정하는 대신에 별도의 문장이나 조항으로 풀어 쓰는 것이 좋고, 이중 또는 삼중의 예외 규정을 설정하는 입법방식은 피할 것 등 개선필요성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조세법의 입법과정에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세제실의 공무원이 독자적으로 세법을 입안하지 말고, 그 과정에 학자·실무가·전직 공무원·국어학자 등 여러 전문가를 참여시켜서 그 내용을 논의하는 데에서 나아가 문안을 함께 가다듬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조세법의 품질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오 교수는 세법이 복잡한 이유는 조세법의 규율  대상인 경제거래나 경제행위가 날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세제 및 세법도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가 국가 재정수요의 충족이라는 본연의 중립적 기능을 떠나서 경제성장·부의 재분배·조세정의와 형평의 추구 등 정책적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날로 늘어나고 있어, 정치적 관점에 따라 조세법령이 추가·개폐되다 보니 조세체계가 혼란스러워지고 어렵고 복잡한 조세법령들이 수시로 만들어지고 계속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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